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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관광모노레일 화재, 사과로 끝?

이태열 시의원 "책임자 징계와 민간 임대 관련 의회 배제에 유감"

등록|2023.06.27 15:34 수정|2023.06.28 13:19
 

▲ 지난해 10월 23일 0시 20분경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내 거제관광모노레일에서 전기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하부 승강장과 차량 13대가 전소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지난해 포로수용소유적 공원 내 거제관광모노레일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하부승강장과 차량 13대가 전소되는 피해를 입은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아래 개발공사)가 시설 복구와 재개장 준비에 한창인 가운데, 화재사고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은 소홀히 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개발공사가 77억 원을 투입하여 포로수용소유적공원에서 계룡산 상부 옛 미군 통신대까지 왕복 3.54km 운행하는 거제관광모노레일은 2018년 3월 개장하여 화재 사고까지 연평균 이용객 16만 명, 누적탑승객 65만 명에 이르는 거제 대표적 관광상품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2022년 10월 23일에 발생한 화재로 하부승강장과 차량 15대 중 13대가 전소되고 미래전시관 일부가 소실돼 현재 운행 중단 상태다. 화재 원인은 국과수 감식결과 전기누전에 의한 자연 발화로 밝혀졌다.

당시 화재 피해액은 대당 7천여만 원에 달하는 차량 13대와 하부승강장 전소 등 약 10~20여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개발공사는 모노레일복구TF를 구성하여 차량과 배터리 업그레이드와 하부승강장 3층 신축 등의 복구 방안을 마련했다. 차량은 1억 3600만 원짜리 19대 25억 원, 하부승강장은 3층 규모로 10억 원, 그 외 ABCS(배터리)와 레일 교체, 관제시스템에 8억 원 예상하여 총 43억여 원을 복구 비용으로 산정했다. 하지만 화재 보험사로부터 15억 원(최대 24억 원)을 보상받더라도 약 33억 원 정도가 부족했다.

개발공사는 부족한 자금 충당을 공사채 발행 등 자체적으로 충당하는 방안과 거제시로부터 지원받는 방안을 모색했으나 여의치 않자 민간투자 개발사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민간투자 회사는 지난 3월에 투자 제안을 한 홍익관광개발(주)이 제3자제안 공고와 설명회를 거쳐 5월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16일 개발공사 이사회 승인이 났으며, 거제시의 승인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협약 내용은 홍익관광개발(주)이 약 50억 원을 들여 모노레일을 복구하고 향후 20년간 운영권을 갖고, 거제시는 준공 후 감정평가액(약 80억 추정)의 7%와 입장료에서 인당 2000원을 거제시 몫으로 챙겨가는 게 주요 골자다. 이 외에도 홍익관광개발(주)은 야간 경관 조성에 60억 원, 레일 루지 설치에 40억 원, 그리고 놀이기구 조성에 20억 원 등을 투자 협약했다. 모노레일은 6월에 복구 공사를 시작해 9월에 재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공사 담당자는 "모노레일 수익은 2019년도 약 5억 원이 최고였다. 이번에 홍익으로 임대할 경우 감정평가액 80억원의 7%인 5.6억과 15만명 기준 입장료 3억 원(30만 명 기준 입장료 6억 원)을 매년 수익으로 챙길수 있다"며 "직접 운영하는 것보다 민간투자자에게 임대하는 게 더 이익이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16일 이사회도 승인을 받았으며 거제시 승인 절차만 남은 상태다"고 밝혔다.

거제시 기획예산 정창욱 실장은 "개발공사와 홍익관광이 체결한 협약서를 검토하고 있는 중으로, 중도 해지가 발생할 경우와 협의 된 예상 수익보다 많은 초과 이익 발생했을 경우 분배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 협약 내용이 빠져 있어 면밀히 검토 중이다"며 "이번 주 내에 거제시도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지난해 10월 23일 화재 사고로 거제관광모노레일 하부승강장과 차량 13대가 전소됐다. ⓒ 김민수


하지만 개발공사가 복구에는 적극적인 반면, 화재 피해에 따른 책임 규명과 징계 부분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발공사는 화재 발생 다음 날 입장문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그 후에는 어떤 조치나 결과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화재로 인해 10여억 원의 단순 물질적 피해뿐 아니라, 연간 평균 이용객 16만 명의 발길이 끊기면서 주변 상가 등 지역경제에 미친 손해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화재 발생 이전인 2019년도 경에 홍익관광개발(주)이 120억 원에 모노레일 매입 의사를 밝힌 것을 토대로 모노레일 가치는 투자비 77억 원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복구 공사에 50억 원을 투입하여 준공 후 감정평가액을 80억 원으로 추정하는 것을 근거로 화재로 남은 모노레일 잔존 가치는 30여억 원이라 볼 수 있고 120억 원 매각금액과 대비하면 화재로 인한 손실은 90억 원에 이른다고도 판단할 수 있다.

수십억 원의 손실을 입고도 책임 규명과 책임자 징계가 없는 것에 대해 시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거제시의회 이태열 의원은 행정사무감사에서 "화재 사고로 인한 책임 규명과 책임자 징계가 없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수십억 원의 손실을 냈으면 그에 합당한 책임자 징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최소한 사장, 상임이사, 담당팀장 3명은 스스로라도 인사위에 신청해서 징계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모노레일은 시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만큼 사고 수습 방안으로 민간회사에 임대할 경우 시민들에게 공론화를 통해 알리든지, 아니면 의회에라도 구체적인 협약안에 대해 의원 간담회 등을 통해 설명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고 진행한 것에는 유감이다"고 말해 '의회 패싱' 논란의 조짐도 보였다.

개발공사 측은 책임자 징계와 공론화 과정 미비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지방공기업법상 공사 재산 임대 등은 의회 동의를 구해야 하는 규정이 없으며, 거제시와 협의하여 승인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이어 "거제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책임자 징계에 대한 지적이 있었던 만큼 지적사항에 대해 7월 말까지 보완 조치를 해야 하는데, 그때 되면 개발공사의 공식 입장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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