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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피해지역의 끔찍한 공통점... 산림청 무슨 짓 한 건가

[최병성 리포트] 논산 납골당 산사태, 임도가 주범...안전 위협하고 국토 파괴하는 산림청, 이권 카르텔

등록|2023.07.19 14:26 수정|2023.07.19 14:26

▲ 충남 논산시 양지추모원 납골당. 와르르 무너졌다. 건축물을 떠받치던 기둥만 허공을 향하고 있다. ⓒ 최병성


와르르 순식간에 무너졌다. 뒷산이 붕괴되며 엄청난 양의 토사가 건축물을 덮쳤다. 지난 14일 산사태가 발생해 4명이 매몰되었던 충남 논산시 양지추모원 납골당이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신고 1시간 30분 만에 매몰자를 모두 구조했으나 70대 부부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결국 사망했다. 함께 매몰됐던 손자와 사촌 여동생은 다발성 골절로 중상을 입었다.
  

▲ 산사태가 논산 양지추모원을 덮쳤다. 붕괴된 건물 좌측 뒤편에 임도부터 시작된 산사태 흔적이 보인다. ⓒ 최병성


납골당 건물을 붕괴시킨 산사태는 왜 발생한 것일까? 산사태가 시작된 지점을 자세히 살펴보자. 산림청이 만든 임도가 무너지며 산사태를 일으켰다. 임도가 정확하게 납골당 방향으로 무너져 내렸다.
 

▲ 임도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납골당으로 무너져 내렸다. 좌측 동그라미가 임도에 매립된 배수관이고, 우측 동그라미는 배수관이 무너져 떠내려간 것이다. ⓒ 최병성

 

▲ 납골당을 붕괴시킨 임도 산사태가 3곳에서 발생했다. 3곳의 산사태 모두 납골당을 향하고 있다. 산림청이 임도에 매립한 배수관 방향이 모두 납골당이기 때문이다. ⓒ 최병성


산사태로 납골당을 덮친 임도는 3곳이었다. 첫 번째 임도 산사태는 납골당의 대기실을 덮쳤다. 두 번째 산사태 임도는 납골당 본관 뒤편을 덮쳤다. 엄청난 양의 빗물과 토사가 납골당 창과 문으로 밀려들었다. 납골당 1층은 초토화되었고 현관까지 토사 더미가 산을 이루었다. 다행히 납골당에 봉안된 유골은 2층과 3층에 모셔져 있어 피해를 입지 않았다. 3번째 임도 산사태는 납골당의 좌측을 향했다. 납골당 주변 산책로를 초토화시키며 깊은 계곡을 만들었다.
 

▲ 2번째 임도 산사태가 납골당 본관 뒤편을 치고 들어왔다. 1층이 박살나며 토사와 집기류가 현관 앞에 가득 쌓여있다. ⓒ 최병성

    

▲ 2번째 임도 산사태가 납골당에 밀려 들어와 1층 건물이 초토화되었다. ⓒ 최병성

   
임도 산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왜 임도가 무너진 것일까? 임도 입구 입간판에 산림청이 새겨져 있었다. 산림청은 산림관리와 산림보호를 위해 임도를 만들었다고 적어놓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임도로 인해 산림이 파괴되고, 임도를 따라 산불이 이동하고, 임도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며 국민의 생명을 빼앗고 있다.
 

▲ 산림을 보호한다며 산림청이 만든 임도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 최병성


임도를 따라 올라가 무너진 곳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납골당이 붕괴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산림청은 산림을 관리한다며 나무를 자르고 경사진 산림을 깎아 도로를 만들었다. 임도를 가로질러 배수관을 매립해 빗물이 경사진 아래쪽 숲으로 흘러내리게 했다.
 

▲ 임도가 무너져내린 곳에 배수관 하나가 보인다. 이곳에 연결되었던 배수관 하나는 납골당을 무너트린 뒤 마당에 뒹굴고 있다. ⓒ 최병성


임도가 없으면 나무와 숲을 통해 천천히 흘러내린다. 그런데 산림청이 나무를 자르고 길을 내자 빗물이 한 곳으로 집중하며 대형 산사태를 만들어 내게 된다.

빗물이 임도를 가로지르는 배수관을 통해 납골당 방향의 경사진 아래쪽으로 쏟아졌다. 납골당 방향의 경사면이 패이기 시작했고, 결국 배수관이 묻힌 임도까지 붕괴되며 엄청난 양의 토사가 납골당을 덮친 것이다.

초토화된 납골당에 나뒹굴던 배수관의 정체가 궁금했다. 임도에 올라가서야 그 출처를 알 수 있었다. 임도 아래 묻혀 있어야 할 배수관이었다. 임도가 붕괴되며 토사 더미와 함께 납골당까지 떠내려간 것이다.
 

▲ 산속 임도에 있어야 할 배수관이 임도 붕괴로 인한 산사태와 함께 납골당으로 떠밀려왔다. 산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 최병성


카카오맵 항공사진을 살펴보니 2018년에 임도가 만들어졌다. 산속에 임도만 만들어진 게 아니다. 2018년 울창했던 산림을 싹쓸이 벌목한 현장이 급격하게 늘었다. 그 결과, 산림청이 벌목과 숲가꾸기한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며 아래 지역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 2018년 산림청이 임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임도만이 아니다. 울창했던 산림을 싹쓸이 벌목한 흔적이 항공사진에 잘 나타나 있다. ⓒ 카카오맵


붕괴된 납골당 인근의 숲가꾸기 현장. 어린 소나무를 가득 심었지만 빗물에 무너지며 밭을 덮쳤다. 어린 소나무는 뿌리가 얕기 때문이다. 만약 토사가 바로 옆 주택을 덮쳤다면 인명 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다.
 

▲ 산림청의 숲가꾸기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현장이 너무 많다. ⓒ 최병성


임도와 벌목, 그리고 숲가꾸기 등 산림청의 무분별한 산림경영이 산림을 초토화시키고 이로 인한 산림 재난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임도가 산사태 주범인데 반복되는 이유

2011년 7월, 경남 밀양시 상동면 양지마을 산사태로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되었다. 이 산사태 역시 산림청의 임도에서 발생했다. 2011년 7월 10일 자 <연합뉴스> 기사 "산사태 참변 밀양 양지마을..'참혹한 폐허'로"는 산사태 원인이 임도라며 다음과 같이 주민들의 증언을 보도했다.
 
주민들은 이번 산사태가 3년 전 마을 위에 난 임도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64)씨는 "마을 위에 도로가 나기 전에는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이 같은 피해가 난 적이 없는데 임도가 나면서 산사태가 발생했다"며 "당시 바위와 나무들이 쏟아져 내려오던 소리를 상상하면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며 치를 떨었다.

'충주시 상산마을 주변 임도 산사태의 발생 원인 분석'(2022.3)에 따르면, '2011년 밀양시 양지마을의 산사태뿐 아니라 2013년 강원도 춘천시와 밀양시 일대의 산사태, 2014년 전라북도 고창군 성산면의 산사태 모두 임도로부터 유발된 산사태였다'고 강조하고 있다.
 

▲ 2000년 8월 충주시 천둥산 주변에 36곳의 산사태가 발생했다. 대부분 임도에서 발생한 산사태였다. ⓒ 서용석


특히 이 보고서는 2020년 8월 충주시 상산마을 주변에 발생한 산사태 39개소를 분석한 결과, 벌목한 지역의 산사태 3개소와 시료 채취가 불가능한 6개소를 제외하고 무려 30개소가 임도와 상관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임도가 산사태 주범임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 2021년 7월 위 보고서에 언급된 충주시 상산마을 산사태 현장을 돌아보았다. 산사태로 무너진 임도 복구공사가 한창이었다. 복구공사 현장엔 어김없이 ○○산림조합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임도를 건설하며 돈을 벌지만, 임도가 산사태로 무너지면 부실 공사에 대한 책임 추궁과 처벌은 받지 않는다. 오히려 복구공사 한다고 또다시 막대한 돈을 번다.
 

▲ 2000년 8월 충주시 상산마을 주변 임도가 줄줄이 마을로 무너져 내렸다. ⓒ 최병성

 

▲ 무너진 산사태 복구 현장마다 산림조합 안내판이 있었다. 산사태 복구는 산림조합의 돈잔치였다. ⓒ 최병성


이 작은 상산마을 주변에 무너진 임도 산사태 복구 공사비가 무려 250억 원이었다. 산사태가 발생하면 산림조합들에 돈 잔치가 벌어진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던 것이다.

한 산림전문가는 "산사태가 발생하면 비용의 타당성 산출 없이 막대한 복구비가 떨어지고, 더 놀라운 것은 복구공사 후엔 산사태 복구비가 초과되었다며 추가 공사비를 더 타낸다. 초과 공사비에 대한 심사조차 없다"고 임도 건설과 산사태 복구공사에 숨어 있는 어두운 이권을 지적했다.

막대한 이권이 걸려있는 임도 사업

최근 산림청이 산불 진화용 임도라고 이름을 바꾸어 곳곳에 새로운 임도 건설 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름을 바꾼 이유가 있었다. 산림청에 정보공개 청구해 보았다. 산불 진화용 임도는 1km 건설에 3.3억 원으로 예산 지원이 더 많다. 임도 폭을 조금 넓히면서 예산을 더 많이 타낸 것이다.
 

▲ 산불 진화용 임도를 만든다며 1km에 3억 3000만 원 넘는 돈을 지원받는다. 그 결과 산림은 황폐화되고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 증가한다. ⓒ 산림청


임도가 산사태 주범임은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일인데도 산림청이 임도를 자꾸 만들어 내는 이유는 산림조합을 먹여 살리는 큰 이권이 걸린 사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임도 건설 사업은 모두 그 지역의 산림조합들이 도맡아 한다. 그런데 막대한 국가 예산을 지원하는 임도 사업의 타당성 조사와 결정을 치산기술협회가 한다. 임도 건설의 결정적 권한이 치산기술협회에 있다. 이 협회 회장은 전임 산림청장이 맡고 있다. 지금 치산기술협회 회장은 최병암 전 산림청장이다.

최병암 회장도 산림청장 재임 시절 임도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남성현 산림청장 역시 임도가 산불 진화의 핵심이라며 임도 건설에 목을 매고 있다. 임도가 있어도 산불을 끄지 못하고, 오히려 임도가 산불을 확산시키고 있음에도 산불이 국민을 속이기 가장 쉽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훼손한 곳에서부터 산사태 발생

붕괴된 납골당에서 조금 떨어진 충남 논산의 또 다른 산사태 현장. 임도에서 시작된 산사태가 민가를 덮쳤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 보았다. 정확하게 임도에서부터 산사태가 시작되었다.
 

▲ 논산에 또 다른 임도 산사태 현장. 임도에서부터 산사태가 시작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최병성

  

▲ 이곳 역시 임도에서 산사태가 시작되며 아래쪽에 위치한 주택을 덮쳤다. ⓒ 최병성


이곳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한 토사가 마당을 휩쓸고 집을 덮쳤다. 예쁜 꽃들이 피어있던 정원과 정겹던 마당이 붉은 토사로 난장판이 되었다. 마침 집에 있던 가족들이 산사태 소리에 놀라 할머니를 대피시켰다. 인명사고가 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무너진 곳과 엉망이 된 곳을 복구하느라 모든 가족이 매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산사태의 주범인 산림청과 산림조합 관계자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임도 산사태로 밭은 토사로 뒤덮였고 집과 마당은 엉망이 되었다. ⓒ 최병성


비가 많이 왔기 때문에 산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사태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훼손한 곳에서부터 발생한다. 특히 산림청의 임도가 대형 산사태의 주범이 되고 있다. 이제 산림청의 모든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산림청 예산이 많을수록 더 많은 재난의 현장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산사태의 주범은 산림청만이 아니다. 임도가 산사태와 대형 산불의 주범임이 잘 알려졌음에도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국회의원과 기획재정부 역시 공범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북 예천 산사태 현장을 방문 직후 열린 18일 국무회의에서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림청의 잘못된 임도 건설과 벌목과 숲가꾸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가장 먼저 척결해야 이권 카르텔은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국토를 파괴하는 산림청이다.   
덧붙이는 글 산림을 관리한다는 산림청의 잘못된 임도와 벌목 정책으로 인해 전국에서 산사태와 재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관련한 사진이나 제보를 받습니다. 보내주실 곳은 cbs5012@hanmail.net입니다. 여러분의 제보가 건강한 숲과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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