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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 치솟는 마음... 제 야근의 주범은 동료들입니다

다그치고 재촉하고 기다리고... 직장에서 소진된 에너지를 충전하는 곳

등록|2023.07.23 10:16 수정|2023.07.23 10:16
도서관 치유 글쓰기 프로그램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입니다. 20대(Z), 30대(M), 40대(X)까지 총 6명의 여성들로 이뤄진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편집자말]
내가 하는 업무 중 대부분은 직원들의 자료를 취합하여 편집 과정을 거친 후 하나의 보고서로 만들어 제출하는 것이다. 최종 제출 날짜가 정해져 있다보니 혼자 준비하는 기간보다 직원들에게 자료를 요청하고 취합하는 기간을 더 길게 두고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번에도 3주 전부터 미리 공지하고 혹시 잊을까 봐 수시로 또 공지했다. 제출일 전날까지 다시 한번 제출 공지를 한 후에 담당 팀장들에게도 재차 강조를 하였다.

나를 야근 시키는 동료들
 

▲ 너무나 태연하게 나에게 일거리를 던져 놓고 자신은 퇴근을 한다. ⓒ elements.envato


아침 출근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편집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의자에 앉아 받은 쪽지함을 여는 순간 가슴 한가운데에서 "욱" 하고 짜증이 확 올라왔다. 한 팀만 서류를 제출하고 들어온 쪽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제출기한을 지키지 않는 직원들에게 실망을 하면서 한 명 한 명 전화를 걸어 빨리 제출하라고 다그치는 일로 나의 업무는 시작되었다. 그나마 제출한 서류는 오타, 폰트, 글씨 크기가 제각각이고 예산서 합산이 맞지 않거나 항목이 누락되어 있어 수정 요청을 또 해야 했다.

이렇게 되면 서류의 글자 하나하나, 숫자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확인을 할 수밖에 없다. 오후 내내 틀린 것이 없는지 확인하는 작업과 요청한 자료를 기다리는 시간으로 하루를 보내고 만다. 또 한번 "욱" 하고 짜증이 확 올라와 정수리가 뜨근뜨근해지는 걸 느낀다.

이렇듯 나의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동료들에게 다그치기, 재촉하기, 자료 기다리기로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어야 한다. 문제는 그러고 나면 기분도 안 좋아지고 어깨도 욱신욱신 아프다.

그나마 재촉을 해서 근무시간 내에 서류가 취합이 되면 감사해야 할 정도다. 퇴근시간에 맞춰서 제출하고 그냥 퇴근하는 직원이 있다. 취합해서 편집하고 하나의 보고서를 완성해야 하는 사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근무시간만 생각하고 가는 사람. 너무나 태연하게 나에게 일거리를 던져 놓고 자신은 퇴근을 한다.

'나도 그냥 퇴근해버릴까' 싶어도 정해진 마감 날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녁에 받은 자료의 오타를 수정하고 폰트, 글자 크기를 통일해서 맞추고 합산 점검하고 하나의 문서로 편집하면서 야근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마감날짜가 촉박해지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작은 실수에도 예민해지고 때때로 분노하는 나를 발견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를 차분하게 성찰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모임 멤버들이다.

정화 되고 치유 받는 곳
 

▲ '신당동글친구들'이란 글쓰기 모임. ⓒ 최은경


평소 모임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다. 신당동글친구들이란 글쓰기모임,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모임, 사회복지사 독서모임, 사회복지사 학습모임 등을 열심히 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이 모임을 언제 다 하느냐며 놀라지만 이 모임들이 있어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정도로 나에게는 힐링의 시간을 만들어주는 모임이다.

고전을 읽으면서 "나 혹시 난독증인가?" 할 정도로 이해를 못해 위축되기도 하지만 나를 지지해주고 공감해주는 모임의 구성원들 덕에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다. 나 역시 다른 사람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위안과 위로를 얻는다. 그러는 사이 내 마음도 한결 차분해지면서 정화가 되는 기분이다.

글쓰기모임을 통해서는 글을 쓰고 낭독하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들으면서 그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다. 가끔은 글 속의 상황이 내가 겪은 것처럼 함께 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주제에 따라 에피소드를 나누었을 뿐인데 모임이 끝나고 나면 긴머리를 단발로 한 것처럼, 세신사에게 몸을 맏겨 때를 민 것처럼 가슴 깊은 곳까지 상쾌한 기분마저 든다.

사회복지사 학습 모임도 그렇다. 하나의 주제로 박진감 넘치게 토론하면서 반대 의견을 거침없이 이야기를 들어도 섭섭하거나 기분 나쁘기보다 내가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게 신기할 정도다. 보이지 않는 믿음이 있어 가능한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에너지를 얻고 활력을 되찾는다. 이렇게 나만의 정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직장에서도 유연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오늘도 회사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받은 상처들을 안고 위로와 사랑의 이야기가 있는 그들을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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