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8월부터인데... 녹색 민방위복 교체 난감한 지자체
행안부 개편방안 마련, 충남만 비용 10억원 남짓... "굳이 큰돈 들여 바꿔야 하나" 비판도
▲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를 찾아 산사태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충남의 한 지방의원은 최근 소속 군청 관계자로부터 옷 치수를 묻는 전화를 받았다. 행정안전부가 오는 8월부터 현재의 노란 민방위복을 녹색(그린)으로 바꾸기로 했다며 옷 치수를 묻는 전화였다.
행안부는 지난 6월 국무총리 소속 중앙민방위협의회의 심의를 거쳐 '민방위복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민방위기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오는 8월부터 바뀐 녹색 민방위복을 입도록 한 것이다. 또 오른팔에는 태극기, 왼팔에는 소속 기관명을 달도록 했다.
한 민방위복 제작업체 관계자는 "현재 200벌 정도 주문을 받아 놓은 상태인데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을지연습 전까지 제작할 수 있는지를 묻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자재가 이달 말에나 도착할 예정이라 8월 둘째 주나 돼야 제작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답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각 시군에서는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대전충남 지역의 경우 업체별로 한 벌 당 5만 원에서 5만 9000원까지 가격이 형성돼 있는데 예산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가도 당초 예상했던 한 벌당 3만 원의 두 배에 달한다. 공무원 100만 명을 기준으로 민방위복을 바꾸려면 500억 원에서 59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충남의 경우 도 본청 2300여 명(소방직 제외), 시 군청 1만 6000여 명 등으로 모두 1만 8000여 벌이 필요하다. 교체 비용만도 10억 원 남짓에 이른다.
충남도 관내의 한 시청 관계자 A씨는 "예산 부담으로 우선 8월 을지연습 기간에 입을 수 있도록 지방의원들과 간부 공무원 등 필수 요원 위주로 우선 교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지방의원도 있다. 조상연 당진시의원은 "확인해 보니 지난 2005년부터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고 있다"며 "바뀐 민방위복은 기능성과 편의성이 더 높다고 하지만 현재 입고 있는 민방위복도 멀쩡하고 큰 불편함이 없는데 큰돈을 들여 굳이 바꾸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교체하더라도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간부공무원이 아닌 신입 공무원부터 교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충남 부여군 사는 오아무개씨(52)는 "내가 사는 부여는 물론 전국이 물난리로 난리인데 큰돈을 들여 민방위복을 바꾸는 게 그리 급하고 중하냐"며 "그런 돈 있으면 이번 수해로 피해를 본 농가에나 쓰게 달라"고 말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행안부에 문의한 결과 언제까지 교체하라는 시한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각 기관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차근차근하도록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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