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방문 점검원들도 '최저임금' 받고 싶습니다
[고물가 시대, 특고노동자는 어떻게 사나 ⑩]
특수고용노동자가 월 20일 일하고 천만 원 넘게 번다는 보수언론의 보도는 진짜일까?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연구원은 지난 5월 8개 직종 특수고용노동자 970명을 대상으로 '특수고용노동자 임금 불안정 실태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업종에 상관없이 개수임금제, 공짜노동, 각종 부대비용 및 본인 부담금 발생, 초 장시간 노동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실태를 연속 보도한다.[기자말]
많은 사람들은 우리 방문 점검원들은 프리랜서라 시간도 자유롭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하는 거 아니냐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가전방문 점검원들은 일반 노동자보다 더 일하고 있으며, 심지어 주말도 없이 일할 때도 있습니다.
우리 방문점검원 MC들은 회사와의 위수탁 계약을 맺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계약서엔 노동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사실상 회사의 일방적인 위임 계약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 가전방문 점검원은 특수고용직이기에 회사의 유니폼을 착용하고 업무에 임하고 있음에도 점검 수수료를 받는 것 외에 업무적 지원을 거의 받을 수 없습니다. 소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권을 적용받지 못합니다.
MC들의 임금이 되는 점검 수수료는 제품(계정) 점검을 건수로 계산해서 받는 체계입니다. 수수료 비율 등의 체계는 회사에서 정합니다. 하루에 9시간 이상, 한달 동안 주말도 없이 일해도 업무상 부대 비용(유류비, 통신비, 식대) 등 자비로 부담하는 고정 지출 비용을 제외하고 나면 평균 150만 원도 못받는 경우가 생기는 게 가정방문 점검원들의 현실입니다(참고 기사 : 시급이 6340원밖에 안 되는 노동자가 있다고?).
그럼에도 가전방문 점검원으로 종사하고있는 많은 MC들은 열심히 일하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또 부모로서 가족들에게 떳떳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행복한 내일을 꿈꾸며 일하고 있습니다.
SK매직 MC들은 한 달 평균 160~220개 정도의 제품을 점검하며 수많은 고객 집을 방문합니다. 회사에서 하루 배정해 주는 점검 건수들 외에도 갑작스런 제품 이상으로 긴급방문을 하는 경우도 있고, 점검 예약일을 갑자기 바꾸는 바람에 수차례 재방문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운전을 하며 고객이 요청하는 시간에 맞춰 일하다 보면 점심식사 시간도 고사하고, 사랑하는 식구들과의 저녁식사나 여가시간도 갖기가 어렵습니다.
특수한 고용을 우리는 더 이상 원하지 않습니다
▲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SK매직MC지부 조합원들 ⓒ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가전통신노조
그렇게 현장에서 분주하게 일하지만, 고객 사정으로 인해 헛걸음하고 몇 차례 재방문을 하더라도 실제로 점검 건수가 발생하지 않으면 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아무 보상이 없습니다. 만약 방문점검원이 일반 정규직이라면 월급에 모든 상황에 대한 임금이 포함될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공짜 노동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가전방문 점검원들도 노동자입니다. 회사의 유니폼을 입고 회사를 대표해서 고객 댁을 방문하고며 회사를 대표해서 회사의 제품들을 점검하며 관리하고 있습니다. 특수고용직이라는 희한한 고용상태 때문에, 우리는 회사를 위해 일하지만 회사 직원이 아닌 이상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하루 종일 쉼 없이 일해도 최저임금 이하의 수입을 받거나, 공짜 노동을 해야 하는 순간이 생깁니다. 보통 사람들처럼 여가 시간을 누리기도 쉽지 않은, 이러한 특수한 고용을 우리는 더 이상 원하지 않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그냥 우리 같은 방문점검 노동자들도 흘린 땀만큼, 노력한 대가를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전국가전통신노동조합 SK매직MC지부 임창도 지부장이 기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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