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도지사·시장·군수 취임 1년, 일터 생명안전은 후퇴"
민주노총 경남본부 '지역 지자체 안전보건 운영 실태 보고서' 통해 여러 지적
▲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6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산재 예방 조례와 안전보건관리규정의 적정성과 도지사·시장·군수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참석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 윤성효
"경남도지사와 18개 시장·군수 취임 1년, 일터 생명 안전의 후퇴를 규탄한다."
건설노동자를 비롯한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6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산재 예방 조례와 안전보건관리규정의 적정성과 도지사·시장·군수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참석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노동자와 도민은 지자체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조형래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안전보건관리규정과 산재 예방 조례는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보건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지자체의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분석 결과 현 지자체의 장의 안전보건에 대한 의지는 없었고, 이들은 안전보건관리규정의 미비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으며, 산재 예방 조례는 사문화해 버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 본부장은 "박완수 도지사는 경남도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수장으로 회의 참석률은 25%에 불과하다. 다른 지자체가 무엇을 보고 배울까 싶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지자체가 발주하는 공사 현장에서 크고 작은 산재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실태를 언급한 정순복 건설노조 경남건설기계지부장은 "건설현장의 지자체 발주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산재를 줄이기 위해 누구보다 지자체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재 예방 조례는 사문화시켜 버렸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경남지역 지자체의 안전보건 운영실태를 분석해 발표했다. 지자체장들이 2022년 7월 취임한 뒤 노동자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벌이고 있는지 살펴본 것이다.
김 국장은 도지사·시장·군수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보위) 참석 여부부터 따졌다. 경남도는 지난해 3/4분기부터 올해 3/4분기 사이 모두 네 차례 열린 산보위에 도지사는 1회 참석했다. 최근 경남도 도로관리사업소에서 발주한 벌목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오수관로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2명이 사망이 김해에서는 3차례 열린 산보위에 시장이 1회만 참석했고, 지난 2일 도서관 증축공사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남해에서는 군수가 3차례 중 1회, 벌목 작업으로 인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천에서는 시장이 4차례 모두 참석했다.
굴착기 중대재해가 발생한 산청에서는 군수가 산보위 3차례 가운데 1회, 발주 공사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창원에서는 시장이 3차례 중 1회만 참석했고, 합천군은 코로나19가 종료된 시점에도 서면 회의를 진행했다. 김병훈 국장은 진주시에 대해 "시장이 아닌 부시장이 산보위의 사용자 대표로 돼 있다"며 "이는 사실상 법률을 위반한 채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경남지역 지자체장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참석 여부. ⓒ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부분 지자체의 안전보건관리규정에 대해 김병훈 국장은 "남해·하동·함안·산청군은 안전보건총괄 책임자를 별도로 지정하게 돼 있으나 이는 법률과 대치된다"며 "산업안전보건법(제62조)에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보건관리조직에서 안전보건총괄책임자 대한 업무가 빠져 있는 지자체도 있었고,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직무·활동에 관한 사항 조항은 경남도와 사천시를 제외하고는 빠져 있으며, 작업지휘자 배치는 경남도를 제외하고는 모든 시군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김 국장은 "위험성 평가 항목 수정 보완 및 작업환경측정 등에 관한 사항 등 필수적으로 포함돼야 할 항목들이 빠져 있는 등 현재의 안전보건관리규정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바가 포함되지 못해 고용노동부에서 시정 명령을 통해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노동안전보건조례의 적정성과 관련해선 "고용노동부 표준안을 근거로 비교해 봤을 때 경남지역 지자체의 조례는 매우 부실했다"며 "진주시, 밀양시, 함양군, 합천군은 해당 지역의 시민과 군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례 자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 12월 지자체에 산재예방매뉴얼을 배포한 바 있다.
김 국장은 "중요한 지자체의 책무를 명시하지 않는 지자체는 9곳이었고, 지자체형 안전보건지킴이가 없는 지자체는 거창군, 양산시, 김해시 3곳이었으며, 산업안전보건센터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는 모든 지자체가 없었다"면서 "안전보건 지킴이 사업 조례가 있는 12개 지자체 중 경남도와 창원시만 운영하고 있었고, 다른 지자체는 운영 실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경남에서 사고성 사망자가 많았다. 2022년 한 해 동안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75명이다. 창원은 사고성 사망자수가 22명으로 경남 전체의 29.3%를 차지하고, 다음으로는 김해 8명(10.7%), 산청 7명(9.3%)였다.
김병훈 국장은 "사고 사망 만인율은 산청군이 가장 높았으며, 거창군이 그 뒤를 이었다"면서 "경남에서 전체 평균 이상인 지자체는 사천시, 밀양시, 거제시, 함안군, 창녕군, 고성군, 하동군, 산청군, 함양군, 거창군, 합천군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한 것은 지자체의 안전보건 의무가 시행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됏지만, 여전히 지자체의 안전보건사업 노력은 매우 부족한 현실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전보건관리규정과 산재 예방 조례는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보건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지자체의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 만약, 전임 지자체 장이 만든 것이 부족하다면 즉각 수정·보완하는 노력을 통해 현 지자체의 장의 안전보건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에 '지자체 안전보건관리규정 시정 명령' 요구
▲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6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산재 예방 조례와 안전보건관리규정의 적정성과 도지사·시장·군수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참석 여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 윤성효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회견문을 통해 "지자체장이 바뀐 지 1년이 지나고 있다. 2022년 한 해만 지역에서 노동자 75명이 사고성 재해로 사망했다"며 "2023년에도 노동자의 죽음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자체에서 발주한 곳에서 노동자들은 더욱 더 위험에 처해 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최소한 고용노동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예시조차 참고하지 않고, 주변 지자체의 틀린 답안지를 참고해서 만들어졌다"며 "더욱 참담한 것은 안전보건지킴이 사업이 조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남도와 창원시를 제외하고는 운영조차하지 않고 있다. 경남도와 창원시는 형식적 운영으로 그치는 모양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지자체장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기본 중의 기본인 안전보건관리규정의 적절성, 산보위 참석, 조례의 적절성과 집행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법적 요구조건도 만족하지 못하는 안전보건관리규정을 전면 수정해야 하며, 관련 조례는 새롭게 안을 만들어 해당 의회에서 수정해야 한다"면서 "산보위에 제대로 참석하지 않은 지자체장들은 사과하고 참석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고용노동부에 '경남지역 지자체 안전보건관리규정 시정 명령 요구서'를 전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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