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수 증가한 부천영화제, 성공요인 몇 가지
[부천영화제 결산] 6만 관객 시대 진입, 안정적인 환경 돋보여
▲ 지난 6월 29일 개막해 7월 9일 막을 내린 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부천영화제 제공
지난 9일 막을 내린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집행위원장 신철, 이하 부천영화제)을 찾은 전체 관객은 모두 14만 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화관람은 6만7274명이었고, 행사 참여 및 전시관람객은 7만9980명이었다. 부천영화제 초기 뜨거웠던 열기를 연상시킬 만큼 관객의 호응이 많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4대 영화제로 불리는 주요 영화제들이 대부분 어수선한 상황에서 부천영화제의 성공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이뤄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부산영화제는 심한 갈등을 겪었고, 전주영화제는 낙하산 집행위원장 논란으로 독립영화 단체 대표자들이 보이콧 했다. 제천영화제는 전임위원장이 과도한 예산 사용으로 인해 해임된 후 새로운 집행위원장이 선임됐다.
2018년 선임된 신철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어렵게 영화제를 치르기도 했으나 5년이 지나면서 초기 우왕좌왕하던 모습은 사라졌고 전반적인 행사가 무난하게 진행됐다. 27회를 이어오며 집행위원장이 7번이나 바뀌며 행사의 연속성이 약했던 부천영화제의 약점이 개선된 모습이다.
대표적인 것이 개막식을 비롯해 주요 행사가 열린 부천시성 잔디광장에 설치한 돔(대형텐트)이었다. 장마 기간 피할 수 없는 비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었다. 지난해 임시 천막을 설치했으나 쏟아지는 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진전된 모습이었다.
1만 명 이상 늘어난 관객
▲ 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야외 이벤트 행사. ⓒ 부천영화제 제공
재미있는 장르 영화의 축제라는 점에서 관객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올해 부천영화제가 가장 자랑할 만한 부분이다. 부천영화제 평균적인 관객은 5만 안팎 정도다. 국내 영화제 관객은 제천영화제가 3만, 전주영화제가 7만, 부산영화제가 20만 안팎이 일반적인 수치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1만 이상 늘어나 6만 대 관객을 돌파했다는 것 자체가 부천영화제의 성장을 엿보게 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불가피했던 온라인 상영을 이어간 것도 관객 증가에 한몫한 모습이다. 부천영화제 측에 따르면 극장 관람은 3만9365명으로 지난해 3만4214명보다 5천 명 이상 늘었다. 온라인 관람도 1만9379회로 지난해 1만5721회보다 3500회 이상 증가했다. XR(확장현실) 관람객 역시 1500명 이상 늘어나면서 전년 대비 18.2%의 관객 증가율을 보였다.
시민과 관광객을 위해 준비한 야외 행사도 관객 증대에 도움이 된 모습이다. 장르영화를 내세우는 특성을 최대한 살려 개최한 다양한 이벤트가 좋은 성과를 낸 것이었다. 일례로 최민식 배우 특별전 행사로 현대백화점 중동점에서 진행된 '최민식을 보았다' 전시에 2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으면서 전시회가 1주일 연장되기도 했다.
▲ 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서 관객들의 환호 속에 레드카펫으로 입장하고 있는 최민식(맨 왼쪽), 안성기(가운데), 박중훈 배우. ⓒ 부천영화제 제공
'배우 특별전'의 주인공 최민식 배우는 올해 부천영화제 개막식에서 안성기 배우를 가운데 놓고 박중훈 배우와 나란히 레드카펫으로 입장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해 주기도 했다. 한동안 투병으로 고생했던 안성기 배우를 향한 예우에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개막선언을 위해 단상에 오른 조용익 부천시장도 "안성기 배우의 쾌유를 기원한다"면서 다시 한번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 박수를 유도해 한국영화의 살아있는 전설에 대한 예우를 갖춘 것도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아시아의 중심으로
아시아영화의 중심으로서 역할이 강화된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5월 칸영화제에 이어 2개월 만에 부천에 다시 모인 아시아 영화인들은 공동 협력을 놓고 깊이 있는 토론을 이어갔다.
일본에서도 한자리에 모이는 것을 보기 어렵다는 도에이와 도호영화사가 부천영화제 포럼에 참석해 한일영화산업에 대해 논의한 것도 특별했다. 꼼꼼하게 정리해서 공개한 아시아 각국 영화산업 현황에 대한 찬사도 이어졌다.
아시아영화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은 올해 부천영화제의 두드러진 성과였다. 지금까지 부산영화제가 아시아영화의 제작과 협력을 주선하는 역할을 했으나, 부천영화제 역시 일정 부문 역량이 갖춰져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 27회 부천영화제에서 진행된 '메이드 인 아시아' 포럼. ⓒ 부천영화제 제공
영화산업 전환기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영화+'를 새로운 키워드로 제시해 웹툰‧소설‧K-POP 등 다양한 문화형식과 영화의 융합을 탐색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도 의미있는 행보였다.
올해 부천영화제의 성과는 오랜 시간 꾸준히 이어온 프로그램들이 정착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안목의 중요성을 인식시켰다. 장르영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NAFF 프로젝트는 해마다 참가자가 늘어나며 인기를 누렸고, 원천 스토리 발굴 및 인재 양성과 교류의 장인 '괴담 캠퍼스' 역시 주목도를 높였다.
다만 이런 상승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느냐는 부천영화제의 과제다. 정치적으로 영화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려는 시선과 예산을 지원하는 지자체의 개입 의지 등이 여전해 전반적인 환경이 만만치 않다. 이런 문제에 지혜롭게 대처하면서 독립적인 영화제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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