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 들린 김태리에 통쾌해지는 까닭, 김은희의 메시지
[TV 리뷰] SBS 드라마 <악귀>
<지리산> 이후 절치부심, 오컬트 장르물로 다시 돌아온 김은희 작가의 <악귀>가 회차를 거듭하며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첫 회 시작부터 오랫동안 '악귀'를 연구하던 구강모(진선규 분) 교수가 결국 악귀에 희생이 되고, 그의 딸 구산영(김태리 분)이 아버지가 유품을 통해 '악귀'에 들린다는 신선한 이야기가 흡인력 있게 전개되었다.
오래전 탐욕에 눈먼 무당이 어린아이들을 제물로 희생시켰고, 그 희생된 아이들이 '태자귀'라는 악귀가 되었다는 '유래'로부터 시작된 드라마, 여기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김은희 작가가 선택한 오컬트 장르의 '귀신'은 바로 '인간의 욕심'이다.
김은희 표 오컬트 장르 <악귀>
넷플릭스 화제작 <킹덤>에서 조선 팔도를 휩쓴 좀비의 기원은 죽어가는 임금의 목숨을 연명시키기 위해 손대지 말아야 할 약재를 사용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저주의 운명은, 먹을 것이 없어 죽은 이의 살점을 발라 먹어야 했던 가난한 백성들의 호구지책을 통해 퍼져나간다. 그리고 그걸 조선 팔도로 번지도록 하는 건 가렴주구에 눈이 먼 위정자들이다.
즉, 탐욕으로 비롯된 '사악한 대상'이 못살고 가난한 이들의 처지를 발판 삼아 자신의 세력을 뻗쳐나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김은희 작가의 공식은 <킹덤> <지리산>에 이어 <악귀>를 통해 보다 공고해진다.
앞서 회차에서 소년의 귀신은 알고 보니 학대당하던 오누이 중 오빠였고, 구산영은 자기 몸에 들린 악귀로 가차 없이 보이스피싱범을 처단했다. 이는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라던 국민교육헌장의 '오컬트 버전'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3회, 김은희 작가의 주제 의식은 보다 분명해진다. 깊은 밤 고시원의 복도를 울리는 하이힐 소리, 그때 방안의 청년은 그 소리를 듣고 불안에 떤다. 공부를 하는 그의 공책에는 알 수 없는 낙서만이 가득하고. 아니나 다를까 하이힐 소리는 그의 방 앞에 멈춰지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이미 시청자들은 구강모 교수의 죽음, 그리고 그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문 두드리는 소리가 악귀라는 것을 학습한 바 있다. 3화 속 고시원의 문 두드리는 소리는 그런 시청자들의 공포를 고스란히 불러온다.
결국 문을 여는 청년, 결국 그 청년은 목을 매단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리고 그 손목에는 예의 검붉은 자국이 남겨져 있다.
3화는 두 가지 방향에서, 아니 세 가지 방향으로 펼쳐진다. 우선 '사건'으로 접근해 들어가는 형사들. 염해상(오정세 분) 교수를 통해 암시를 받게 된 서문춘 형사(김원해 분)는 자살 사건들을 조사하게 되고, 그런 가운데 한 대학교를 다니는 세 명의 남녀 학생들이 비슷한 시기에 자살을 했다는 사건을 접하게 된다. 당시에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어서 자살 사건으로 마무리했다는 사건에 수상함을 느낀 서문춘 형사와 이홍새 형사(홍경 분)는 다시 한번 사건을 추적한다.
그들은 세 사건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하이힐을 신고 이들의 방을 방문하는 낯선 여성의 행적을 쫓는데, 이상하다. 분명 매주 이들의 방을 규칙적으로 찾던 그 여인이 정작 거리의 cctv에서는 행적이 묘연하다. 염해성 교수한테는 요즘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냐고 버럭거리지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한편, 염해상과 구산영은 태자귀의 유래가 된 장진리를 찾아 나선다. 일이 벌어진 건 1958년, 그 뒤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장진리는 그곳에 살던 이들은 다 흩어지고, 고시촌이 있는 스산한 동네가 되었다. 그런데 물어물어 가보니 장진리에 살던 이의 딸이 사는 고시원이 바로, 사라진 여대생 이태영의 고시원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염해상은 본다. 바로 죽은 아이들을 매달던 소나무가 고시원에 드리워져 있음을, 그리고 세 사람이 매달린 그 나무에, 마지막 한 자리에 비어있음을. 염해상은 마지막 희생을 막기 위해 나서려 한다. 그런데, 구산영이 반기를 든다. 자기는 자신의 '악귀'가 더 급하다고.
염해상과 동행했지만 구산영의 목적은 달랐다. 자기 눈앞에서 죽어간 할머니,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벌이는 행동들, 정신이 들면 손에 칼을 들고 인형을 난자하고 있다거나, 자신도 모르는 장소에 와있는 자신이 점점 두려워졌다. 하루라도 빨리, 아버지 구강모 교수가 했던 연구들, 그가 찾아낸 것들을 알아내 악귀를 자신의 몸에서 떼어버리는 것이 다급했던 것이다.
의견이 갈린 두 사람, 염해상은 말한다. 눈앞에서 죽어간 이를 외면하면, 더 큰 고통이 닥쳐올 것이라고.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자신에 혼란스러워하는 구산영을 말릴 수 없다. 서로 다른 가게 되는 두 사람.
사건을 수사하는 서문춘 형사와 이홍새 형사, 그리고 자살귀의 희생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염해상 교수, 그리고 악귀를 찾으려 하지만 정작 자신을 둘러싼 일들로 인해 곤란을 받는 구산영. 그러나 그들은 결국 이태영의 실종 사건으로 모이게 되고, 이태영처럼 보이스피싱을 당한 어머니로 인해 당장 집에서 쫓겨 나갈 처지에 놓인 경제적으로 쪼달리는 구산영이 또 다른 이태영이 될 처지에 놓인다.
본의 아니게 범죄 현장에 뛰어들게 된 구산영, 그로 인해서 드러나게 된 사건은 수족관 사업을 하는가 싶었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젊은이들에게 높은 고리채 사업을 하던 범죄 집단이었다.
그들은 구산영에게 했듯이 선량하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접근하여 높은 고리채를 쓰게 하고, 그때부터 그들을 닦달하여 돈을 뺏었다. 알고보니 악귀인 줄 알았던 하이힐의 주인공은 남장을 하고 매주 학생들을 찾아가던 고리채 업채의 직원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귀신은 없었던 것일까. 아니, 자살귀는 있었다. 고리채 업체에게 자신의 신상이 털릴 걸 우려하던 이태영이 고향마을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찍어 어항에 넣었을 때, 자살귀는 그 어항 속 물고기들에 드리워졌다. 그리고 인심 쓰듯 찾아온 학생들에게 물고기를 한 마리씩 나누어 줬을 때, 자살귀는 학생들의 고시원 방으로 찾아들었고, 매주 찾아오는 고리대금업자로부터 고통스러워하는 학생들을 '자살'로 이끌었던 것이다. 현실의 고통이 그들을 자살귀의 희생양으로 인도했던 것이다. 악귀보다 더 무서운 현실, 그 고통받는 현실을 이용하는 악귀보다 더한 인간들, 일관된 김은희 작가의 주제 의식이다.
그런가 하면 악귀에 들린 구산영이, 아이러니하게도 보이스피싱범을 손봐주고, 고리대금업자를 혼내준다. 구산영 혼자 수족관으로 향하는데 걱정이 되기는커녕, "고리대금업자 너 이제 큰일 났다" 하며 보는 이가 의기양양해지는 묘한 통쾌감에 빠진다. 악귀인데 본의 아니게 안티히어로의 역할을 해낸다. <악귀>의 묘미는 '악귀'를 찾아내 없애야 하는데, 그 악귀가 공교롭게도 또 다른 악귀의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된다는 설정, 아마도 이 묘한 공포와 통쾌의 콜라보가, <악귀>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첫 회 시작부터 오랫동안 '악귀'를 연구하던 구강모(진선규 분) 교수가 결국 악귀에 희생이 되고, 그의 딸 구산영(김태리 분)이 아버지가 유품을 통해 '악귀'에 들린다는 신선한 이야기가 흡인력 있게 전개되었다.
김은희 표 오컬트 장르 <악귀>
넷플릭스 화제작 <킹덤>에서 조선 팔도를 휩쓴 좀비의 기원은 죽어가는 임금의 목숨을 연명시키기 위해 손대지 말아야 할 약재를 사용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저주의 운명은, 먹을 것이 없어 죽은 이의 살점을 발라 먹어야 했던 가난한 백성들의 호구지책을 통해 퍼져나간다. 그리고 그걸 조선 팔도로 번지도록 하는 건 가렴주구에 눈이 먼 위정자들이다.
즉, 탐욕으로 비롯된 '사악한 대상'이 못살고 가난한 이들의 처지를 발판 삼아 자신의 세력을 뻗쳐나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김은희 작가의 공식은 <킹덤> <지리산>에 이어 <악귀>를 통해 보다 공고해진다.
앞서 회차에서 소년의 귀신은 알고 보니 학대당하던 오누이 중 오빠였고, 구산영은 자기 몸에 들린 악귀로 가차 없이 보이스피싱범을 처단했다. 이는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라던 국민교육헌장의 '오컬트 버전'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3회, 김은희 작가의 주제 의식은 보다 분명해진다. 깊은 밤 고시원의 복도를 울리는 하이힐 소리, 그때 방안의 청년은 그 소리를 듣고 불안에 떤다. 공부를 하는 그의 공책에는 알 수 없는 낙서만이 가득하고. 아니나 다를까 하이힐 소리는 그의 방 앞에 멈춰지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이미 시청자들은 구강모 교수의 죽음, 그리고 그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문 두드리는 소리가 악귀라는 것을 학습한 바 있다. 3화 속 고시원의 문 두드리는 소리는 그런 시청자들의 공포를 고스란히 불러온다.
결국 문을 여는 청년, 결국 그 청년은 목을 매단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리고 그 손목에는 예의 검붉은 자국이 남겨져 있다.
3화는 두 가지 방향에서, 아니 세 가지 방향으로 펼쳐진다. 우선 '사건'으로 접근해 들어가는 형사들. 염해상(오정세 분) 교수를 통해 암시를 받게 된 서문춘 형사(김원해 분)는 자살 사건들을 조사하게 되고, 그런 가운데 한 대학교를 다니는 세 명의 남녀 학생들이 비슷한 시기에 자살을 했다는 사건을 접하게 된다. 당시에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어서 자살 사건으로 마무리했다는 사건에 수상함을 느낀 서문춘 형사와 이홍새 형사(홍경 분)는 다시 한번 사건을 추적한다.
그들은 세 사건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하이힐을 신고 이들의 방을 방문하는 낯선 여성의 행적을 쫓는데, 이상하다. 분명 매주 이들의 방을 규칙적으로 찾던 그 여인이 정작 거리의 cctv에서는 행적이 묘연하다. 염해성 교수한테는 요즘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냐고 버럭거리지만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한편, 염해상과 구산영은 태자귀의 유래가 된 장진리를 찾아 나선다. 일이 벌어진 건 1958년, 그 뒤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장진리는 그곳에 살던 이들은 다 흩어지고, 고시촌이 있는 스산한 동네가 되었다. 그런데 물어물어 가보니 장진리에 살던 이의 딸이 사는 고시원이 바로, 사라진 여대생 이태영의 고시원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염해상은 본다. 바로 죽은 아이들을 매달던 소나무가 고시원에 드리워져 있음을, 그리고 세 사람이 매달린 그 나무에, 마지막 한 자리에 비어있음을. 염해상은 마지막 희생을 막기 위해 나서려 한다. 그런데, 구산영이 반기를 든다. 자기는 자신의 '악귀'가 더 급하다고.
염해상과 동행했지만 구산영의 목적은 달랐다. 자기 눈앞에서 죽어간 할머니,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벌이는 행동들, 정신이 들면 손에 칼을 들고 인형을 난자하고 있다거나, 자신도 모르는 장소에 와있는 자신이 점점 두려워졌다. 하루라도 빨리, 아버지 구강모 교수가 했던 연구들, 그가 찾아낸 것들을 알아내 악귀를 자신의 몸에서 떼어버리는 것이 다급했던 것이다.
의견이 갈린 두 사람, 염해상은 말한다. 눈앞에서 죽어간 이를 외면하면, 더 큰 고통이 닥쳐올 것이라고.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자신에 혼란스러워하는 구산영을 말릴 수 없다. 서로 다른 가게 되는 두 사람.
사건을 수사하는 서문춘 형사와 이홍새 형사, 그리고 자살귀의 희생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염해상 교수, 그리고 악귀를 찾으려 하지만 정작 자신을 둘러싼 일들로 인해 곤란을 받는 구산영. 그러나 그들은 결국 이태영의 실종 사건으로 모이게 되고, 이태영처럼 보이스피싱을 당한 어머니로 인해 당장 집에서 쫓겨 나갈 처지에 놓인 경제적으로 쪼달리는 구산영이 또 다른 이태영이 될 처지에 놓인다.
본의 아니게 범죄 현장에 뛰어들게 된 구산영, 그로 인해서 드러나게 된 사건은 수족관 사업을 하는가 싶었는데 경제적으로 어려운 젊은이들에게 높은 고리채 사업을 하던 범죄 집단이었다.
그들은 구산영에게 했듯이 선량하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접근하여 높은 고리채를 쓰게 하고, 그때부터 그들을 닦달하여 돈을 뺏었다. 알고보니 악귀인 줄 알았던 하이힐의 주인공은 남장을 하고 매주 학생들을 찾아가던 고리채 업채의 직원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귀신은 없었던 것일까. 아니, 자살귀는 있었다. 고리채 업체에게 자신의 신상이 털릴 걸 우려하던 이태영이 고향마을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찍어 어항에 넣었을 때, 자살귀는 그 어항 속 물고기들에 드리워졌다. 그리고 인심 쓰듯 찾아온 학생들에게 물고기를 한 마리씩 나누어 줬을 때, 자살귀는 학생들의 고시원 방으로 찾아들었고, 매주 찾아오는 고리대금업자로부터 고통스러워하는 학생들을 '자살'로 이끌었던 것이다. 현실의 고통이 그들을 자살귀의 희생양으로 인도했던 것이다. 악귀보다 더 무서운 현실, 그 고통받는 현실을 이용하는 악귀보다 더한 인간들, 일관된 김은희 작가의 주제 의식이다.
그런가 하면 악귀에 들린 구산영이, 아이러니하게도 보이스피싱범을 손봐주고, 고리대금업자를 혼내준다. 구산영 혼자 수족관으로 향하는데 걱정이 되기는커녕, "고리대금업자 너 이제 큰일 났다" 하며 보는 이가 의기양양해지는 묘한 통쾌감에 빠진다. 악귀인데 본의 아니게 안티히어로의 역할을 해낸다. <악귀>의 묘미는 '악귀'를 찾아내 없애야 하는데, 그 악귀가 공교롭게도 또 다른 악귀의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된다는 설정, 아마도 이 묘한 공포와 통쾌의 콜라보가, <악귀>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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