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공탁' 효과? '역사정의 시민모금' 1억 돌파
강제동원 피해자 돕기 1400여건 후원, 하루만에 7배 급증... 소액 기부 다수, 광주시장 등 동참
▲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광주·전남지역 81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3일 광주광역시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의 용기 있는 투쟁과 함께하는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정부의 ‘제3자 변제’를 거부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의 아들 박상운씨와 이춘식 할아버지의 딸 고은씨가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 안현주
일본 전범기업을 대신해 우리나라 정부의 '제3자 변제'를 거부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 원고 4인을 응원하는 대시민 모금운동에 성금이 쏟아지고 있다.
전날 외교부가 피해 원고들의 배상금 공탁 절차 개시로 모금운동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이에 자극 받은 시민들의 모금 동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 600여개 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의 모금운동 선언 기자회견이 있었던 지난달 29일 정오부터 이날 정오까지 불과 닷새 만에 모금된 총액만 1억306만2,062원에 달한다.
외교부 '공탁 발표' 이후 모금건수 208건→ 1401건
특히, 외교부가 판결금 공탁을 발표한 전날 오후 6시 이후부터 이날 정오까지 불과 18시간 동안 전체 모금건수의 85.1%에 해당하는 1,193건, 전체 모금액의 47.4%를 차지하는 4,885만2,966원이 접수됐다. 전체 모금건수와 금액에는 합쳐지지 않았지만 페이팔을 통한 해외 기부도 이어졌다.
법원이 이날 오전 외교부의 공탁을 불수리 결정하면서 '제3자 변제'를 거부하는 피해자들의 배상 절차를 서둘러 마무리하려던 외교부가 오히려 모금운동에 기름을 부은 모양새가 됐다.
모금운동에는 강기정 광주광역시장도 개인 자격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강 시장은 지난주 모금운동을 주관한 강제동원시민모임 운영진을 만나 광주지역 강제동원 피해 원고와 가족의 안부를 살피고, 이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최다액 개인 기부자는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으로 2,000만원을 쾌척했다. 안 소장은 2019년 광주로 NGO단체 강의를 왔다가 강제동원시민모임의 활동을 접하고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기부자는 강제동원 피해자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아 777만 7777원을 내놓기도 했다. 극소수의 고액 기부자를 제외하곤 1천원에서 5만원 이하의 소액 기부자들이 전체 기부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외교부, 성급하게 칼 꺼냈다가 자기 살만 베인 꼴"
▲ 3일 강제동원 피해자의 용기 있는 투쟁과 함께하는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기자회견장에서 참석자들이 양금덕 할머니의 활동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 안현주
전날 강제동원 피해 원고 4명 중 3명이 거주하는 광주·전남지역에서 81개 시민·사회단체가 모금운동 동참을 선언함에 따라 기부액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강제동원시민모임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다음 달 광복절 이전까지 10억원을 목표로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목표액 달성보다는 일제 전범기업과 한일 정부를 상대로 외롭게 싸우고 있는 고령의 강제동원 피해 원고들과 가족들의 투쟁에 힘을 보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김정은 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처장은 "외교부의 발표가 있었던 전날 늦은 오후부터 송금을 통한 기부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고령인 피해자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짓밟은 외교부의 술책에 분노한 시민들이 모금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대법원의 배상 판결까지 무시하고 일제 전범기업의 마땅한 배상 책임까지 떠안겠다는 우리 정부의 논리는 일제 식민 지배에 대한 정당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나 다름없다"며 "시민사회의 모금운동에 놀라 성급하게 공탁이라는 칼을 꺼냈다가 자기 살만 베이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 강제동원 피해자의 용기 있는 투쟁과 함께하는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모금 계좌 <농협 301-0331-2604-51(예금주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또는 페이팔(paypal.me/v194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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