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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입당 전후, 180도 달라진 윤석열 대통령의 '이 말'

[산업은행 부산이전 논란 ①] '강행' 드라이브 거는 정부 여당... "총선 표몰이용 도구"

등록|2023.07.31 09:51 수정|2023.07.31 15:15
정부가 추진중인 KDB 산업은행 본사의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정치권 뿐 아니라 금융과 경제전반에 걸쳐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산업은행 이전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을 짚어봅니다. 불법적인 강행 추진의 배경과 쟁점, 부산현지 취재와 전문가 등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말]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동남권 산업에 금융이 융합해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게 될 것이다. 동남권을 대한민국의 성장축으로 만들어 한국이 양날개를 펴고 글로벌 중추 국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형준 부산시장, 2023년 7월 3일 산업은행 부산이전 토론회)

"국토균형발전 명분 때문에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국가적 견지에서 보면 자해적인 결과로 귀결된다. 스스로 국가 경쟁력을 감소시키는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 2022년 4월 12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하나의 사안을 두고 누군가는 "동남권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게 될 것"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자해적인 결과로 귀결된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KDB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시키는 문제를 두고 부산시장과 서울시장이 보인 양 극단의 반응이다.

오 시장을 제외한 정부와 여당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뜻을 함께 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 본점은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법으로 규정돼 있다. 한국산업은행법 제 4조 제 1항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조항이 그것이다. 정부 여당은 법 개정에 속도를 내려 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국회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3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결정했다'고 고시했다.

법 개정 없이 이전이 강행된다면 현행법을 어기게 되는 셈이다.

6개월만에 180도 바뀌어버린 윤 대통령의 '국가균형발전' 철학
 

▲ 2022년 3월 1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모습 ⓒ 연합뉴스


산업은행 이전 논의는 대선 국면에서 시작됐다. 2022년 1월 15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부산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덕신공항 기왕에 시작할 거면 화끈하게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시키고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시키겠습니다."
 

대선을 하루 앞 둔 그 해 3월 8일, 마지막 유세 지역도 부산이었다. 부산 연제구 유세에서 윤 후보는 "대한민국 전체의 지역균형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서울과 부산이라는 두 개의 축이 작동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건 것이 산업은행 부산이전이었다. "부산에 산업은행 배치를 필두로 세계적인 투자은행을 유치하겠다, 부산을 금융도시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선거를 앞두고 내 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가덕도 신공항 완공,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부산지역 표심을 얻기 위한 윤 후보의 핵심 공약이었다.

그러나 불과 반년 전인 2021년 7월 6일, 국민의힘 입당 전 '전 검찰총장'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공기관 이전 등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으로는 국가균형발전이 안 된다. 공기업을 내려보내는 정부의 강제적인 방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제도를 지원해 민간 기업들 스스로 특정지역에서 산업기지를 조성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아버지는 KTX를 타고 다니고 가족은 수도권에 산다. 민간 대기업이 지방에 큰 부분을 구축할 수 있어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결국 균형발전이 아닌가 생각한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철학이 180도 바뀐 셈이다.

정쟁화 된 산은 이전 "총선에서 의석 확보하려 정부가 산업은행 팔아먹으려는 것"

일부에서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정부여당의 총선 전략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국토부의 '산업은행 이전 고시' 후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그간 '국회를 패싱하지 않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종전의 말들과 맞지 않다"라며 "국책 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을 1년도 남지 않는 총선 표몰이용 도구로 밖에 보지 않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본점 이전은 은행 업무의 중요사항으로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경영협의회를 통해 의결하는 등의 상법 위반 의심 행위마저 (정부는 그대로) 넘어갔다"고 꼬집기도 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지난 대선 때는 부산시민들의 표심 획득을 위해, 그리고 다가오는 총선에는 부산 의석수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의힘이 산업은행을 팔아먹으려는 것"이라며 "아무리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산업은행 설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산 이전이 꼭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부산은 대표적인 여당 성향 지역이었으나,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3석을 확보했다.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15석을 얻었다. 다가오는 총선(2024년 4월 10일 실시)에서 18석을 모두 얻기 위해 절차와 원칙까지 무시한 채 산업은행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공교롭게도, 산업은행 부산 이전 선봉장에 선 사람은 바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다. 부산 사상구를 지역구로 둔 3선 의원이다. 윤 대통령 대선 공약에 산업은행 이전을 넣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110대 국정과제에 이를 포함시키는데 '윤핵관'이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원은 지난해 12월 자신이 이끄는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서 산업은행 이전 시민 대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 2022년 12월 26일 오후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산업은행 관련 행사에 참석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오른쪽부터) 김기현 의원,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산업은행 이전을 두고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한 오세훈 시장의 '저격수'를 자처한 것도 장 의원이다.

2022년 10월 12일, 서울시를 상대로 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장 의원이 입을 열었다. 같은 당 소속인 오세훈 시장의 '자해' 발언을 문제 삼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 이 문제에 대해서 반대를 하셨단 말이에요. 서울의 이기주의 아닌가, 서울이라는 도시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를 막아서면 되겠느냐. (중략) 대한민국 서울 일극체제에서 국토가 균형 발전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이 자체가 자해행위라고 얘기할 부분인가,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 시장이 "산업은행의 기능 자체를 놓고 보면 주로 서울에 존재하는 대기업과…"라며 답변하자 장 의원은 "간단하게 핵심만 말씀해 달라"며 말을 끊었다. 그러면서 훈계조로 말을 맺었다.

"시장님, 국가적 큰 틀에서 좀 더 큰 어떤 지도자로서의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그런 시정을 펼치시면 좋겠습니다."

오 시장은 "네"라고 대답했다.
 

"위치가 그에 맞지 않다"는 산은 회장, 밀어붙이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서울시와 협의하지 않은 채', '산업은행 100% 부산 이전'을 강조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6월 '산업은행 부산 이전 당정 간담회'에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민주당이 뚜렷한 이유도 이야기 안 하고 무작정 법안심사를 거부하고 있다"라며 "방치하기엔 부산 시민의 기대와 염원이 너무 크고 대통령이 약속한 사항"이라고 못 박았다. 윤 원내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전을 반대한다'는 질문에 "서울시와 협의를 하지 않았다"라며 "지자체별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정부 차원 추진이라 당 소속 단체장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적 이해'와 별개로, 산업은행 이전에 직접적 타격을 입는 건 직원들이다. '아버지는 KTX를 타고 다니고 가족은 수도권에 사는 모습'의 현실화를 목전에 둔 내부 구성원들의 반대 여론이 높다. 산업은행 노조가 지난해 12월 전직원을 대상으로 부산 이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3052명 중 2602명 참여)의 98.5%가 반대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산업은행 이전을 적극 추진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에 대해 '선물을 주면 해결된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지난 해 9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산업은행 조직 내 반발'에 대해 박 시장은 "(반발을) 누그러뜨릴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산업은행 직원들의) 주거 여건 개선을 위한 특별공급, 내국인이 들어갈 수 있는 국제학교 유치'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서울에만 살아봐서 모르는데 부산이 더 살기 좋다"고 했다.

조직을 이끌고 있는 산업은행 회장도 몸을 사리긴 마찬가지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부산 이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갖고 직원들과 토론하기에는 제 위치가 그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대통령 결정 사안을 두고 이야기 할 '위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산은 핵심인력 이탈 현실화... 예년 2배 이상 '자발적 퇴사'
 

▲ 김현준 산업은행 노조 위원장은 지난 6월 28일 오마이TV '김종철 찐경제+'에 출연해 "(정부여당이) 산업은행을 지역 표팔이 공약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오마이TV


정부여당의 강행 움직임에 산업은행 노조는 "산업은행 기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김현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 지부 위원장은 지난 6월 28일 오마이TV '김종철 찐경제+'에 출연해 "산업은행은 시장형 정책금융 기관이다, (서울 중심의) 시장에서 벗어나면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 적어진다"라며 "국내 기업 대부분이 수도권에 위치해 있는데 부산 이전 시 고객기업과의 긴밀한 소통과 정확한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의 지난 4월 기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기업체수(약 720만)의 99.7%가 중소기업이며, 이 중 53%(327만) 사업체가 수도권에 소재해있다.

김 위원장은 "산은 본점 거래처 협업기관 93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4%가 산은 부산 이전을 반대했고, 73%가 부산이전 시 거래 금융기관을 바꿀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건 산업은행의 존폐가 달린 문제"라며 "수익 감소와 동시에 산은의 정책금융 역량이 떨어진다, 산업은행이 적자를 내기 시작하면 세금으로 메꿔야만 한다"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가라고 하면 그냥 가야 하는 거냐"라며 "왜 부산인지, 왜 가야만 하는지 논의도 없이 가라고 하고 있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문제는 또 있다. 산업은행 핵심인력 이탈이다. 조윤승 전 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력 이탈이 단지 산업은행 내부의 문제에만 그치지 않음을 경고했다.

"산업은행은 조달시장에서 투자은행(IB) 같은 역할을 한다. IB업계는 다른 업계와 달리 특정 팀이나 특정 인력의 역량을 매우 중시하는 시장이다. 대기업 증권사에 있더라도 중소기업 증권사로 옮기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럴 때 특히 혼자 가지 않고 몇 명이 팀처럼 같이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그만큼 실력 있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두터운 시장이라는 거다. 산업은행은 그런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거 채용하고 있는 기관이다. 전문성이 매우 필요하고 그만큼 경력과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부산 이전 과정에서 이들 일부가 이탈하면 자금운용에 공백이 불가피하다. 지금 산업은행 기업금융실 1개팀이 1조원 이상을 운용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인력이 부족해서 1개팀이라도 3명 내외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바깥의 부산 이전 주장이 커지면서 직원들이 이미 동요하고 있다. 이탈이 가속화돼서 조달이나 운용에 어려움이 확산하고 그 결과 손해를 보게 되면 국회나 정부가 책임질 건가?"


인력 이탈은 이미 현실화됐다. 2021년 37명이었던 '자발적 퇴사자'가 2022년 97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2023년 5월 말 기준 37명의 직원이 또 산업은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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