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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가 매료된 판화,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칼맛, 간접성 지닌 매력... 융복합 예술 아닐까

등록|2023.07.17 14:42 수정|2023.07.17 14:42
판화라고 하면 흔히 초등학교 때 타이어 냄새나는 검정 고무판에 그림을 그린 후 뭉뚝한 조각칼에 이렇게 저렇게 열심히 파보다가 콕 찔려 아팠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 같습니다.

지금 어른들의 어린 시절은 안전교육이 조금 부족했었나 싶으면서도, 외려 지금은 다칠 것 같은 작업은 시도하지 않는 거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혈의 작업(?)의 누명을 쓰고 있는 이 고무 판화가 실은 시대의 대가인 피카소가 가장 사랑했던 미술기법이었답니다. 피카소가 썼던 방식은 초등시절 그 검정색의 고무판은 아니었고, 고무 소재로 된 리놀륨 이라는 재료였습니다.

피카소가 판화를 사랑했던 이유는 오리지널 판화의 특징을 잘 이해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지금부터 판화의 특징 세 가지를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판화의 매력 두 가지
 

▲ Pablo Picasso, Buste de Femme au Chapeau, linocut in colours, 1962 ⓒ 화성시민신문


첫째, 판화는 칼 맛이 있습니다. 판화에서 볼록판 기법은 조각칼을 사용하여 이미지 부분을 파내게 되죠. 이 때 요철(凹凸)이 생기게 됩니다. 이미지를 조각칼로 파낸 요철 부분은 붓으로 그림을 그릴 때와는 다른 압력과 깊이 그리고 칼의 모양과 속도에 따른 흔적으로 남게 됩니다.

나중에 이 흔적을 안료를 이용해 찍어내는 과정에서 이 모든 요소들이 다 찍혀 나오게 되는데 이것을 판화의 칼 맛이라고 표현합니다. 피카소가 매료되었던 것도 직접적인 표현 뿐 아니라 칼과 압력에 의한 여러 가지 표현 요소들이 작품에 표현 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죠.

둘째는 간접성입니다. 판을 만들고 판화용 안료를 이용해 새겨진 이미지를 찍어내게 되는데, 이 때 손으로 찍는 것보다 프레스기의 센 압력을 이용해서 찍으면 아주 강렬하게 찍혀져 나옵니다.

캔버스에 직접 그려낸 그림과는 다른 깊이를 낼 수가 있는데요, 보통 종이가 안료를 흡수하기도 하고, 때로는 수성안료와 유성안료의 반발작용 등 이런 과학적인 작용들을 이용하는 작가들도 많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잘 이해하고 찍어 내도, 찍히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표현되기도 합니다.
 

▲ Pablo Picasso, Portrait de Jacqueline au Chapeau de Paille, linocut in colours, 1962 ⓒ 화성시민신문


판화는 판의 이미지와 찍혀져 나온 결과물과 이미지가 반대로 찍혀지게 되므로(공판화 기법은 바르게 나옵니다.) 얼굴이나 특히 텍스트 같은 부분은 제판 과정에서부터 신경을 많이 써서 작업이 되고는 합니다.

드로잉 후 바로 캔버스에 페인팅 하는 방법과는 또 다르게, 드로잉->판각 혹은 제판->테스트 프린트->판 다듬기-> 프레스기로 찍어내기->건조 라는 여러 단계의 작업과정과 안료의 특성까지 모두 파악해서 작업을 해야 하니, 판화는 그야말로 융복합 예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간략하게 오리지널 판화의 특징에 대해 말씀드려보았는데요, 오리지널 판화와 카피된 인쇄그림의 퀄리티는 비교 할 수 없다는 것 잘 아실 수 있겠죠? 최근 작가들의 작품을 대량으로 판매하거나 대가들의 카피본 그림을 판화로 불리는 것은 다른 용어이니 이 글을 읽으신 독자 여러분은 작품 감상이나 구입시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 듯 합니다.
 

▲ 홍익대학교 미술학 박사 판화전공 안유선 ⓒ 화성시민신문


안유선
現) 문화예술전문교육기관 호기심연구소 이사장,
개인전 9회,
국내외 단체전 50 여회
공모전 수상 11회
갤러리 인사아트 외 다수의 국내외 미술관에 작품소장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안유선 문화예술전문교육기관 호기심연구소 이사장입니다.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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