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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여서 얼리면 끝? 로즈메리 아이스크림

민트 등 허브를 이용한 아이스크림, 이렇게 만들면 맛있습니다

등록|2023.07.31 14:21 수정|2023.07.31 14:21
캐나다에 와서 살면서 확실히 즐기게 된 것 중 한 가지가 바로 허브이다. 항상 말린 허브만 사서 사용하다가, 음식에 맞는 허브를 직접 키워서 생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그 향에 더욱 심취하게 되었다.

뭔가 삶에서 동떨어진 외국의 어떤 음식이라는 기분에서 벗어나,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강해진 탓이다.

우리가 집에서 키우는 허브로는, 파슬리, 바질, 타임, 딜, 코리앤더, 민트, 그리고 로즈메리가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쑥쑥 자라는 허브 화분을 보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는데, 특히나 올해는 로즈메리가 더욱 잘 자라고 있다.
 

▲ 무성하게 자라는 로즈메리 ⓒ 김정아


결국 너무 무성해져서 정리를 해야 할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식물들은 편안하게 자라게 내버려 두면 길이만 삐죽하게 자라서 엉성해지기 쉽기 때문에, 적당한 순간에 가지치기를 해줘야 무성해진다.

생각난 김에 일단 어느 정도 가지치기를 하고 났더니 갑자기 많은 양의 로즈메리가 생겨버렸다. 말려서 뒀다 사용해도 되겠지만, 늘 집에 있으니 생것을 사용하곤 해서 굳이 말리고 싶지는 않았다.

이것으로 무엇을 할까 잠시 머리를 굴렸다. 가장 대표적으로 즐기는 음식은 로즈메리 스콘이지만, 이번엔 뭔가 색다른 것을 해보고 싶었다. 날씨가 더우니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미치자 호기심이 발동했다. 로즈메리로 아이스크림을 만들면 어떨까?

나는 원래도 아이스크림을 즐겨 만드는 편이다. 특히나 뭔가 만들고 나서 생크림이 남으면 바로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아이스크림에 로즈메리를 넣으면 어쩐지 고급스러운 맛이 날 것 같았다.

그런데 아이스크림에 로즈메리를 썰어서 넣으면 부드러운 식감을 망칠 것이 분명했다. 끓인다고 해도 식감이 부드러워지지 않는데... 그러다 생각하니 끓여서 향만 입히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즈메리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볼까?
 

▲ 로즈메리 잎을 훑어 낸다 ⓒ 김정아


그래서 실험 시작! 로즈메리는 살짝만 헹궈서 물기를 제거했다. 그리고 줄기에서 잎만 쭉 훑어냈다. 그리고 설탕과 달걀노른자를 넣어서 먼저 잘 섞어줬다. 다시 우유와 생크림을 섞어준다. 우유와 생크림의 비율은 1:1이다.

보통은 이 과정을 훨씬 복잡하게 해서, 우유를 데운 후, 더운 우유를 노른자에 약간 섞어주고, 다시 그것을 뜨거운 우유에 넣어주는 식으로 하지만 너무 귀찮다. 이렇게 처음부터 섞어서 쉽게 해도 전혀 지장이 없다.

이제 여기에 로즈메리까지 넣고 저으면서 끓여준다. 팔팔 끓이는 것이 아니고, 가장자리에 잔잔한 거품이 올라올 정도로만 끓이면 된다.
 

▲ 아이스크림 재료에 로즈메리를 넣고 잔잔히 끓여준다. ⓒ 김정아

  

▲ 로즈메리를 걸러준다 ⓒ 김정아


이제 로즈메리는 건져 주고, 액체만 걸러내면 거의 완성이다.

원래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면, 이 액체를 식힌 후, 아이스크림 기계에 넣어서 돌려야 한다. 기계가 없다면, 냉동실에 넣고 한 시간마다 한 번씩 꺼내서 저어줘야 하는데, 이게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다. 타이밍을 놓치면 딱딱해져 버리고, 너무 일찍 저으면 별로 효과가 없고...

그래서 내가 개발한 방법은 1인분짜리 작은 통에 얼리는 것이다. 가장 만만한 것이 컵케이크 틀이다. 실리콘으로 된 다회용 컵에 얼리면 1인분으로 딱 적당하다.
 

▲ 머핀컵에 아이스크림 만들기 ⓒ 김정아


먹을 때에는 꺼내서 용기에 담은 후,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10초만 돌려주면 부드러운 식감이 된다. 만일 식후에 디저트로 먹을 것이라면, 그 상태로 냉장실에서 넣어둔 후, 식후에 꺼내 먹으면 역시 적당히 녹아 있다. 이렇게 로즈메리 아이스크림 완성! 로즈메리 잎으로 장식하고, 블루베리를 살짝 곁들였다.
 

▲ 로즈메리 아이스크림 ⓒ 김정아


사실 허브라는 것이 맛보다는 향이 중요한데, 로즈메리를 넉넉히 넣었더니 제법 은은하게 향이 풍겼다. 덕분에 아주 고급스러운 맛이 났다. 아이들보다는 어른들 입맛에 맞는 아이스크림이라고 할 수 있다.

만들고 나서 생각해 보니, 다른 허브류를 이용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민트는 원래 아이스크림에 자주 사용되는 재료이니 거기에 초콜릿까지 곁들여서 만든다면 상큼하고 좋을 것이다.

그리고 꼭 서양의 허브가 아니더라도, 쑥이나 방아잎 같은 것을 이용해도 독특한 맛과 향을 느끼며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게 해주는 디저트가 될 수 있으리라.
 

▲ 블루베리를 곁들인 로즈메리 아이스크림 ⓒ 김정아


<로즈메리 아이스크림 만들기>

설탕 1/2컵(취향 따라 가감), 달걀 노른자 1개, 우유 2컵(종이컵 기준), 생크림 2컵, 전분 1큰술 (옵션), 바닐라액 1작은술(옵션), 로즈메리 1/2컵

1. 달걀노른자를 설탕 및 전분과 잘 섞은 후, 우유를 조금씩 넣으며 섞어준다.
2. 생크림과 바닐라, 로즈메리를 넣고 섞은 후, 가장자리에 거품이 올라올 때까지 중불로 끓여준다.
3. 로즈메리를 걸러내고, 작은 용기에 담아 냉동실에서 3시간 이상 얼린다.
4. 꺼내서 전자레인지에 10초 정도 돌려서 먹으면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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