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공영방송 프로그램 '세컨 하우스' 안타깝다

방송에 범람하는 일본식 영어 홍수, 언제나 고쳐질까

등록|2023.07.01 14:32 수정|2023.07.01 14:34

▲ KBS 예능 프로그램 '세컨 하우스' ⓒ KBS


'세컨 하우스'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시골에 방치된 집을 출연자들이 직접 고쳐 자급자족하면서 사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세컨 하우스'는 우리 사회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실제 거주지 외에 주말이나 휴가 때 잠시 머물거나 쉬는 용도의 별장"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말이다.

분명 영어 second house에서 나온 말일 터다. 그런데 정작 영어 second house에는 우리들이 알고 있는 별장이라는 의미가 없다. 굳이 찾아본다면 "처음으로 매입하는 집이 아니라 두번째 매입하는 집"의 뜻으로 사용된다. 우리들이 지금 사용하는 의미의 '세컨 하우스'의 정확한 영어 표기는 a holiday home이나 a vacation home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인가? 그것은 바로 '세컨 하우스'라는 말이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식 영어이기 때문이다. 이 일본식 영어 문제는 필자가 <오마이뉴스>에 계속 연재를 했고 단행본으로 출판하기까지 했는데, 거듭 강조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일본식 영어는 영어가 아니라 일본어이다.

현재 일본식 영어들은 우리 사회에서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방송과 신문에서 아무 생각없이 사용되고 있다. 더구나 여기에서 언급하고 있는 '세컨 하우스'는 정확한 언어를 권장해야 할 공영방송 KBS의 프로그램 제목이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

일본식 영어는 일본어일 뿐
 

한편 '텐션'이라는 말은 거의 모든 연예 프로그램에서 빈번하게 출현한다. 이 '텐션'이라는 말은 '흥분 상태' 혹은 '들뜬 상태'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영어 'tension'은 '긴장'이나 '스트레스'를 뜻하는 간단한 단어다.

그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대립', '조급', '긴장 국면', '모순' 등의 뜻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흥분 상태'라든가 '들뜬 상태'와 같은 뜻은 없다. 이 '텐션'이란 말도 일본식 영어, 곧 일본어일 뿐이다. 엊그제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말을 썼는데 이 역시 일본식 영어다.

이렇듯 방송가에 범람하는 일본식 영어의 홍수 사태는 언제나 바로잡혀질 수 있을 것인가?

다만 최근 한 희극 배우 출신 여성 연예인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잘못 사용하고 있는 '워밍업'이라는 일본식 영어 대신 사람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웜업(warm up)'이라는 정확한 말을 분명하게 쓰는 장면은 필자에게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