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관심이 출소자들을 변화시킵니다"
[인터뷰]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충남지부협의회 최태환 회장
▲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충남지부협의회 . ⓒ 최미향
지난해 하반기, 인천과 경기권 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들을 커뮤니티에 올리기 시작했다. 강력 범죄자가 출소해 걱정된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글이었다. 누리꾼들은 "작년에 나온다고 했다가 1년 미뤄졌는데, 조용히 묻히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상습적인 성범죄자라 재범 확률을 무시할 수 없다"는 등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3일 만난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충남지부협의회 최태환 회장은 이럴 때일수록 보호공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충남지부협의회 최태환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강력 범죄 사범이 출소할 시 보호공단에서 숙식제공을 받는다는 소문이 있었고, 작년 한 출소예정자가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보호공단에 입소하려고 했었죠. 입소 전 여죄로 다시 수감이 되긴 했지만, 의정부 시민들의 반발이 엄청났습니다.
의견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분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사회에 정착할 수 있게 도와주는 보호공단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흉악범죄자가 언제 이사 온 지도 모르게 내 옆집에 살고 있는 것을 뒤늦게 안다면 마음이 어떠시겠어요? 얼마나 불안하시겠어요? 하지만 출소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관리가 이루어지는 공단에 살고 있다면요? 그나마 조금은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답은 나와 있습니다. 당장 우리 지역에 그런 분들이 온다고 하면 두려움을 넘어 공포심을 갖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헌법에서 보장하는 이동의 자유를 가진 그들을 막을 방법은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보호공단만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 법무보호 사업지원비를 전달하고 있는 모습. ⓒ 최미향
- 일부에서는 출소자들을 위한 세금이 어마어마하게 투입되고 있다며, 부정적인 얘기들도 하고 있는 걸로 안다.
"법무부에서 공시하는 자료에 의하면 출소자 한 명을 관리하는데 소요되는 직·간접 비용이 연간 3000만 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 돈은 어디서 나오느냐, 당연히 세금이죠.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금이 엉뚱한 곳에 쓰인다고 하면 참 억울할 겁니다.
만약 보호공단과 자원봉사자들이 합심하여 3000만 원 미만의 비용으로 한 명의 잠재적 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했다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이익이 발생한 것이겠죠. 이게 바로 제가 보호공단과 손잡고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입니다. 국가 예산을 꼭 필요한 곳에 쓰는 중요한 범죄 예방 활동.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자 지원'이라는 선입견으로 인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많은 분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 현재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충남지부 출소자들 관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우리 공단은 흔히 말하는 '출소자'와 '보호관찰대상자'를 통합하여 '법무보호대상자'라는 용어로 통일하여 쓰고 있습니다.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신 분들의 관리는 전자발찌라든가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 등 특별한 상황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보호관찰소에서 관리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나머지 분들에 대해서는 '관리'보다는 '지원'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겠죠.
우리 같은 자원봉사자는 공단과 함께 보호대상자들이 재범하지 않고 사회 일원으로서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숙식제공, 생계비 지원, 직업훈련, 취업지원, 주거지원, 심리상담 및 자녀 학업지원 등입니다. 얘기하다 보니 우리가 하는 일이 사회복지의 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되네요. 그렇게 이해하시면 더 편할 겁니다."
- 출소자들을 취업시키고자 하지만 주저하는 사업체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보호대상자라고 해서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똑같은 사람으로 봐주기만 하면 그들도 열심히 일하며 보람을 느낄 것으로 생각합니다."
-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충남지부협의회 회장을 맡고 계시는데 얼마 전 합동결혼식에서 혼주석에 앉으셨다.
"지난해 11월이었죠. '제6회 아름다운 약속 행복결혼식'이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충남지부 주최로 한 웨딩홀에서 열렸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결혼은 했으되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모범 보호대상자 부부 3쌍의 결혼식이 열렸습니다. 매년 합동결혼식을 개최하고는 있지만, 막상 현장을 눈으로 보니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특히 신부가 행복의 눈물을 흘릴 때, 제 자녀가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뭔가 가슴 깊은 곳에서 뭉클한 게 느껴지면서 '봉사활동을 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 법무부장관 표창을 받은 최태환 회장. ⓒ 최미향
- 위에서도 언급하셨지만 합동결혼식 같은 수많은 사회공헌사업을 하고 계시다. 그래도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사회공헌사업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거창한 것 같고, 그냥 봉사활동이라고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출소자 채용입니다. 저는 현재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저희 같은 중소기업은 인력난이 생각보다 심각해요. 제가 운영하는 사업체도 예외는 아니고요.
교도소와 보호공단 충남지부에서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허그일자리지원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참여한 분들을 우리 회사에 채용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주위에서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왜 출소자를 채용하느냐', '무서워서 같이 근무를 하겠느냐'라는 말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나서지 않으면 그들이 어떻게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겠어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는 건 저로선 용납이 안 됐었죠. 결국 채용을 했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처음 시도하는 것에 대해 주위에 말은 하지 않았지만 걱정을 많이 했었죠. 하지만 기우였습니다. 지금 이분들은 저에게 있어 똑같은 직원의 한 명일 뿐입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업무에 충실하고 있는 모습에 뿌듯하기도 하고요."
▲ 최태환 회장이 보호사업지원금으로 1,000만 원을 기탁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최미향
- 꿈이 있다면.
"보호대상자들에게 '장발장'에 등장하는 신부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을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장발장을 도와준 신부님처럼 그들을 안아주고 싶습니다. 잠자리를 제공하고, 먹을 것을 내어주고, 은촛대처럼 생활비를 대신할 무언가를 제공하여 그들이 과거의 과오에서 벗어나 사회에 재적응하여 평범한 생활을 하길 바랄 뿐이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그만큼 구성원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거겠죠. 보호대상자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재범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충남지역 자원봉사자들이 약 350명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한결같이 오늘보다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바라는 분들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상자들을 지원하는 봉사활동에 열심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미약하지만 나와 이웃, 더 나아가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자로 동참하시길 희망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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