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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바보될 수 없다" 분노 쏟아진 양평군 주민설명회

국토부 사업 백지화 선언 이후 첫 행사... "당파싸움 안돼, 빨리 추진해야" 목소리도

등록|2023.07.11 18:47 수정|2023.07.11 18:47

▲ 경기 양평군이 11일 오후 양서면 중동리 대아교회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관련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 박정훈

  
"우리한테 너무 가혹한 거 아니냐. 한번은 몰라도 두 번 바보가 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여론 수렴했다면 불만 없었을 것이다."
"백지화 된 거 살리는 게 먼저 아니냐."


경기 양평군이 11일 오후 양서면 중동리 대아교회에서 연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주민설명회 현장. 국토교통부의 사업 백지화 선언에 분노한 참석자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날 설명회가 진행된 양서면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안이 2021년 4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할 당시 종점으로 제시된 곳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서 양평군 양서면으로 계획됐지만, 강상면으로 종점 계획이 변경된 후 노선이 전면 재검토됐다.

이 과정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변경된 종점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일가에 재산상 특혜를 주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1안 원했다" - "예타안 반대"
 

양평군은 이날 주민설명회에서 강하면에 IC를 설치하고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양평군 제시 대안과 기존 예타안 등의 노선안을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군 관계자의 설명이 끝나자 한 참석자는 "예타안 검토 단계에서 노선 (변경)설계 부분은 검토하지 않았느냐"며 "노선안을 둘러싼 현재의 혼란한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한번은 몰라도 두 번은 바보가 될 수 없다"며 "우리 실정을 봐주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서면이 종점인 원안과 새롭게 제시된 강상면안을 두고 주민들의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한 남성은 "우리는 1안을 원했는데 2,3안은 말하지 말라"며 "주민 선동하지 말고 한목소리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마이크를 잡은 또 다른 남성은 "강상면안을 군에서 최종검토하는 걸로 안다"며 "그럼 이쪽(양서면) 교통해소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계2리 이장과 증동리의 한 여성 주민은 "IC 없이 교각을 세워 고속도로 분기점을 놓으면 마을 위로 지나가 소음, 분진 때문에 쑥대밭이 된다"며 양서면이 종점인 예타안을 반대한다고 했다.
     

▲ 경기 양평군이 11일 오후 양서면 중동리 대아교회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관련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 박정훈

 

▲ 경기 양평군이 11일 오후 양서면 중동리 대아교회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관련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전진선 양평군수 ⓒ 박정훈


최종안 위치에 상관 없이 사업을 서두르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도 많았다.

한 주민은 "백지화 된 거 살리는 게 먼저 아니냐"고 말했고, 국수3리 이장은 "양평에서 1조 원 넘는 국책사업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우리와 후대를 위해 정당·당파싸움은 안 된다"며 "여야를 떠나 살기 좋은 양평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 정당한 사업이라면 1안이든 3안이든 추진해야 한다. 왜 여기서 쌰우냐?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양평군 관계자는 "각자의 생각을 다 반영할 수는 없지만 전체 다수의 의견을 들으려고 한다"며 "양평군 사업이었다면 주민설명회 먼저 했겠지만 국토부 사업이고, 국토부가 공개한 노선안을 가지고 이달 6일 주민설명회를 열려고 하다가 시끄러워지니까 취소하고 사업 백지화가 됐다"고 설명했다.

전진선 양평군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군민들의 뜻을 정부에 전달해 사업이 신속히 추진되게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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