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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피학교'에서 2년간 학폭을 담당했습니다

[학교라는 세계] 현직 교사가 본 교사 사망 사건... 왜 학교가 죽음의 장소였을까

등록|2023.08.03 16:32 수정|2023.08.11 14:22

▲ 지난 7월 26일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곳곳에 담임교사 A씨를 추모하는 메시지와 국화가 놓여있다. ⓒ 연합뉴스


서울 S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교사들은 뉴스를 접하고 두 가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첫째, 터질 일이 터졌구나. 둘째, 내게도 이런 일이 있었지.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심장이 쿵 하고 추락하는 기분이었습니다. 23세의 2년차 교사가 어떤 것들을 경험했을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너무 구체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2년 동안 학교에서 학교폭력(학폭)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길지 않는 시간 동안 30여 건의 학교폭력 사안을 접했고, 관련 학생들 80여 명, 관련 학생들의 보호자 160여 명을 만났습니다. 보호자 중에는 법조인·경찰·교사도 있었고, 법률 대리인이 동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학교장 자체 종결 사안부터 심의위원회 조치 사항, 이에 대한 재심도 있었고, 소송으로 인해 법정에서 판사도 만났습니다.

제가 학폭 업무를 담당했던 학교는 S초와 같은 과밀학급 학교였습니다. '기피 학교'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교사들이 지원하지 않는 학교를 뜻하는데, 중요한 기준은 학부모입니다. 교육열이 센 학부모들이 많이 모인 과밀학급 학교는 1순위 기피 학교입니다. 통계적으로 학부모 민원이 더 많을 것이고, 평균적으로 악성 민원에 더 자주 시달릴 테니까요.

'기피학교'와 교권보호위원회
 

▲ 교사와 학생들. ⓒ unsplash


얼마 전 초등학교 교사들의 하소연을 들었습니다. 학생의 대소변을 치워본 경험은 물론, '자녀가 화장실에 갈 때마다 연락을 달라'는 민원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교실에서 어떤 자리에 앉히고', '특정 학생과는 옆에 붙여 놓으면 안 된다'는 민원은 일상적입니다.

중·고등학교라고 해서 상황이 많이 다르지도 않습니다. 수행평가가 끝난 후, 평가 방식에 대한 민원을 받기도 합니다. 뻔하지 않나요? 자녀의 수행평가 점수가 낮은 것입니다. 어떤 것이든 악성 민원을 처리할 때면, 민원의 결과로 인한 스트레스보다 그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큽니다. 상식적인 상황이었다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었을 테니까요.

아동학대 신고와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생각해 보죠. 수업을 방해하거나 문제 행동을 일으킬 때, 수업 장소에서 일시적으로 분리하는 '타임아웃'이란 교육적 지도 방법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는 아동학대로 신고당합니다.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말이죠.

하지만 수업 시간에 학생이 교사에게 인격 모독적인 발언을 해도, 손가락 욕을 해도 교사는 오랫동안 고민합니다. 교보위가 진행되는 동안 교사들은 끔찍한 경험을 하기 때문입니다. 교보위 그 자체로 악성 민원의 소지가 됩니다. 학생의 비행 행동 역시 교사의 책임으로 몰리기도 합니다. 교사로서 능력이 부족하니 학생이 그런 것 아니냐는 식이죠. 이렇게 모순적인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으니, 참고 또 참으면서 스스로 식히는 것이 차라리 나은 방법이라고 달랩니다.

많은 선생님은 기피 학교에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신임 교사들의 발령이 많고, 저연차 교사들의 비율이 높습니다. 경력이 짧으니 민원을 상대하는 경험과 요령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민원에 대한 스트레스는 더욱 심해지고, 기피 학교는 갈수록 더 심한 기피학교가 됩니다. 더 많은 선생님들은 적극적으로 피하려고 합니다. 악순환입니다.

기피 업무 : 담임
 

▲ 지난 7월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 강당 앞에서 추모객들이 강당 외벽에 국화꽃을 놓고 추모메시지를 적는 등 고인이 된 교사 A씨를 추모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피 업무도 있습니다. 바로 담임입니다. 30여 명의 담임 반 학생들에 대한 책임감과 60여 명의 보호자들에 대한 부담감을 어떤 사람이 좋아할까요? 가장 많은 민원에 노출돼 있고, 업무와 업무 외 시간이 구분되지 않고, 학급 학생들의 문제 행동과 그 사이의 수많은 갈등들의 최종 책임자가 돼 버리는 업무를 어떤 교사가 맡고 싶을까요?

이 때문에 연말이 되면 다음년도 업무 분장을 두고 교사들의 눈치 게임이 시작됩니다. 잠깐만 눈감고 죄책감을 느끼면, 1년을 편하게 보낼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 사실이죠. '쪽팔림은 순간이다'라는 말이 이만큼 적절한 순간도 흔치 않을 겁니다. 물론 힘든 업무를 자원하는 교사들도 있지만, 결국 업무 분장표는 비담임 업무부터 채워집니다.

상황이 이런데 S초는 "고인의 담임 학년은 본인의 희망대로 배정된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교직 경력이 고작 1년이었을 신임 교사가 1학년 담임을 자원했다는 말은 쉽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업무 분장이 결정됐고 그것을 교사가 거부하지 않았다고, 관리자는 그것을 "본인의 희망대로"라고 해석했을지도 모릅니다. 설령 정말 교사가 먼저 나서서 자원을 했다고 하더라도, 기피 업무를 자원했던 사명감 높은 저연차 교사가 생전에 10번의 상담을 요청했을 때, 학교는 어떤 도움을 줬습니까?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실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96.8%의 교사가 '본인 또는 동료 교사가 민원으로 우울증 치료를 받았거나 휴직을 한 경험이 있다'고, 94.9%의 교사가 '서울 서초구 S초등학교에서 교권 침해 의혹으로 교사가 사망한 사건이 과도한 민원 탓이다'라고 답했습니다. 무엇보다도 97.6%의 응답자는 'S초 사건과 유사한 사례가 다른 학교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국회 교육위 정경희 의원실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6년간 100여 명의 공립 초·중·고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그동안 교사들은 교권 붕괴를 걱정하고 인권 회복을 외쳤지만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습니다.

고인은 왜 학교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을까요. 허지웅 작가는 "그곳이 아니면 개인적인 사유로 취급되거나 묻힐 거라 여긴 겁니다"라고 짚었습니다.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의 장소가 학교가 아니었다면, 교육계는 그의 죽음을 다시 한번 개인 사정으로 판단했을 겁니다. 그리고 101번째 죽음으로 남았겠지요. 그렇기에 공교육 현장의 현실과 어려움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 보지 않았을 한 교수의 '고인의 죽음이 개인적인 사인일 수 있다'라는 식의 차갑고 가벼운 견해는 참담합니다.
 

▲ 학교 복도. ⓒ unsplash


대한민국 국민의 대부분은 12년의 공교육을 받습니다. 유치원과 학부모의 시기까지 포함한다면 모두가 스스로를 공교육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학부모가 모르는 학교의 세계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교사들이 어떤 희생을 하고 있는지, 상처받아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 혼자 속을 끓이는 것도, 학부모가 교사에게 넣을 민원보다 더 큰 하소연을 교사도 학부모에게 하고 싶다는 것을 모를 겁니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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