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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에 가득찼던 '바비', 한국에서도 통할까

[미리보는 영화] <바비>

등록|2023.07.19 17:56 수정|2023.07.19 17:56
그 자체로 하나의 아이콘인 바비가 실사 영화로 관객과 만나는 중이다. 19일 국내 개봉한 <바비>는 지난 9일 미국과 영국에서 공개된 이후 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평을 듣고 있다.

여자 아이들의 필수 장난감처럼 여겨졌던 바비 인형은 전형적인 미의 기준처럼 자리하며 현대 문화에 나름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다. 화려한 화장과 옷차림 혹은 환상적인 이야기로 동심을 자극했던 이 인형은 21세기 들어서 다양한 직업군에 인종까지 달리한 제품을 출시하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영화 <바비>는 곧 여성 중심 사회인 바비 월드를 주 무대로 이야길 진행한다. 전형적 외모의 바비(마고 로비)가 우연히 현실 세계와 연결되는 출입문을 발견한 뒤 자기 세계에서 벌어진 이상징후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은유적이면서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

영화 시작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현대 최고 SF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를 패러디한 오프닝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아기 인형 일색이던 완구 시장에 바비가 패러다임을 전환시킨 것을 해당 영화로 은유한 것이다. 이와 함께 영화에선 남성 캐릭터 중심 영화를 몇 편 언급하며 나름 할리우드 남성 권력의 이면을 꼬집기도 한다.

바비와 그의 사랑을 갈구하는 켄(라이언 고슬링)은 함께 현실 세계에 당도한다. 자신에게 벌어진 이상 징후의 해결책이 현실세계에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바비를 발명한 메텔사를 찾아간다. 이 역시 현존하는 메탈사를 모티브로 해서 관객에겐 하나의 페이크 다큐처럼 보일 수 있는 지점이다.
 

▲ <바비> 스틸컷.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시종일관 이런 분위기다. 현실세계와 바비월드를 오가는 여정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이나 지명, 고유명사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이라 눈치 빠른 관객들은 곳곳에 담긴 풍자와 유머를 알아챌 것이다. 다만, 대부분이 미국 사회 및 그 주변 문화권에 해당하는 내용이라 일반적인 한국관객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또한 소위 PC(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일까. 여성 중심 사회인 바비월드와 가부장제 그 자체인 리얼월드를 병치시킴으로써 어떤 주의 환기 효과를 노리는데, 지나치게 도식화 한 지점이 있다. 그니까 켄이 리얼월드에서 남성들에게 가부장을 배워와 바비월드에 퍼뜨려 위기를 초래한다는 설정은, 페미니즘을 최초로 주장한 이후 각 사회에서 이를 어떻게 소화시켜 왔는지 상징하려는 대목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처럼 두 세계의 모순점을 꼬집으면서 PC적 가치를 설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바비라는 캐릭터의 매력과 다양성을 보인 뒤 그 캐릭터가 거치는 여러 모험과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한다. 관객에 따라선 이 부분에서 몰입이 안 될 여지가 있다. 영화적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어떤 정의나 사회적 상식의 올바름을 애써 증명하려는 형국이다.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과 도전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바비 인형 문화에 상대적으로 덜 친숙한 한국 관객에겐 <바비>가 펼쳐놓은 떡밥이 너무 어려울 수 있다. 영화 관련 상식이나 미국 대중문화 관련 관심이 있지 않는 한 <바비>는 그들만의 축제처럼 다가올 여지가 크다.

한줄평: 참신한 기획이지만, 결과물이 아쉽다
평점: ★★★☆(3.5/5)

 
영화 <바비> 관련 정보

감독: 그레타 거윅
출연: 마고 로비, 라이언 고슬링, 아메리카 페레라, 케이트 맥키넌, 잇사 레이, 두아 리파, 시무 리우 외
수입/배급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러닝타임: 114분
개봉 : 2023년 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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