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티 피프티 계약 분쟁... 이대로 가면 공멸 뿐이다
[주장] 사실상 놓친 골든타임... 중소돌의 기적, 일장춘몽 되나?
▲ 피프티피프티 ⓒ 어트랙트
중소 연예기획사 소속으로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진입해 화제를 모은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가 각종 법적 분쟁의 중심에 놓이면서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11월 데뷔한 4인조 피프티 피프티는 올해 2월 발표한 노래 'Cupid'가 빌보드 Hot 100 싱글 차트에 진입해 최고 17위까지 오르는 깜짝 인기를 얻었다. 초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들도 해내기 어려운 빌보드 상위권 등장에 많은 음악팬들은 "중소돌의 기적"이라면서 찬사를 보냈고 뒤늦게 국내 음원 순위에서 역주행하는 전무후무한 사례를 탄생시켰다.
그런데 호사다마랄까? 5월 멤버 아란의 수술로 잠시 팀 활동이 휴식기에 접어든 후 한 달여 만인 지난 6월 23일부터 이들의 앞길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소속사 어트랙트에선 "외부 세력이 멤버 강탈하려 했다"라고 주장해 파문을 야기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은 6월 27일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는 음반 프로듀싱을 담당했던 안성일 더기버스 대표 외 3인 고소했다.
소속사 vs 가수, 그리고 외주 업체... 복잡한 분쟁 양상
위에서 소개한 과정을 살펴보면 피프티 피프티를 둘러싼 잡음은 기존 계약 분쟁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띠고 있음이 목격된다. 보통 소속사 vs 소속 연예인 사이 정산 및 기타 사항을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는 데 반해 이번엔 또 다른 업체(더기버스)까지 포함되면서 사안이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엔 피프티 피프티 음반 제작 과정이 일반적인 방식과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가수 음반을 제작하게 된다면 소속사에서 모든 부분을 책임지고 진행하기 마련이었지만 피프티 피프티는 외부 업체인 더기버스에서 프로듀싱을 전담했다. 과거 지오디(god)가 싸이더스 소속이었지만 JYP에서 프로듀싱을 했던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흔한 방식은 아니지만 음반 제작에 대한 역량이 대형 업체 대비 부족할 수밖에 없는 영세 회사 중에는 종종 외부 프로듀서(업체)와 협업하기도 한다. 피프티 피프티 역시 이 방식을 취했고 결과는 익히 알려진 바대로다.
가수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여론
어트랙트는 더기버스가 멤버들을 빼가려고 했다는 입장인 데 반해 더기버스는 워너뮤직코리아의 '레이블 딜' 제안을 어트랙트에 전달했으나 어트랙트에서 상장을 희망해 이를 거절했다고 반박하는 등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그룹 멤버들은 정산이 불투명했고 멤버의 건강 상태도 외부에 발설했고 지금까지 우리에 대한 지원도 부족했다는 입장을 변호인을 통해 공표한 상태다.
지난주 전속계약 효력정지가처분 신청 1차 심문이 이뤄지면서 피프티 피프티를 둘러싼 법적 다툼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일단 사안이 조금이라도 정리되려면 가처분에 대한 법원 결정부터 나와봐야 하는 터라 어느 한쪽의 우세 등을 예측하는 건 현재로선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른다. 다만 피프티 피프티라는 그룹에 대한 대중들의 여론이 결코 우호적이진 않아 보인다는 점은 향후 활동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보통 계약 분쟁이 발생하면 각종 커뮤니티, SNS, 기사 댓글 등에서 가수를 지지하는 견해가 자주 목격되는 등 팬들은 약자라고 생각되는 연예인들을 응원해온 것이 지난 수십년에 걸친 연예계 계약 분쟁의 전례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반대로 가수 보단 기획사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중심을 이루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각종 언론 등의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골든 타임은 이미 놓쳤다" 이대로 가면 모두 공멸
정산의 불투명을 거론하기엔 이제 데뷔한 지 1년도 안 된 그룹으로는 아직 이른 시기라는 점, 중소기획사라는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아티스트 지원 부분 논란, 멤버 가족에 의한 팀 이름 등에 대한 상표권 등록 시도 등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많은 이들이 가수 측에 대해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고 팬덤도 쌓인 팀의 사례에선 계약 분쟁 발생시 팬들의 응원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때론 여론을 주도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피프티 피프티에겐 그럴 만한 팬덤이 존재하지 않는다. 멤버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저 팀명, 노래 한 곡만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상황.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시점에서 발생한 지금의 사태는 이 그룹에 대한 이미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수, 배우, 예능인 등 연예인에게 이미지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한번 잘 만들어진 긍정적 모습은 해당 인물에 대한 호감도를 키우고 인기를 지속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안좋게 비춰진다면 이를 바로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영영 바로잡지 못한 채 사라지게 만드는 칼이 되기도 한다. 현재 피프티 피프티를 둘러싼 모양새는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태 해결을 위한) 골든타임은 이미 놓쳤다"라는 조심스런 의견을 내비치기도 한다. 지금이라도 봉합되지 않고 이대로 간다면 남는 건 '공멸'뿐이다.
2022년 11월 18일 피프티 피프티 데뷔
2023년 2월 24일 싱글 < The Biginning : Cupid > 발매
2023년 3월 27일 빌보드 Hot 100 차트인
2023년 4월 13일 빌보드 진입 기념 기자 간담회
2023년 5월 2일 멤버 아란 수술 후 휴식기 돌입
2023년 5월 16일 '큐피드' 빌보드 Hot 100 차트 17위
2023년 5월 26일 영화 <바비> OST 참여 발표
2023년 6월 23일 어트랙트, "외부 세력이 멤버 강탈하려 했다" 주장 파문
2023년 6월 26일 워너뮤직코리아 "피프티 피프티 멤버 강탈? 사실무근… 유감"
2023년 6월 27일 어트랙트,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 외 3인 고소
2023년 6월 28일 피프티 피프티, 19일자로 어트랙트에 전속계약 효력정지가처분 제기
2023년 6월 29일 더기버스, 법적 대응 예고
2023년 7월 3일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 피프티 피프티 200억 바이아웃 녹취록 공개
2023년 7월 3일 더기버스 바이아웃 녹취록에 대해 반박
2023년 7월 5일 피프티 피프티 전속계약 효력정지가처분 신청 1차 심문
2023년 7월 5일 피프티 피프티, 팀명+멤버명으로 상표권 등록
2023년 7월 7일 어트랙트, 안성일 대표 추가 고소
2023년 7월 10일 인터파크뮤직 "스타크루 선급금 90억, 피프티 피프티 투자금액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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