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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중 붕괴' 광주 화정아이파크, 14일 철거 돌입

'붕괴' 201동 포함 전체 8개 동 철거, 2027년 입주...현대산업개발 "신뢰 회복 계기 삼겠다"

등록|2023.07.11 12:15 수정|2023.07.11 16:48

▲ 지난해 1월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현장의 올 초 모습. ⓒ 현대산업개발 제공


신축 중 붕괴사고가 났던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잔존 건물 해체(철거) 작업이 이르면 오는 14일 시작된다.

2022년 1월 붕괴 사고 발생 18개월 만으로,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사고가 난 201동을 포함한 전체 8개 동을 모두 철거한 뒤 재시공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현대산업개발은 11일 오전 광주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건설 현장에서 해체계획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시공사 측은 날씨 등 변수가 없다면 오는 14일부터 철거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철거를 위한 인허가 절차는 광주시 서구 승인을 거쳐 마무리됐으며, 철거 전문업체 2곳이 철거 전문 감리업체의 감리 아래 진행될 것이라고 시공사는 덧붙였다.

철거는 101동부터 시작된다.

철거를 위한 가시설 설치와 중장비 반입 등 사전 작업이 일정 부분 진행된 상태다. 철거는 철거 대상물 최상층부에 중장비(굴삭기 등)를 투입, 1개 층씩 해체된다. 1개층 철거에 약 2주가 소요될 것으로 시공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현장에서 현대산업개발 관계자가 해체(철거)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김형호


철거는 건물 외벽, 내벽, 슬래브(바닥) 등 한 개 층을 철거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순서로 진행된다. 콘크리트 파쇄물 등 철거된 자재는 일정량이 쌓이면 지상으로 운반된다.

가장 고난도 작업은 외벽 해체

철거 작업 가운데 난도가 높은 것은 외벽 해체다. 낙하물 발생 가능성 때문이다. 현장 주변은 상업시설이 밀집한 도심 한복판이다. 외벽 철거는 공업용 다이아몬드가 박힌 와이어(줄)을 이용한 장치로 잘라낸 다음, 슬래브로 옮겨 잘게 부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이때 각도 계산과 줄을 통한 고정 작업을 거쳐 낙하물 발생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시공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체 8개 동 철거 작업은 2025년 5월까지 완료 계획이라고 시공사는 밝혔다. 이어 재시공에 들어가 오는 2026년 12월 골조공사 재건축 완료, 2027년 12월 입주 목표라는 일정표를 제시했다.

현대산업개발은 당초 2019년 5월 17일부터 2022년 11월 30일까지 42개월 간 1236억원을 투입해 2만 2138㎡ 부지에 지하 4층~지상 39층짜리 아파트 8개 동(847세대)을 지을 계획이었다.
  

▲ 11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해체계획 설명회에서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이 타 현장 공사 진행 사진을 예로 들며, 외벽 절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김형호


부실공사 대가...신뢰 추락에 재무적 손실만 3420억원

하지만 붕괴 사고로 인해 2027년 12월까지 61개월 공기가 늘어났다. 시공사 측은 붕괴 사고로 인한 손실분을 3420억 원으로 잡고 재무적으로 이미 반영한 상태다.

사고 현장 책임자 격인 현대산업개발 A1 추진단 호명기 단장은 "도심 속 고층건물 전체 동 철거라는 유례 없는 해체 작업에 대한 지역민과 국민의 관심과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이번 해체작업을 통해 사고로 실추된 회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붕괴 사고는 신축공사가 진행 중이던 2022년 1월 11일 오후 3시46분 발생했다. 전체 8개 동 가운데 201동에서 사고가 났다. 201동 39층 바닥부터 23층 천장까지, 거실과 안방·주방에 해당하는 내부 구조물과 외벽이 연쇄 붕괴했다. 이 사고로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 2022년 1월 11일 신축 중 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장소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사진. 201동 39층 바닥부터 23층까지 내외부 구조물 일부가 연쇄 붕괴하면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빨간 선 안쪽이 붕괴된 곳이다. ⓒ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보고서


  

▲ 2022년 1월 11일 신축 중 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배치도. 201동 39층 바닥부터 23층까지 내외부 구조물 일부가 연쇄 붕괴하면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보고서


검찰은 2022년 4월과 7월, 붕괴 사고 책임을 물어 사고 당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와 현장소장을 비롯해 시공사·하청업체·감리사 등 공사 관련자 17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시공사 등 법인 3곳에 대해선 양벌규정에 따라 주택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현장 소장 등은 안전 관리 책임이 있는데도 하부층 동바리(지지대)를 설치하지 않은 채 공사가 진행되게 지시하거나 방치해 붕괴 사고를 유발, 인명 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시공사 대표이사들은 현장 품질 관리자를 법정 인원보다 적게 배치하거나 다른 업무를 겸직시켜 콘크리트 품질 시험 등 공정 전반의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결과적으로 붕괴사고를 발생시킨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전문가 분석 등을 토대로 붕괴의 원인을 ▲구조 검토 없이 하중에 영향을 미치는 데크 플레이트(철근 일체형 거푸집) 및 콘크리트 지지대 설치 ▲39층 바닥 타설 시 하부 3개층 지지대 철거 ▲콘크리트 품질 및 양생(콘크리트 타설 뒤 굳을 때까지 관리하는 작업) 부실 관리라고 판단했다.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1년 6개월이 지났고, 검찰이 사고 책임자들을 재판에 넘긴 지 1년 이상 지났으나 1심 선고는 아직 내려지지 않고 있다.
 

▲ 이르면 오는 14일 전체 8개 동 가운데 가장 먼저 철거가 시작될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101동의 11일 현재 모습. 최상층부 '101'이라고 쓰인 가림막 안에 가설된 설비(RCS)가 위 아래로 움직여 작업자 발판 구실을 하며 해체 공사를 돕는 설비다. ⓒ 김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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