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 아이파크 '반쪽 철거, 재시공' 논란
'붕괴' 201동 포함 전체 8개 동 지하주차장, 상가층 제외...서구청은 주민 의견 수렴없이 '승인'
▲ 2022년 1월 11일 붕괴사고가 일어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현장 모습. 사고 현장 왼쪽이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이다. 2022년 1월 13일 촬영. ⓒ 오마이뉴스 안현주
신축 중 붕괴사고가 났던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잔존 건축물 해체(철거) 작업이 당초 알려진 8개 동 전면 철거가 아니라, 일부 층을 제외하고 추진키로 결정된 사실이 12일 뒤늦게 알려졌다.
붕괴사고가 난 201동을 포함한 전체 8개 동의 지하주차장과 상가(1~3층)는 철거 범위에서 제외한 채 재시공 작업이 이뤄진다는 내용이 담긴 안전관리계획서를 광주시 서구는 입주예정자 등에 대한 설명 없이 지난 3월 승인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1일 오전 화정아이파크 현장에서 언론을 상대로 해체계획 설명회를 열었다.
이르면 14일 철거 작업이 개시된다는 설명과 함께 철거 공법, 분진 및 소음 최소화 대책, 철거 및 재시공 일정 등을 설명했다.
동영상과 사진, 표 등이 포함된 사전 준비 자료를 제시하며 향후 계획을 설명한 뒤 질의 응답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사고 현장 책임자 격인 현대산업개발 A1 추진단 호명기 단장은 "도심 속 고층건물 전체 동 철거라는 유례 없는 해체 작업에 대한 지역민과 국민의 관심과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이번 해체작업을 통해 사고로 실추된 회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언급했다.
▲ 방대한 자료와 설명 속에 묻힌 철거 범위지난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현장에서 현대산업개발 관계자가 해체(철거)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시공사 측은 전체 8개 동 가운데 지상 주거 부분만 철거 후 재시공 대상에 포함된다는 내용(사진 속 파란 줄)을 사전 준비한 자료에 담았으나, 지하주차장, 지상 1~3층 상가부분은 제외된다는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12일 뒤늦게 논란이 일고 있다. ⓒ 김형호
그러나 이같은 발언은 하루만에 식언으로 바뀌었다.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붕괴 사고가 난 201동을 포함한 전체 8개 동을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는 게 아니라, 일부 층은 철거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이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다.
지난 11일 해체계획 설명회 당시 철거 대상 범위에 변경이 없느냐는 질문이 나오지 않은 이유는 전면 철거 재시공 방침을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직접 나서 천명한 바 있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겠다" 식언이었나
붕괴사고 발생 넉달 만인 지난해 5월 정몽규 회장은 사과문을 발표하며 "화정동의 8개 동 모두를 철거하고 새로 아이파크를 짓겠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설명회 당시 화면을 통해 제시된 자료에는 철거 범위에 대해 '본 구조물 8개 동 지상 주거부분'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방대한 자료와 설명 속에 주목받지 못했다.
사실상 건축물의 뿌리가 되는 하부 층이 철거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입주 예정자들을 비롯한 지역사회 반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현대산업개발 측은 "해체 범위와 관련해 입주예정자, 광주시민여러분께 혼선을 드린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13일 진행 예정인 해체계획설명회를 통해서 입주예정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해체 범위에 대해서 계속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 2022년 1월 11일 신축 중 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장소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사진. 201동 39층 바닥부터 23층까지 내외부 구조물 일부가 연쇄 붕괴하면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빨간 선 안쪽이 붕괴된 곳이다. ⓒ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보고서
▲ 2022년 1월 11일 신축 중 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배치도. 201동 39층 바닥부터 23층까지 내외부 구조물 일부가 연쇄 붕괴하면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보고서
시공사 뿐 아니라 인허가기관인 광주시 서구의 대응도 문제로 지적된다.
'반쪽 철거'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해체계획서(엄밀히는 해체계획이 포함된 안전관리계획서)를 살피는 과정에서 입주예정자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시공사 측 신청과 전문기관 협의만을 거쳐 지난 3월 승인해줬기 때문이다.
서구 관계자는 "201동을 포함한 전체 8개 동 가운데 지상 주거부분만 철거한다는 계획이 담긴 안전관리계획서를 지난 3월 승인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는 전문적 사안으로 전문기관(국토안전관리원)과 감리의 검토를 거쳐 승인됐다. 입주예정자 등 주민 의견 수렴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는 신축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22년 1월 11일 오후 3시46분 발생했다. 전체 8개 동 가운데 201동에서 사고가 났다. 201동 39층 바닥부터 23층 천장까지, 거실과 안방·주방에 해당하는 내부 구조물과 외벽이 연쇄 붕괴했다. 이 사고로 노동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검찰은 2022년 4월과 7월, 붕괴 사고 책임을 물어 사고 당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와 현장소장을 비롯해 시공사·하청업체·감리사 등 공사 관련자 17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시공사 등 법인 3곳에 대해선 양벌규정에 따라 주택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전문가 분석 등을 토대로 붕괴의 원인을 ▲구조 검토 없이 하중에 영향을 미치는 데크 플레이트(철근 일체형 거푸집) 및 콘크리트 지지대 설치 ▲39층 바닥 타설 시 하부 3개층 지지대 철거 ▲콘크리트 품질 및 양생(콘크리트 타설 뒤 굳을 때까지 관리하는 작업) 부실 관리라고 판단했다.
붕괴 사고가 일어난 지 1년 6개월이 지났고, 검찰이 사고 책임자들을 재판에 넘긴 지 1년 이상 지났으나 1심 선고는 아직 내려지지 않고 있다.
▲ 이르면 오는 14일 전체 8개 동 가운데 가장 먼저 철거가 시작될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101동의 11일 현재 모습. 최상층부 '101'이라고 쓰인 가림막 안에 가설된 설비(RCS)가 위 아래로 움직여 작업자 발판 구실을 하며 해체 공사를 돕는 설비다. ⓒ 김형호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