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방치했는데... 광주의 '100억 투자'가 놀라운 이유
[넥스트브릿지] 지역사회 돌봄, 지자체의 역할은? '광주다움 통합돌봄'에 주목하다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 지난 6월 13일 광주다움 통합돌봄 정책포럼에 참석한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13일 오후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실에서 열린 '광주다움 통합돌봄 정책포럼'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광주광역시
지난 6월 13일 광주광역시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개최되었다. 광주시, 광주시의회, 한국사회복지학회,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이 함께 <광주시, 통합돌봄의 새로운 장을 펼치다>라는 주제로 정책 포럼을 연 것이다. 필자는 이 행사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살던 곳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돌봄·요양·주거·보건의료·독립생활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이다. 전국 16개 기초자치단체가 2019년 선도 사업지로 선정되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계별 로드맵을 제시하였다. 1단계(2018~2022년)로 선도사업 실시와 핵심 인프라를 확충하고, 2단계(2023~2025년)까지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공기반을 구축하여, 3단계(2026년 이후) 지역사회 통합돌봄 보편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방치된 정책을 건사하기 위해 나선 광주광역시
▲ 2020년 7월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자체 추진 가이드북에 기재된 '통합돌봄의 비전·과제 및 로드맵' ⓒ 보건복지부
필자가 <광주시, 통합돌봄의 새로운 장을 펼치다> 정책 포럼을 의미 있는 행사라고 말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책은 기초자치단체가 중심이므로 그간 광역자치단체의 역할이 애매했다.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는 선도사업도 중앙정부와 기초자치단체가 직접 연결되어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광역의 역할이 빠져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일부 광역자치단체는 선도사업에 선정되지 못한 지역에 '시범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적은 예산을 투입하였지만, 광주광역시의 경우 시비 79억 원, 구비 23억 원을 포함하여 연간 약 102억 원을 투입한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정부 예산이 3년 전보다 80% 줄어 국비 지원이 끊겨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사실상 폐기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둘째, '광주다움 통합돌봄'(광주+돌봄)의 추진 과정이다. 광역시, 자치구, 의회, 민간 돌봄기관, 학계 전문가 등이 협업과 현장을 기반하여 만들었으며 실행 주체인 기초자치단체의 의견을 반영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모델링 과정에서 자치구의 상황을 고려하고 의견을 반영하여 정책이 설계되었다는 점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광주다움 통합돌봄에서의 '광주다움'의 의미이다. 과연 광주다움이라 무엇일까? 광주광역시는 이에 대해 ▲공동체성(광주만의 공동체 문화,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회복탄력성(사회적 고립 해소, 사회적 관계망 회복) ▲ 공공성(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이 아닌 공적 책임, 돌봄의 사회화) ▲ 적극성(소외됨이 없게 사각지대 발굴) ▲ 신속성(긴급한 요구 상황에는 신속하게 긴급돌봄 지원) ▲ 자율성(5개 구별 특색을 가지고, 따로 또 같이) ▲ 주민력(지역사회보장계획과 궤를 같이, 주민의 힘으로)으로 설명한다. 이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왜 도입되었는지, 어떻게 실천해야 되어야 하는지를 매우 잘 보여주는 의미 규정이다.
다른 광역자치단체들도 나서야 한다
▲ 광주다움 통합돌봄을 소개하는 영상 썸네일 ⓒ 광주광역시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포럼이 복지 분야 한국 최대 학회인 한국사회복지학회가 단일 지자체와 함께 한 행사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사회복지학회 회장인 홍경준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메리 달리(M. Daly)와 제인 루이스(J. Lewis)의 말을 빌려 '돌봄이 관계'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돌봄에 지역이라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자명하다고 설명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관계는 공허하기 때문에, 관계로서의 돌봄은 지역과 함께 고민해서 실행해야 한다고 개회사에서 밝힌 것이다.
한편, 홍경준 교수의 타당한 발언에 필자의 부연을 붙여보자면 다음과 같다. 조안 토론토(J. C. Tronto)에 의하면, 돌봄은 어떤 것에 관심을 보이고 다가서는 어떤 행동이나 기질로 '관계'를 의미한다고 한다. 우리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관심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면 앞으로 광주광역시가 광주다움 돌봄을 통해 광주시민의 삶을 변화시키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올해 보건복지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예산은 35억 원에 불과하다. 2020년 177억 원, 2021년 181억 원, 2022년 158억 원 등 최근 3년에 비해 80% 이상 줄어든 수치이다. 광주광역시의 사례는 이렇게 중앙 정부가 지역사회 돌봄을 사실상 내팽개치는 상황에서 광역자치단체가 나서서 지역사회의 돌봄을 담당한 것에 해당한다. 적극적으로 광역자치단체의 역할을 찾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거듭 지방분권을 외치면서 언제까지 중앙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선도사업 혹은 시범사업을 테스트베드(Test Bed:시험무대)로 생각했으면 한다. 즉, 중앙정부의 선도사업이나 시범사업을 통해 지역에서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예산을 만들어서라도 지속해야 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필자는 복지정책은 경로이탈성보다 경로의존성이 높다고 본다. 따라서 필자는 복지정책은 이어달리기라는 표현을 종종 쓴다. 광주광역시의 사례는 그 '이어달리기'를 지속하기 위한 광역자치단체의 노력을 보여줬다. 다른 광역자치단체들도 이러한 사례를 본받아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라는 정책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필자소개 : 사회복지학박사, 현재 강남대학교 조교수로 재직중이다, 숭실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사회적기업전공 특임교수를 역임하였으며 다년간 사회복지, 사회적경제 그리고 국제개발협력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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