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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새 3번째... 터진 데 또 터지는 게 말이 되나"

오송 호계리, 인재에 또 당한 농민들 '망연자실'... "이젠 무너진 하우스 다시 세울 힘도 없어"

등록|2023.07.21 18:33 수정|2023.07.21 20:48

▲ 오송읍 호계리 마을 주민이 범람 당시를 설명하고 있다. 병천천 물이 역류해 들이닥쳤던 수문을 가리키고 있다. ⓒ 충북인뉴스


지난 20일, 충북 오송읍 호계리 농지 일대에서는 비가 그친 틈을 타 긴급 수해 복구 작업이 진행됐다.

햇빛은 지난 수마를 선명하게 비췄다. 무너져 내린 제방과 비닐하우스들이 수습되지 못한 채 널브러져있다. 논농사와 비닐하우스가 주력인 호계리 대부분 농지는 이번 장맛비를 이겨내지 못하고 물에 잠겼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무너진 제방 옆에 군용차량과 엠뷸런스, 포크레인이 한 대, 두 대 계속 늘어났다. 육군 장병들의 지원으로 무너진 제방이 조금씩 형태를 찾아간다. '그늘이라도 있면 좋겠는데' 앰뷸런스가 항상 출발 준비를 해야 할 정도로, 그야말로 뙤약볕이 내리쬔다.

"7년 새 3번째야 도저히 살 수가 없어"
 

▲ 충북 오송 호계리 호우 피해 현장에서 장병들이 비닐하우스 잔해를 옮기고 있다. ⓒ 충북인뉴스


제방 아래서 깊은 한숨이 들렸다. 제방 바로 아래 위치한 비닐하우스에서 노부부가 세간을 살피고 있다. 다 해져 뼈대가 드러난 비닐하우스 안 노부부의 얼굴에서 깊은 시름이 느껴진다.

수문 인근에 6개동 비닐하우스에서 호박과 오이를 재배하는 한 농부는 2017년 첫 침수 피해로 비닐하우스를 전부 갈아냈다. 그는 "2017년 수마 이후로 펌프장이니 제방도 보강하고, 여러 곳에서 찾아와서 많이 대비했다더니 이번이 벌써 세 번째"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폭우만 내리면 비닐하우스가 잠기는 경험을 한 그는 호우주의보가 내린 전날 밤부터 노심초사했다. 불길한 예감대로 15일 범람하는 하천 물줄기에 또 다시 작물과 비닐하우스가 쓸려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15일 7시경 수로 가득 물이 들어찬 모습(좌). 흰색 영역은 수로 위치. 20일 물이 빠진 뒤 수로와 닫혀 있는 수문 모습(우). ⓒ 충북인뉴스


그는 70 평생 지어온 농사를 더 이어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허망한 심정을 털어놨다. 기껏 가꾼 오이·호박밭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다시 세운 비닐하우스가 계속해서 무너지고 잠겨버리니 다시 세울 힘조차 없다고 했다.

사람 키보다 큰 옥수숫대 꼭대기까지 덮인 진흙이 당시 참담했던 상황을 보여줬다.

"2017년에 제방이 3군데가 터졌어, 흙을 돋우고 벽에 블록을 쌓아 보강한다고 했지만 이번에도 터졌어. 제방이 얕은 곳부터 물이 넘치기 시작했지. 넘치는 물을 못 이기고 무너져 내리는 걸, 내가 다 지켜봤어."

"터진 데가 또 터지는 게 말이 되느냐고"
 

▲ 지난 15일 7시 20분, 비닐하우스에 가득 물이 찬 모습. (주민 제공) ⓒ 충북인뉴스

 

▲ 침수된 비닐하우스 작물들. ⓒ 충북인뉴스


하우스 1동을 짓는데 1700만원이 든다. 하우스 6동 시설 피해만 1억 2000만원이다. 거기에 수확기를 맞은 농작물 피해를 더하면 최소 2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

또 다른 주민은 "물이 빠지니 우리 논이 좀 보여, 멀쩡해 보이는 것들은 좀 써먹을 수 있으려나. 이씨네 양계장 울타리는 저기, 우리 논길에 있어"라며 논을 가리켰다. 마을 내 150개동 가량이 전부 잠겼으니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채 논과 하우스를 살펴보고 있다.

마을을 향해 열린 배수구를 바라보며 농부는 "수문만 잘 닫겼어도 이 정도로 비닐하우스가 다 망가지지는 않았을 텐데... 제방만 살았어도, 당시에 견고하게 보강만 잘했어도 (물이) 덜 찼을 텐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 15일 충북 오송 호계리 마을 논 위에 이끼와 쓰레기가 가득하다. (주민 제공) ⓒ 충북인뉴스

 

▲ 충북 오송 호계리 마을의 무너진 제방 아래 비닐하우스 잔해. ⓒ 충북인뉴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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