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자살 생존자' 문제, 국가적 재난의 관점서 봐야"

광주청년넷, '청년 다시, 봄' 7월 이야기 '나는 자살 생존자입니다' 월례포럼 진행

등록|2023.07.27 09:22 수정|2023.07.27 09:54

▲ 26일 광주청년센터에서 '청년 다시 봄'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 김동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일상으로 복귀할 자격이 있다고. 시간이 느리게 지나가고 당신의 걸음이 더뎌도, 슬픔과 비통함에 잠긴 후에는 고통과 마주한 만큼 강해질 것이라고. 설령 극복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사별 경험은 '극복' 문제가 아니라고. 언젠가 꼭 일상을 누릴 것이라고." - <나는 자살 생존자입니다> 347p.

26일 광주청년정책네트워크(아래 광주청년넷)와 광주청년센터가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청년센터에서 '청년 다시, 봄' 7월 이야기 '나는 자살 생존자입니다' 월례포럼을 진행했다.

광주청년넷은 광주지역 청년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목소리 내는 광주의 민간 청년단체로, 지난 2016년부터 청년정책 관련 현안대응 사업, 캠페인 사업, 강연 사업, 의견수렴, 거버넌스 활동 등을 이어오고 있다. 광주청년넷이 진행하는 '청년 다시, 봄 월례포럼'은 청년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그동안 조명되지 않았던 새로운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자살 생존자'란 자살에 실패하고 살아남은 사람을 뜻하는 단어가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 동료 등의 자살 이후 남겨진 사람을 뜻한다. 통상적으로 한 사람의 자살은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28명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자살 생존자' 문제는 상당한 사회적 파급력을 갖지만 이 사안에 대한 공론화는 부족한 상황이다.

광주청년넷 측은 "최근 청년층의 자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지난 2019년 당시 20대 사망자의 51%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는데, 2021년도에 이 수치는 56%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 시도자의 20.4%가 20대 여성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 같은 자살이나 자살시도는 당사자를 넘어 남겨진 청년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며 "'자살 생존자' 문제는 중요한 청년 문제이기도 하다. 상실을 겪고 남겨진 청년들의 삶은 중대한 사회적 의미를 가지며 정책적 개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진행된 포럼에 연사로 나선 <나는 자살 생존자입니다>의 저자 황웃는돌 작가는 지난 2014년에 아버지의 자살을 겪었다. 이후 황 작가는 2020년부터 인스타그램, 포스타입, 트위터 등의 온라인 채널에서 <나는 자살 생존자입니다> 웹툰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황웃는돌 작가는 "한국의 자살률은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지키고 있지만 여전히 관련 대응은 미흡하다"며 "2018년~2019년을 기준으로 자살예방담당 정규직원은 인구 10만 명 당 0.71명 수준이었다. 전국 지자체의 자살예방 예산 비중은 0.016%에 불과했고, 지자체 외부 센터에는 평균 5.6명이 근무했다. 몇 년 전 통계이지만 이 현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전국 소방서별로 지역경찰 및 자살예방센터 등과 협력해 자살 고위험군을 사후관리에 연계하는 생명존중협력담당관이 있지만 이분들은 소방서별로 두 분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자체 자살예방센터나 정신건강증진센터 직원들이 센터별로 평균 여섯 명도 안 되는 상황인 것"이라며 "지금의 정책과 예산으로는 자살 고위험군을 관리할 수 없고, 일선에서는 감당조차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황 작가는 "'자살 생존자' 문제는 국가적 재난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최소한 참사 이후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대처 문제로 봐야 한다. 한국에서는 '자살 생존자' 개념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상황이다. 정책의 영역에 자살 유족, 자살 고위험군은 있지만 자살 생존자는 없다. 이 때문에 사별을 경험한 트라우마가 있어도 혈연 관계가 아니면 그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자살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황 작가는 "언론에서 자살 관련 보도를 할 때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며 "그러나 그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자살을 자살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였으면 한다. 그래야 이 문제를 심도 있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자살은 '사회적 죽음이다', '개인적 죽음이다', '정신건강 이슈다'라고 단순히 정의내릴 수 없는 굉장히 복잡한 사건"이라며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은 이 같은 맥락을 삭제하기 때문에 자살에 대해 말할 때에는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 대신 정확히 자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