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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 '회피 연아' 유인촌의 귀환... 이래서 기용했나

장관급 대통령 문화체육특보에 임명된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과거

등록|2023.07.06 21:02 수정|2023.07.06 21:02
 

▲ 윤석열 대통령은 6일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에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임명했다. 사진은 지난 3월 연극 '파우스트' 연습실 공개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하는 유인촌 전 장관. 2023.7.6 ⓒ 연합뉴스



단순히 '욕설 장관'의 귀환 정도로 볼 일이 아니다. 유인촌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 임명은 문화·예술을 좌우로 나누어 이념 편향적으로 지원하고, 자유로운 여론 형성의 장을 겁박하던 이명박 정부 시절의 패악이 재연될 우려를 부르기에 충분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이라는 장관급 직책을 신설하고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임명했다. 유 특보는 그동안 윤 대통령에게 문화·예술계 정책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 공식 직함을 달고 나서게 됐다.

지난 2008년 국회 국정 감사장에서 기자들을 향해 "사진 찍지 마, 에이 씨~ 찍지 마!", "성질이 뻗쳐서 정말, XX 찍지 마!"라고 외쳐 놀라움을 안기고, 문화부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학부모에게 "학부모를 왜 이렇게 세뇌시켰지?"라고 하는 등 그의 거친 입은 이미 유명하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진기자들을 향해 욕설을 하고 있다. 2008.10.24 ⓒ YTN 화면 촬영


2010년 3월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마친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귀국 현장에 마중 나간 유인촌 당시 문화부 장관이 김 선수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껴안으려고 하자 김 선수가 뒤로 물러서며 거부하는 듯한 몸짓을 했다. 이 동영상은 '회피 연아'라는 제목을 달고 널리 퍼졌는데 문화부가 동영상 유포자를 고소했다.

결국 문화부가 고소를 취하하긴 했지만 시민 8명이 경찰 수사를 받은 뒤였다. 고소 취하 전에도 유 특보는 김 선수를 껴안을 생각이 없었다, 동영상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 동영상 유포자들의 사과를 요구했다.

시민과 언론을 향한 공격으로 유 특보는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이명박 정부 초대 문화부 장관으로 3년간 재임했고, 2011년 7월엔 이명박 대통령의 문화특보로 임명돼 영향력을 유지했는데 이번에 또 대통령의 특보가 된 것이다.

진보 성향 인사 찍어내고, 문화예술인 단체 지원금 끊고

유 특보에겐 문화부 장관 임기 내내 '정권의 홍위병'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공직에 있던 진보 성향 문화 예술인들을 찍어내는 데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3월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면서 "끝까지 자리에 연연한다면 재임 기간 어떤 문제를 야기했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할 수밖에 없다"며 문화예술계 물갈이를 예고했다.

2008년 11월 문화부는 임기 만료를 1년여 앞둔 김윤수 국힙현대미술관장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같은 해 12월 임기가 1년 9개월 남은 김정헌 문화예술위원장을 해임했다. 2009년 5월엔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 문화부 표적 감사에 반발해 사퇴하자 교수직까지 박탈했다.
 

▲ 1일 오후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경기도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에 도착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현관에서 기다리던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08.4.1 ⓒ 권우성


이같은 '진보 성향 인사 찍어내기'는 결국 법원에서 모두 위법하다는 판결을 확정받았다. 2011년 1월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선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유인촌 장관 시절 벌어진 김정헌 전 위원장과 김윤수 전 관장 등 산하 기관장 해임에 대해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사퇴를 압박하고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면직한 윤석열 정부의 행보와 유 특보의 과거 행적이 유사성을 보이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보면, 유인촌 특보 기용의 의도가 엿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제18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특정 산업의 독과점 구조, 정부 보조금 나눠먹기 등 이권 카르텔의 부당 이득을 우리 예산에서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서 낱낱이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2024년도 예산안에서 정부 보조금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것이다.

지난 2010년 한국문학평화포럼, 한국작가회의,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 여러 진보 성향 문화예술단체에 가던 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진흥기금이 뚝 끊겼다.

이에 앞선 2009년 4~7월 감사원은 국회의 요구에 따라 민간단체 보조금 사용을 감사해 179개 단체 532억 원의 위법 부당 사례를 적발해 국회에 통보했다. 당시 문화부는 "'민간단체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규정' 마련과 함께 보조금 예산편성 단계부터 대상 사업에 대한 필요성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여 2011년 예산 요구에 바로 반영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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