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등하교 왕복 2시간인데... 고양 덕은지구 고교 신설 '계획없음'

학령인구 급속 증가 반면 교육환경 열악... 주민들 "문제해결 시급, 행정 적극 나서야"

등록|2023.06.27 14:42 수정|2023.06.27 14:45

▲ 7개 단지 4700세대 규모의 경기 고양시 덕은지구 전경. ⓒ 고양신문


경기 고양시 덕은지구에 사는 A군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멀리 떨어진 향동고로 배정받았다. 매일 오전 7시에 기상하는 A군은 7시 30분 집을 나와 정류장에서 마을버스를 탄다. 약 40분간 버스를 타고 학교 앞에 도착해 교실 자리에 앉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60분.

현재 향동고에 다니고 있는 덕은지구 한 학생의 이야기다. 택지지구 조성과 함께 고등학교가 신설된 향동과 달리 덕은지구가 들어선 대덕동에는 아직 고등학교가 전무하다. 이로 인해 덕은지구 고등학생들은 A군 사례처럼 매일 등하교 시간에만 각각 한 시간 이상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으로 환산하면 약 480시간.

덕양구 대덕동은 올해 3월 기준 인구수가 1만5000명으로 1년 만에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초부터 덕은지구 7개 단지 4700세대의 입주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 대덕동의 18세 미만 비율은 25.3%로 고양시에서 가장 높고 향후 학교에 입학 예정인 미취학 아동 수 또한 44개 행정동 중 화전, 식사 등에 이어 6번째로 많다.

이처럼 학령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지만 대덕동의 교육환경은 고양시 내에서도 가장 열악한 편에 속한다. 지난해 10월 개교한 덕은한강초등학교는 총 42학급으로 저학년으로 갈수록 과밀학급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덕은미디어시티연합회(이하 연합회) 관계자는 "덕은지구 7세 미만 아동수는 1672명으로 현재 초등학교 전체 학생 수인 1186명보다 1.5배가량 많은 상황"이라며 "빠른 시일내에 과밀학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내 중학교 또한 비슷한 상황이다. 현재 12개 반에 전교생 292명인 덕은한강중학교의 경우 3년 후에는 520명, 5년 후에는 700명으로 학생수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과밀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 경기 고양시 덕은지구 현황 ⓒ 고양신문


더 큰 문제는 대덕동 내 고등학교 부재다. 앞의 사례에도 나온 것처럼 현재 덕은지구 내 고등학생들은 등교시간이 1시간가량 걸리는 향동고나 행신고, 서정고 등으로 배정받아 통학하고 있다. 앞으로 대덕동 내 중학교 졸업생들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고등학교 신설이 시급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2015년 5월부터 시행된 학교총량제로 인해 타 학교가 폐교하거나 기존 학교가 대덕동 내로 이전되지 않는 한 학교 신설이 어렵기 때문이다.

덕은지구 한 학부모는 "향동고 통학길은 화전역 철길이 막고 있어 우회도로를 지나 이동해야 하는데 출퇴근 차량과 겹치다 보면 5㎞남짓 거리에 40분 가까이 소요된다"며 "행신고나 서정고 또한 한번에 이동하는 버스노선이 없어 학생들의 불편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문제 심각한데 조용한 고양시... "교육인프라 확충 필요"

이처럼 덕은지구 내 교육환경 문제가 심각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고양시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취재 결과 현재 시는 대덕동에 고등학교 신설에 대한 계획 수립이나 용역 발주, 관계기관 협의 등을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승규 덕은미디어시티연합회 의장은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표1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통학거리는 대중교통으로 30분 정도가 적정한 거리'라고 명시돼 있는데 현재 덕은지구 학생들은 더 많은 시간은 등굣길에 소비하고 있다"며 "실시계획 단계에서 이 점이 간과된 것은 고양시 교육행정의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덕은지구 학생들이 가장 많이 통학하는 향동고의 과밀화다. 향동고가 속한 화전동 또한 향동지구 입주로 인해 학령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는데 대덕동에서 넘어오는 학생 수까지 계산해보면 이미 내년부터 인가 학급수(30학급)를 넘어서는 33학급이 필요한 실정이다.

최승규 의장은 "현재 8세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는 2030년에는 인가된 학급수의 2배인 60학급 편성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게다가 2027년 입주 예정인 국방대 부지 개발지구 인구까지 포함하면 과밀화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때문에 연합회는 대덕동 내 고등학교 신설을 시급한 과제로 내걸고 있다. 주민들이 성공사례로 꼽는 곳은 서울 동작구다. 2026년 3월 개교 예정인 동작구 흑석고는 구에서 부지를 제공하고 건축비를 기부채납 받는 방식을 통해 정부 중앙투자심사를 면제받아 학교 신설에 힘을 실을 수 있었다.

연합회 관계자는 "흑석고의 경우 학교총량제 해결을 위해 선 신설, 후 폐교 순의 법령해석을 바탕으로 학교를 신설할 수 있었다"며 "대덕동 또한 등하교 교통문제와 학생 수 증가 등을 고려해 고등학교 신설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준호 고양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또한 대덕동 고등학교 신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준호 의원실 관계자는 "대덕동 내 고등학교 부지확보를 위해 국방대 개발지구 내 고등학교 부지를 확보해달라는 내용으로 관계기관을 만나 설득 중"이라고 답했다.

최승규 의장은 "최근 고양시가 창릉지구와 지축지구 내 특목고 설립을 위해 학교용지 지구계획 반영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공정하고 평등한 교육권 확보를 위해 고양시에서 학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대덕동에도 고등학교 신설을 비롯한 교육인프라 확충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