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성폭행, 그리고 투신까지... "온라인 커뮤니티도 자정해야"
[이영광의 '온에어' 258] MBC < PD수첩 > 박종은 PD
▲ MBC <PD수첩>의 한 장면 ⓒ MBC
지난 4월 서울의 강남 고층 빌딩에서 어느 10대 소녀가 투신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투신보다 과정이 더 충격적이었다. 왜냐면 유튜브 라이브를 켜고 투신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좀 더 들어가 보니 온라인 사이트 안에 있는 우울증 게시판이 문제였다. 도대체 거기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지난 4일 MBC < PD수첩 >에서는 '달콤한 덫, 우울증 갤러리-누가 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가?' 편이 방송되었다. 4월 투신한 10대 소녀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우울증 갤러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용자와 전문가 등을 추적했다. 취재 이야기 듣기 위해 지난 5일 서울 상암 MBC에서 해당 회차 취재한 박종은 PD를 만났다.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
"유난히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회차라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 회차였습니다.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힘든 친구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까 저도 거기에 감정 이입을 해서 많이 정서적으로 지쳤던 것 같아요."
- 우울증 갤러리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되셨어요?
"제가 저번에 '전두환의 숨겨진 재산, 전우원 모자(母子)의 고백' 편을 잖아요. 그때 제가 현장 취재하느라 4월 16일에 투신 사건이 있었다는 걸 놓쳤거든요. 근데 그 편 방송하고 기사를 찾아보다 보니까 우울증 갤러리가 엄청 큰일이었더라고요. 투신 라이브 영상도 우연히 보게 됐거든요. 영상도 보니까 도대체 왜 이랬을까라는 안타까움에서 시작했어요."
- 방송에도 나왔지만, 우울증 갤러리 문제가 이슈화된 후 이용자도 늘었잖아요. 혹시 방송 때문에 더 늘어나는 건 아닌지 고민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맞아요. 아무래도 저번에 투신 사건 영상 나오고 우울증 갤러리 유입이 몇 배가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방송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거 아닌가라는 걱정도 했는데요.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 이용자들도 우울증 갤러리에서 일어나는 행동들이 잘못됐다는 걸 알아야 된다는 게 강했어요. 약 오남용하는 거나 성적으로 당하는 것도 잘못되고 그렇게 가면 안 된다는 걸 인식하는 친구들이 별로 없어 보이더라고요. 본인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 굉장히 안 좋고 굉장히 인생 전체를 망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좀 알려주고 싶어서 한 거죠."
- 처음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우울증 갤러리를 오래 한 친구 중에 여기에 약물 오남용이 심하다는 걸 제보한 친구부터 만나봤었어요."
- 만나보니 어땠나요?
"그 친구도 인터뷰 전에 (마)약 먹고 왔더라고요. 그래서 되게 나른하고 졸려 보였어요. 자기가 약을 먹고 한숨 자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첫 인터뷰가 약 먹고 온 친구를 인터뷰해서 독특한 경험이었어요."
▲ 박종은 PD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영광
- 그럼, 김현지 씨 이야기 접했을 땐 어땠어요?
"김현지 씨 이야기 처음 접했을 때 다양한 소문들이 있었어요. 방송에 담기 힘든데 성매매했다든지 임신했고, 낙태했다든지 등의 안 좋은 얘기들 제보를 많이 받았었어요.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그 어린아이가 도대체 어떤 상황에 처했길래 그렇게 안 좋은 환경이 있었을까 했는데 그걸 들으니까 투신까지 가게 될 수도 있었겠다는 게 일부분 이해는 되더라고요."
- 왜요?
"중학교 2, 3학년밖에 안 됐는데 성인들에게 성매매를 당하고 그다음에 낙태를 두 번 하고 그때 당시도 임신한 상태였다는 말도 있어요. 심리적으로 안 좋은 상태에서 그런 일들을 당하면 당연히 누구라도 극단적인 선택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거죠."
- 왜 투신을 라이브 켜고 할까요?
"저희도 그걸 전문가한테 물어보니까 자기의 죽음을 전시하는 효과라고 하더라고요. 그 다음에 그 친구들은 죽고 나서 많은 사람이 자기의 죽음에 관해서 얘기하면 죽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니까 죽음 후와 죽음 전 구분을 잘 못하는 상태라고 하더라고요."
- 혹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혼동하는 걸까요?
"자기가 죽으면 끝이잖아요. 그렇게 생각해야 되는데 죽고 나서 남들이 자기 얘기를 많이 하면 그게 마치 자기가 살아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 아동·청소년의 우울증이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히 늘어났던데 이유는 뭘까요?
"우울증 자체가 증가한 거는 3년간의 코로나19 펜데믹 영향이 컸다고 생각해요. 사람과의 직접적인 만남과 소통이 제한되고 특히 청소년 같은 경우에는 학교도 못 가고 하다 보니까 또래 관계가 무너지잖아요. 한창 또래 문화를 형성해야 될 나이에 그게 무너졌다는 게 꽤 크다고 생각해요."
- 우울증 갤러리에 14초마다 글이 올라온다던데 주로 어떤 내용이에요?
"우울증 갤러리는 진짜 다양한 얘기들이 올라오거든요. 근데 정말 쓸데없는 얘기도 있죠. '오늘 뭐 먹지 뭐 먹을까'란 글에 댓글도 달고 아무 생각 없이 말을 배설하는 듯한 글들도 올라오거든요. 성적인 글이나 약에 대한 글들도 올라오지만, 그냥 욕 같은 너무 의미 없는 글들도 많이 올라와요. 그런 게 짧은 시간 내에 계속 올라온다고 보시면 돼요."
- 우울증 갤러리 많이 하는 게 익명성 때문일까요?
"저희도 처음에는 익명성 때문에 우울증 갤러리가 이렇게 성행하나 했었거든요. 실제로도 한 50% 이상의 영향은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단순히 그 외에도 다른 영향들은 많을 것 같아요."
- 다른 영향이라면 뭐예요?
"우연의 영역도 있는 것 같고, 페이스북이 한창 뜨거웠다가 되게 가라앉았는데 요즘 청소년들이 다시 페이스북을 쓴대요. 왜 그러냐고 물어봐도 그냥 이유 없이 페이스북으로 갑자기 모인다고 해요. 근데 요즘 아이들은 되게 카카오톡을 안 쓴대요. 카카오톡을 안 쓴 이유가 남들이 너무 많이 써서 나는 싫다는 거예요. 우울증 갤러리도 처음부터 이렇게 핫하지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DC 갤러리 자체가 약간 B급 마이너였는데 그런 걸 좋아하는 청소년 문화들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박종은 PD ⓒ 이영광
- 김현지 씨가 투신할 때 우울증 갤러리를 접으라고 하잖아요. 왜 했을까요?
"아무래도 본인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우울증 갤러리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후회가 됐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거기서 남자를 만났고 거기서 만난 친구들을 통해서 성매매도 했으니까요. 그 일이 없었으면 자살까지 안 가지 않았을까라는 걸 담고 있는 말 아닐까 싶습니다."
-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을 것 같아요.
"심리적으로 위로를 얻는 데 도움이 됐다고 얘기 해요.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는 나쁜 쪽으로 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아직도 좋다는 사람들도 있고요.
여성 같은 경우에는 만나는 패턴이 정말 똑같았어요. 우울증 갤러리에서 인스타 아이디를 공유하고 1대1 DM을 하고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처음부터 성적인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되게 위로 같은 걸 해주고 어느 순간 모텔에 가서 술 한잔하다가 돌변한 거예요. 이게 너무 계속 반복되고 여러 명한테 일어나고 그렇게 당했는데 또 당하고 이게 공통적으로 여성 피해자들한테서 발견되는 증상이에요."
- 우울증 갤러리에는 여자 청소년이 많나요?
"저희가 통계를 내보지 않았는데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남녀로 나왔을 때 여자는 미성년자가 많고 남자는 20, 30대가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 왜 그럴까요?
"모르겠어요. 그 남자 2, 30대 중에는 우울증이 없는 사람들도 많다 그랬거든요. 일종의 노리고 들어오는 거죠. 그런 심리적으로 불안한 친구한테 달콤한 말 해서 성관계를 해보려는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 그럼 왜 남자 청소년은 적을까요?
"갤러리 자체에서 글을 달면 댓글을 달아줘요. 근데 남자 청소년을 달면 댓글을 잘 안 달아준대요. 미성년자 여성 우울증 갤러리 유저가 글을 올리면 댓글이 엄청 달리고 관심 많이 받는대요."
- 오프라인에서 인정 못 받고 외로우니 하는 걸까요?
"그렇죠. 우울증이 기본적으로 애정 결핍과 동반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하더라고요. 우울증 없는 남자들한테는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겠지만 거기 가는 여학생들 같은 경우 우울증이 있으면 애정 결핍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분은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우울증 갤러리에서 오프라인 팸 문화가 있던데 거기서 그루밍이 이뤄진 건가요?
"팸 문화 자체는 그루밍은 아니고 1대1로 만났을 때 그루밍은 확실하게 있죠. 팸 문화 자체는 모여서 술이나 약을 많이 하는 문화고 거기서 만난 사람 중 1대1로 떼어져 나와서 그루밍과 성범죄가 발생하거든요."
- 김서연(가명) 씨가 스스로 지키는 방법을 자기를 혐오하는 거라고 하는 게 마음 아프던데 그럴까요?
"저도 인터뷰를 하면서 너무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는데 그 인터뷰 내용을 보고 전문가분은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아 하고 그게 자기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피해자 입장에서 남은 컨트롤이 안 되는 사람이잖아요. 근데 자신은 컨트롤 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계속 자기 탓을 한대요."
▲ 박종은 PD ⓒ 이영광
- 우울증 갤러리 폐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DC 갤러리 부회장 말은 어느 커피숍에서 범죄 모의했다고 그 커피숍 폐쇄해야 하냐는 건데.
" 생각에는 그 커피숍에서 범죄를 모의했다가 아니라 커피숍이 만약 동네 단골 가게면 그 동네 단골 가게 사람들이 정말 매일매일 오는 데인데 계속 그 사람들이 죽어 나가요. 근데 다 커피숍에서 뭔가 이야기가 이루어졌다면 커피숍 사장님이 당연히 생각해야죠. 근데 커피숍 비유 자체도 웃기다고 생각해요.
커피숍이라기보다 일종의 동네 술집인데 동네 술집에서 모여 술 마시고 나가서 사람들이 계속 매달 죽어 나간다고 생각 해보세요. 그러면 그 동네에서 술 파는 사람이라면 동네 장사 하는 사람이라면 책임감을 느끼고 왜 우리 가게에서 술 마시고 나가서 사고가 계속 생길까 생각하겠죠. 그리고 하다못해 경찰이나 구청에 신고해서 안전하게 동네를 만들 생각을 해야죠. 그걸 '나는 술만 팔았지. 술 마시는 놈들 잘못이야'라고 하는 사람은 동네 장사할 자격이 없죠."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나요?
"제가 취재하면서 많이 얘기했던 건데 대한민국 청소년의 바닥을 봤다고 생각해요. 정말 가장 안 좋은 상황과 안 좋은 상태에 있는 청소년들을 3, 4주 만났는데 너무 슬프고 절망스럽고 순간적으로 또 훈계에서 혼내고 싶을 정도로 화도 나는 등의 감정이 계속 섞이는 느낌이었거든요. 설명하기 힘든 감정들이 들 정도로 그런 아이템이었던 것 같아요."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을까요?
"김현지 씨가 죽었을 때 같이 있었던 최 씨가 성폭행도 했잖아요. 저희와 인터뷰하고 이틀 있다가 한 거예요. 저희도 엄청 충격을 받았죠. 그래서 이 사람을 다시 만나 추궁해야 하나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그때가 취재 막바지이기도 하고 너무 많은 나쁜 놈들이 있으니 추가 되기도 힘들어서 일단은 넘어갔는데 그 부분이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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