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어필하는 직원과 겸손한 직원, 어떤 게 더 나을까

겸손함은 실력이자 내공, 유연함 속의 강함

등록|2023.07.24 17:23 수정|2023.07.24 18:42

▲ 서울 종로구 일대 횡단보도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걸어가는 모습. ⓒ 연합뉴스


겸손은 자신의 내공이 무거울 때 힘을 발휘한다. 내공없이 겸손한 것은 겸손이 아닐 수 있다. 그래서 겸손은 자신의 실력이 알찬 상태에서 겸손한 태도를 보이면 더욱 부각되는 행위가 된다. 벼가 무거워 고개를 숙이듯 자신의 내실이 튼튼하면 자연스럽게 겸손해지고 겸손 속에 강인함이 존재하게 된다.

살아가며 경험과 지식과 지혜를 쌓아갈 때 사람은 겸손해진다. 자신보다 나은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는 걸 알기때문에 스스로가 겸손한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자기가 서 있는 범위에서 자신을 바라보면 자신이 전부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자신의 잣대로만 이 세상의 크기를 예단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무시한 채 인간은 오만해지고 겸손하지 못하게 행동한다.

뽐내지 않아야 더 공을 이룬다
 
곧으려거든 몸을 구부리라. 스스로는 드러내지 않는 까닭에 오히려 그 존재가 밝게 나타나며, 스스로를 옳다고 여기지 않는 까닭에 오히려 그 옳음이 드러나며 스스로를 뽐내지 않는 까닭에 오히려 공을 이루고, 스스로 자랑하지 않는 까닭에 오히려 그 이름이 오래 기억된다. 성인은 다투지 않는 까닭에 천하가 그와 맞서 다툴 수 없는 것이다. '구부러지는 것이 온전히 남는다'는 옛말을 믿어라. 진실로 그래야만 사람은 끝까지 온전할 수 있다. <노자>

겸손하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배운다는 태도를 내포하고 있다. 그만큼 겸손함은 유연함을 갖고 있다. 겸손하기 때문에 자아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세상의 다양한 각도를 이해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이미 꽉 채워진 오만이라면 이 세상이 하찮게 보일 것이고 스스로 배울것이 적다고 생각한다.  겸손함은 배움에 대한 유연함을 내포하고 있다.

배우는 것은 기억과 체득의 활동이다. 배울수록 공부할수록 뇌의 스냅스는 늘어나고 뇌의 활동은 활성화된다. 배우면 기억과 체득을 통해 생각하게 되고 활동하게 된다. 배운다는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외부의 자극을 통해 배우는 과정이 수동적 배움이라면  배운 걸 적고 생각하고 실천해 보는 것은 주체적 배움이다. 주체적 배움이 될 때 우리의 뇌는 장기 기억하며 우리의 생각과 태도에 영향을 준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말은 벼의 쌀 알갱이가 성장하며 그걸 지탱하는 줄기가 스스로 그 무게감을 감당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게 되는 모습을 표현한 속담이다. 배우고 스스로 성장하려 노력할 때 벼는 성숙해지며 겸손의 표현으로 고개를 숙인다.

뇌에 기억되고 저장된 지식도 중요하지만 지식이 생각과 체험을 만나 지혜로 표출될 때 가치가 높아진다. 지혜가 생기고 배움이란 인풋이 지속적으로 들어가면 자신의 시야 각도가 넓어진다. 배울수록 지식을 쌓고 경험을 통해 지혜를 강화시키면 당연히 삶을 대하는 태도는 겸손해질 수 밖에 없다. 다름이 존재하고 이 세상에 더 뛰어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때문에 우린 성숙해지며 고개를 숙이게 된다.

권투를 배우는 회사 후배가 이야기를 한다.

"권투를 배우니 더 겸손해져요. 막상 체육관 가면 정말 잘하는 선수가 많아요.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디서 명함도 내밀지도 못해요. 하물며 이 세상에는 권투를 잘하는 선수가 얼마나 많겠어요.

권투만이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서 잘하는 선수가 얼마나 많겠어요?그래서 솔직히 스스로가 겸손해집니다. 그냥 겸손하게 연습합니다. 운동량이 많아질수록 그걸 더 잘 알게 되고 겸손의 각도가 더 커집니다. 멋 모를 때는 힘 좀 쓸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스파링 하는 상대에게 많이 맞아보면 겸손함이 절로 나옵니다."

 

▲ 직장인 ⓒ 픽사베이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겸손보다는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하고 늘 상대를 경쟁상대로 생각하며 이겨야 한다는 관념을 가진 친구들이 있다. 오히려 겸손함이 손해보는 것처럼 보이고 늘 당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회사 내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는 그럴 수는 있다. 자신을 어필하지 않으면 누구도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하지 않기때문에 스스로가 자신을 어필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조용히 겸손히 있다보면 신경 안 써도 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기때문에 많은 직장인은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자신을 어필하는 사람이 될 것이냐, 아니면 겸손한 사람이 될 것이냐'라는 질문에 어떤 대답이 가장 현명할까 생각해 본다. 자신을 어필한다는 것은 자신의 장점들을 상대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마케팅에서 늘 하는 행위가 우리 상품을 어필하는 행위이다. 직장생활 속에서도 자신을 마케팅하지 않으면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가 많다. 조직이 클수록 본인의 과업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노력은 하는데 알아주는 사람은 거의 없을때는 서글퍼지기도 한다.

그럼 겸손한 사람들은 회사생활에 피해만 볼까? 상대적으로 자신을 어필하지 않아 손해보는 경우도 있다. 겸손하다는 것은 자신의 실적이나 노력을 주변 사람들에게 돌리고 본인의 역할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어느때는 자신의 노력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더 부각되고 겸손한 태도때문에 자신은 작은 기여만을 한 듯 비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늘 배운다는 생각이 겸손함을 감싸고 있기때문에 모든 과정을 배움의 순간으로 인식하고 이런 태도가 지속되서 경험이 쌓이면 장기 레이스인 인생에서 겸손한 자는 더욱 빛이 나게 된다.

어필하는 직원-겸손한 직원, 그 사이 회사 리더가 봐야할 것 
 
물이란 본디 산정상에 머물지 않고 계곡을 따라 흘러가는 법이다. 이처럼 진정한 미덕은 다른 사람보다 높아지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머무르지 않으며 겸손하고 낮아지려는 사람에게만 머무는 법이다. <탈무드>

회사의 리더는 직원들을 늘 관심있게 봐야 한다. 내공이 있고 겸손한 직원은 적극적으로 타팀이나 상사에게 어필해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조용히 회사에 기여해 주는 직원들에게는 따뜻하게 다가가 그들의 노고를 칭찬해 주고 관심가져 줘야 한다.

반면 직원들 중 자기어필이 강한 친구가 있다면 리더는 팀워크의 중요성을 그들에게 이해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자기 어필이 강하다는 것은 남들보다는 우월하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런 친구들에게는 리더는 자신만 바라보지 말고 팀을 바라보며 기여하는 직원들의 노고를 생각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회사의 업무는 대부분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야 이루어질 수 있다. 혼자서 한 것이 아니라 같이 한 것이라는 인식을 리더는 지속적으로 직원들에게 인식시켜 줘야 한다.

겸손은 인생을 사는 데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약한 듯 보이지만 약한 것이 아니고 강하지만 강함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배움을 통해 뇌의 활성화를 자극하고 유연함을 통해 외부의 지식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끊임없는 배움 속에 경험이 쌓여 지혜로 전환되고 내공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사람이 겸손한 사람이다.

우리는 겸손한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가? 오만의 수렁에 빠져 자신만의 좁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

겸손함은 실력이고 유연함 속의 강함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