감독까지 사퇴, 페퍼저축은행을 덮친 악재들
[여자배구] 보상선수 이고은 재영입 트레이드 이어 아헨 킴 감독 4개월 만에 사퇴
프로 스포츠에서 전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았던 팀은 비 시즌을 통해 많은 변화를 단행한다. 이적 시장에서의 선수 영입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지만 사령탑을 교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두 시즌 연속 5위에 머물렀던 V리그 남자부의 OK 금융그룹 읏맨은 사임한 석진욱 감독의 후임으로 현역 시절 일본 대표팀의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했던 오가노 마사지 감독을 3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여자부에서는 막내구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가 지난 2월 새 감독을 선임했다. 작년 11월 초대사령탑 김형실 감독의 자진사퇴 후 이경수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르던 페퍼저축은행은 2월 재미교포 아헨 킴 감독을 2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2023-2024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페퍼저축은행을 맡을 예정이었던 아헨 킴 감독은 브라운 대학의 감독으로 재임하던 시절부터 선수들을 키워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육성전문감독'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하지만 아헨 킴 감독은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을 단 한 경기도 지도해 보지 못한 채 4개월 만에 감독직을 내려 놓았다. 아헨 킴 감독은 가족과 관련된 개인 사정으로 인해 구단에 사임의사를 전했고 구단도 숙고 끝에 지난 23일로 아헨 킴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로써 창단 3년째를 맞는 지난 시즌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은 컵대회 개막을 한 달 남겨둔 시점에서 4개월 만에 다시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되고 말았다.
창단 후 두 시즌 동안 8승59패로 부진한 페퍼
2021년 봄부터 창단 준비를 시작해 그 해 9월 창단식을 가진 V리그 여자부의 7번째 구단 페퍼저축은행은 타 팀에서 이적해온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 그리고 실업 출신 선수들로 선수단을 꾸려 2021-2022 시즌에 참가했다. 물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를 지명했지만 페퍼저축은행 시절의 엘리자벳은 기량도 만개하지 않았고 세터들과의 호흡도 그리 원활하지 않았다.
결국 페퍼저축은행은 2021-2022 시즌 목표로 했던 시즌 5승을 달성하지 못한 채 3승28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페퍼저축은행은 시즌이 끝난 후 열린 FA시장을 통해 전력보강을 노렸지만 작년 FA 시장에서는 FA 자격을 얻은 13명 중 12명이 원 소속구단 잔류를 선택했다. 그나마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서 활약했던 이고은 세터를 3년 총액 9억9000만 원에 영입하며 최대 약점이었던 세터를 보강한 것이 페퍼저축은행의 수확이었다.
이고은 세터를 영입한 페퍼저축은행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다시 1순위 지명권으로 아포짓 스파이커 니아 리드를 지명했다. 이어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195cm의 신장을 자랑하는 몽골 출신의 역대 최장신 미들블로커 염어르헝을 데려왔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개막 후 17연패의 수렁에 빠지는 등 시즌 내내 단 한 번의 연승도 기록하지 못하는 부진 끝에 36경기에서 5승 31패의 성적으로 두 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구단 안팎으로 악재도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시즌 개막 전 "목표는 10승"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던 김형실 감독은 팀이 개막 10연패를 당하자 자진 사퇴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시즌 직후 학교폭력사건으로 사실상 리그에서 퇴출된 이재영 영입을 시도한 사실이 밝혀지며 구설수에 올랐다. 페퍼저축은행은 구단주까지 나서 이재영을 영입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후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재영과의 접촉이 구단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했다.
지난 3월에는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 외국인 선수 니아 리드가 대마성분이 함유된 '대마젤리'를 소지한 채 입국했다가 세관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물론 니아 리드 본인도 몰랐던 사실이었다고 하지만 국내에서 대마소지 및 반입은 엄연한 불법이고 니아 리드는 강제 출국 및 1년 간 입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결국 페퍼저축은행의 주공격수 니아 리드는 불명예스럽게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한국무대를 떠났다.
과감한 영입만큼 손실도 큰 페퍼, 감독사퇴까지
창단 후 두 시즌 동안 67경기에서 8승 59패. 만약 페퍼저축은행이 세 번째 시즌에서도 기존 구단들의 '승점자판기'에 머문다면 야심 차게 했던 창단선언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페퍼저축은행은 올해 FA 시장에서 거액을 투자해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와 채선아를 영입했고 주장 이한비와 리베로 오지영을 잔류시켰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2순위로 V리그에서 검증된 거포 야스민 베다르트를 지명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의 변수는 보상선수를 내주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페퍼저축은행은 이윤정 세터를 보유한 한국도로공사가 미들블로커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하고 미들블로커 유망주들을 대거 보호선수로 묶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보호선수에서 풀린 이고은 세터를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결국 페퍼저축은행은 이고은을 재영입하기 위해 주전 미들블로커 최가은과 올해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내줬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페퍼의 실책이었다.
그렇게 미들블로커 라인이 한층 약해진 채로 새 시즌을 준비하던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25일 또 하나의 악재를 맞았다. 2023-2024 시즌부터 팀을 이끌 예정이었던 아헨 킴 신임 감독이 4개월 만에 자진사퇴를 한 것이다. FA영입은 물론이고 외국인 선수(야스민)와 아시아 쿼터(M.J. 필립스)까지 아헨 킴 감독의 스타일에 맞게 선수 구성을 마친 페퍼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감할 수 밖에 없는 사령탑의 부재다.
페퍼저축은행은 이경수 수석코치를 중심으로 훈련을 이어가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새 감독을 물색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페퍼저축은행은 2022-2023 시즌에도 이경수 감독대행 체제로 20경기 넘게 치른 적이 있지만 정식감독과 대행은 아무래도 대회와 시즌을 준비하고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프로에서 정식 감독을 맡은 적 없는 이경수 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키는 것도 '고육지책'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박정아와 야스민이라는 검증된 좌우쌍포를 구축한 페퍼저축은행은 다가올 2023-2024 시즌 V리그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다크호스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이고은 재영입 과정에서 주전 미들블로커 최가은과 상위 순번을 획득할 확률이 높은 신인 지명권을 잃었고 이제는 새 감독마저 4개월 만에 팀을 떠나는 악재까지 발생했다. 과연 페퍼저축은행은 이런 악재와 구설수들을 극복하고 다음 시즌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여자부에서는 막내구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가 지난 2월 새 감독을 선임했다. 작년 11월 초대사령탑 김형실 감독의 자진사퇴 후 이경수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르던 페퍼저축은행은 2월 재미교포 아헨 킴 감독을 2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2023-2024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페퍼저축은행을 맡을 예정이었던 아헨 킴 감독은 브라운 대학의 감독으로 재임하던 시절부터 선수들을 키워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육성전문감독'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창단 후 두 시즌 동안 8승59패로 부진한 페퍼
▲ 이고은 세터는 박정아의 보상선수로 도로공사로 이적했다가 트레이드를 통해 6일 만에 페퍼저축은행으로 컴백했다. ⓒ 한국배구연맹
2021년 봄부터 창단 준비를 시작해 그 해 9월 창단식을 가진 V리그 여자부의 7번째 구단 페퍼저축은행은 타 팀에서 이적해온 선수들과 신인 선수들, 그리고 실업 출신 선수들로 선수단을 꾸려 2021-2022 시즌에 참가했다. 물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를 지명했지만 페퍼저축은행 시절의 엘리자벳은 기량도 만개하지 않았고 세터들과의 호흡도 그리 원활하지 않았다.
결국 페퍼저축은행은 2021-2022 시즌 목표로 했던 시즌 5승을 달성하지 못한 채 3승28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페퍼저축은행은 시즌이 끝난 후 열린 FA시장을 통해 전력보강을 노렸지만 작년 FA 시장에서는 FA 자격을 얻은 13명 중 12명이 원 소속구단 잔류를 선택했다. 그나마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서 활약했던 이고은 세터를 3년 총액 9억9000만 원에 영입하며 최대 약점이었던 세터를 보강한 것이 페퍼저축은행의 수확이었다.
이고은 세터를 영입한 페퍼저축은행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다시 1순위 지명권으로 아포짓 스파이커 니아 리드를 지명했다. 이어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195cm의 신장을 자랑하는 몽골 출신의 역대 최장신 미들블로커 염어르헝을 데려왔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개막 후 17연패의 수렁에 빠지는 등 시즌 내내 단 한 번의 연승도 기록하지 못하는 부진 끝에 36경기에서 5승 31패의 성적으로 두 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구단 안팎으로 악재도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시즌 개막 전 "목표는 10승"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던 김형실 감독은 팀이 개막 10연패를 당하자 자진 사퇴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시즌 직후 학교폭력사건으로 사실상 리그에서 퇴출된 이재영 영입을 시도한 사실이 밝혀지며 구설수에 올랐다. 페퍼저축은행은 구단주까지 나서 이재영을 영입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후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재영과의 접촉이 구단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했다.
지난 3월에는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 외국인 선수 니아 리드가 대마성분이 함유된 '대마젤리'를 소지한 채 입국했다가 세관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물론 니아 리드 본인도 몰랐던 사실이었다고 하지만 국내에서 대마소지 및 반입은 엄연한 불법이고 니아 리드는 강제 출국 및 1년 간 입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결국 페퍼저축은행의 주공격수 니아 리드는 불명예스럽게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한국무대를 떠났다.
과감한 영입만큼 손실도 큰 페퍼, 감독사퇴까지
▲ 지난 2월 페퍼저축은행에 부임했던 아헨 킴 감독은 한 경기도 팀을 이끌어 보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됐다. ⓒ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창단 후 두 시즌 동안 67경기에서 8승 59패. 만약 페퍼저축은행이 세 번째 시즌에서도 기존 구단들의 '승점자판기'에 머문다면 야심 차게 했던 창단선언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페퍼저축은행은 올해 FA 시장에서 거액을 투자해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와 채선아를 영입했고 주장 이한비와 리베로 오지영을 잔류시켰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전체 2순위로 V리그에서 검증된 거포 야스민 베다르트를 지명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의 변수는 보상선수를 내주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페퍼저축은행은 이윤정 세터를 보유한 한국도로공사가 미들블로커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하고 미들블로커 유망주들을 대거 보호선수로 묶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보호선수에서 풀린 이고은 세터를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결국 페퍼저축은행은 이고은을 재영입하기 위해 주전 미들블로커 최가은과 올해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내줬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페퍼의 실책이었다.
그렇게 미들블로커 라인이 한층 약해진 채로 새 시즌을 준비하던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25일 또 하나의 악재를 맞았다. 2023-2024 시즌부터 팀을 이끌 예정이었던 아헨 킴 신임 감독이 4개월 만에 자진사퇴를 한 것이다. FA영입은 물론이고 외국인 선수(야스민)와 아시아 쿼터(M.J. 필립스)까지 아헨 킴 감독의 스타일에 맞게 선수 구성을 마친 페퍼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감할 수 밖에 없는 사령탑의 부재다.
페퍼저축은행은 이경수 수석코치를 중심으로 훈련을 이어가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새 감독을 물색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페퍼저축은행은 2022-2023 시즌에도 이경수 감독대행 체제로 20경기 넘게 치른 적이 있지만 정식감독과 대행은 아무래도 대회와 시즌을 준비하고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프로에서 정식 감독을 맡은 적 없는 이경수 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키는 것도 '고육지책'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박정아와 야스민이라는 검증된 좌우쌍포를 구축한 페퍼저축은행은 다가올 2023-2024 시즌 V리그의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다크호스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이고은 재영입 과정에서 주전 미들블로커 최가은과 상위 순번을 획득할 확률이 높은 신인 지명권을 잃었고 이제는 새 감독마저 4개월 만에 팀을 떠나는 악재까지 발생했다. 과연 페퍼저축은행은 이런 악재와 구설수들을 극복하고 다음 시즌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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