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척사에 맞선 개화사상
[김삼웅의 인물열전 - 혁명가인가 풍운아인가, 김옥균 평전 7] 민족적 위기를 맞아 자생적으로 나타난 개화사상
▲ 갑신정변 전에 찍은 개화파 사진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서광범, 세 번째가 민영익이다. 네 번째 어린이는 박용화다. 앞줄 왼쪽에서 첫 번째가 홍영식이다. 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유길준이다. 한 자리에 모여 사진을 찍었지만 급진 개화파는 갑신정변을 통해 민영익을 비롯한 민씨 정권에 칼끝을 겨눴다. ⓒ 국사편찬위원회
조선왕조 말기에 중앙요로에서 개화사상이 싹을 틔우게 되었다. '개화(開化)'라는 용어는 <주역>의 '개물성무 화민성속(開物成務 化民成俗)'에서 취한 것이다. "모든 사물의 지극한 곳까지를 궁구, 경영하여 일신하고 또 일신해서 새로운 것으로 백성을 변하게 하여 풍속을 이룬다"는 뜻이 담긴다.
이 시기 민족적 위기를 맞아 자생적으로 나타난 개화사상은 앞에서 소개한대로 오경석·박규수·유대치·이동인 등이 싹을 틔우고, 신예 김옥균과 그의 동지들에 의해 신사상으로 수용되었다. 물론 앞선 이들은 조선후기 실학파 박지원·정약용 등 실학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김옥균의 북촌 서실에는 박영교·김윤식·유길준·박영효·서광범·서재필 등 영민한 양반자제들이 모여들었고, 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릇이 큰 박규수의 사랑방으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개화파 또는 개화당이 형성된 것이다.
생태계에 간혹 같은 뿌리에서도 다른 종이 생기듯이, 개화사상도 그랬다.
"박규수의 문하에서 배출된 개화파 중에서도 김윤식 등은 김옥균·박영효 등과는 약간 다른 사상 경향을 가지고 있었다. 즉 김윤식 등을 개량적 개화파라고 한다면, 김옥균 등은 변법적 개화파라 할 수 있다." (주석 2)
개화파의 활동상은 차차 소개하기로 하고, 김옥균보다 15세 연하이던 서재필의 기록을 통해 이들 모임의 일단을 살펴본다.
내 외숙 김성근이라는 이는 그때 벼슬이 판서에 이르렀고, 김옥균이는 나보다 열다섯 살이나 위인 연장인데 내 외숙과는 일가간이 되어 가끔 놀러왔었지. 나도 외손이지만, 외편으로 친척이니까 김옥균의 집에도 가끔 간 일이 있어 서로 알게 되었고 또 내가 장원급제하였다고 치하도 하여 주고, 나를 끔직히 알아주었기 때문에 서로 약간 가까워진 것이어서 그 관계로 박영효도 알았고, 서광범은 나에게 아저씨뻘이 되나 그 역시 김옥균과는 매우 친한 친구로 다녔어. 그때 내가 제일 나이가 어렸단 말이야. 그래도 나는 늘 그네들과 같이 다녔다. (주석 3)
개화사상으로 무장한 일군의 청년들은 양반출신은 물론 중인·평민·승려·상인 등 신분과 계급을 초월하여 유능한 동지들을 규합하여 파당을 이루었다. 요즘의 표현으로는 최초의 '이념서클'인 셈이다. 당시 조선 지식인들의 이념적 지형은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1) 쇄국양이기(鎖國壤夷期)
A. 위정척사파 : 이항로·기정진·강명규·김평묵·임헌희·유중교
B. 개화파 : 김정희·유신환·최한기·박규수·강위
2) 문호개방 초기
A. 위정척사파 : 김평묵·이상수·유중교·최익현·송병준·이종기
B. 개화파 : 김윤식·박정양·김홍집·육용정·어윤중·김옥균·유길준·박영효
3) 문호개방 후기
A. 위정척사파 : 최익현·송병준·이병규·유인석·곽종석·기우만·허위
B. 개화파 : 김윤식·유길준, 이기·박은식·서재필·윤치호·신채호. (주석 4)
서구열강이 서세동점으로 조여오고 국가의 지도부는 시대착오적인 봉건유습을 고수하는 즈음에 깨어있는 엘리트들이 개화의 기치를 들고 사회(국가) 개혁에 나섰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수구보수세력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따라서 개혁은 그만큼 어렵다.
주석
1> 신용하, <개화사상>,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1)>, 620쪽, 1992.
2> 강제언 지음, 정창열 역, <한국의 개화사상>, 171쪽, 비봉출판사, 1981.
3> <서재필박사 자서전>, 82~83쪽, 서재필기념회, <서재필과 그 시대>, 18쪽, 재인용, 2003.
4> 홍성익, 앞의 책, 12~13쪽.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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