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인명피해 커지는데, 윤 대통령 우크라 전격 방문
총리에 "총력 대응" 지시하고... '가치 외교' 이미지 만들기
▲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빈급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키이우 인근의 부차시 학살현장 추모공간에 방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인도적 구호품을 포함한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2023.7.15 [대통령실 제공] ⓒ 대통령실 제공
나토 정상회의와 폴란드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했다. 같은 시각 한국 충청·경북·전북 지역에는 홍수와 산사태 등으로 사망·실종 등 피해가 속출했는데 대통령이 외교 성과 만들기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15일 오전(동부유럽 일광절약시) 우크라이나 키이우 서쪽 부차시와 이르핀시를 둘러봤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사자 추모의 벽에 헌화하고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에 '가치 연대'라는 의의를 부여해온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나토 정상회의에서 "저와 대한민국은 우크라이나 국민의 자유가 완전히 복원되는 그 날까지 여러분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번 방문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 '가치 연대'와 '자유'를 지향하는 자신의 외교가 헛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천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또 폴란드와 협력해 우크라이나 재건에 한국 기업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진해왔는데,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이를 더욱 진척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논의에 따라 그동안 지뢰 제거 장비나, 의료 후송 차량 등 인도적 지원을 넘어서지 않았던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살상 무기 제공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같은 시각 한국에선 집중 호우로 인한 재해와 피해가 이어진 상황. 윤 대통령이 서둘러 귀국해 재해 대책을 챙기는 대신,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자신의 외교 정책 성과물 만들기에 주력한 데에는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한국시각으로 15일 오후 4시 30분 경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 우크라이나 도착 즉시 국내의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및 대처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군·경 포함, 정부의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하여 재난에 총력 대응해달라'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폴란드 일정을 마무리한 14일 밤(한국 시각 15일 오전) 이미 경북과 충청 지역에서 산사태가 여러 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시각으로 15일 오전 6시(한국시각 15일 정오) 경에는 사흘 동안 폭우가 이어진 경북에서만 산사태와 홍수 등으로 사망 12명, 실종 1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폴란드 일정을 마친 윤 대통령에게는 우크라이나 행을 포기하고 귀국을 선택할 이유와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지만, 우크라이나를 택한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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