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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 끼얹는 건 아닌지 무겁지만..." 전익수 전 공군법무실장 '무죄'

[고 이예람 중사 사건 1심] "죄형법정주의 후퇴 안돼"... 관련 장교와 군무원은 '유죄' 판결

등록|2023.06.29 17:13 수정|2023.06.29 17:17

‘고 이예람 사건 개입' 전익수 1심 무죄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군 수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2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고 이예람 중사 사건 수사에 부적절하게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에게 1심에서 무죄가 내려졌다. 법원은 "처벌의 필요성만으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후퇴시킬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 정진아 부장판사는 29일 오후 전 전 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법원이 피고인에 대하여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음으로써 위와 같은 행동이 형사법적으로 정당화되고, 그 결과 향후 이와 유사한 행동이 군 내에서 다시 반복되어 이 사건 이후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인내하고 있는 군 사법기관 등의 노력에 이 판결이 찬물을 끼얹게 되는 것은 아닌지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하지만) 죄형법정주의는 우리 국민 모두의 약속인 헌법에 기초한 형사법의 대원칙으로 이 사건에서의 처벌의 필요성만으로 위와 같은 대원칙을 포기한다면 그로 인한 불이익은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전 전 실장이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은 맞지만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마땅한 관련법이 없다는 의미다.

지난 2021년 7월 이 중사 사건과 관련해 보안 정보를 자신에게 전달한 혐의로 군무원 양아무개씨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전 전 실장은 군검사에게 직접 전화해 "구속영장 청구서에 내가 공무상비밀누설을 지시한 것처럼 돼 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어떤 부분을 근거로 삼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캐물었다. 특검팀은 이러한 방식으로 위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전 전 실장을 불구속 기소했고, 지난 5월 결심공판에서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무죄 판결이 나온 직후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는 재판정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죄를 받아 처벌받고 구속될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아 깜짝 놀랐다"며 "법원에서도 전익수와 같이 위력을 행사하는 피의자에 대해 처벌할 법을 만들어놓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거 아니겠냐"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우리 예람이를 위해 여야가 이념에 관계없이 특검법을 만들어 준 만큼 이번에도 여야가 군사법과 민간에 상관없이 위력에 의한 강요죄가 처벌될 수 있도록 '전익수 특별법'을 만들어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전 전 실장에게 재판 정보를 알려준 군무원 양아무개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씨가 2021년 6월 성추행 가해자 장아무개 중사 영장심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적 사항과 심문내용 등을 전 전 실장에게 누설한 혐의를 인정했다.

또 재판부는 '이예람 중사가 남편과의 불화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거짓 소문을 유포해 이 중사와 남편 두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정아무개 공군 공보장교에 대해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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