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화엄사의 여름 밤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5일 모기장 음악회 이어 명상 프로그램 등으로 8월 내내 피서객 맞아
▲ 한여름밤의 산사. 지리산 화엄사가 산문을 활짝 열고 더위에 지친 피서객들을 맞고 있다. 8월 2일 저녁 모습이다. ⓒ 이돈삼
기세등등한 무더위를 피하면서 감미로운 음악까지 감상할 수 있는 절집이 있다. 진분홍색의 배롱나무 꽃도 활짝 피어 더욱 아름다운 절집이다. 한밤중까지 산문을 활짝 열어젖힌 지리산 자락 화엄사다.
화엄사는 사철 언제라도 좋은 절집이지만, 지금 가면 색다른 볼거리까지 더해진다. 산속 절집 마당에 펼쳐져 있는 모기장에서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다. 여름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화엄사다.
▲ 화엄사의 야경. 각황전과 대웅전이 보이고, 그 아래에 동오층석탑과 서오층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8월 2일 밤이다. ⓒ 이돈삼
▲ 화엄사의 모기장 영화음악회. 지난해 음악회 모습이다. ⓒ 화엄사
산사에서 오페라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화엄사 모기장 영화음악회는 흉부외과 전문의이자 클래식 음악 평론가인 유정우 박사가 진행을 맡는다. <쇼생크 탈출> <해피엔드> <귀여운 여인> <마농의 샘> 등 영화 13편 속의 명장면을 골라 소개한다.
음악은 피아니스트 안예현,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정, 첼리스트 강기한이 연주한다. 연주음악에 맞춰 팝페라 그룹 '트루바'의 테너 박창일과 고원석, 베이스 김정범이 노래를 한다.
음악회의 배경 무대는 지리산과 산사의 전각이다. 산사에서 음악을 듣고 있으면 화엄사계곡의 물소리가 자연스럽게 음악에 묻어난다. 산새소리, 매미소리, 풀벌레소리도 음악과 버무려진다. 지리산 노고단 위로 떠 있는 둥근 달과 별도 화엄사의 특설무대로 스며든다.
▲ 화엄사 각황전의 밤. 8월 2일 밤 풍경이다. ⓒ 이돈삼
음악회엔 아무나 갈 수 있다. 영화음악회는 화엄사가 도시보다 소외된 지역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풀어주려고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하여, 지역주민과 청소년, 상가 주민 등을 먼저 초대했다. 일반인은 누리집을 통해 신청을 받았는데, 마감이 됐다.
모기장 예약을 하지 못한 일반인은 모기장 밖에서 음악을 감상해야 한다. 하지만 모기장 밖, 절집 마당에서 음악회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낭만적이다. 깊은 산사인 만큼, 모기도 없다. 음악회가 끝나면, 보제루로 자리를 옮겨 화엄사 이야기도 들려준다.
▲ 해질 무렵의 화엄사 각황전 풍경. 8월 2일 오후 풍경이다. ⓒ 이돈삼
▲ 해질 무렵의 화엄사 각황전 풍경. 8월 2일 모습이다. ⓒ 이돈삼
화엄사에서 모기장 영화음악회만 열리는 것도 아니다. 화엄사는 8월 내내 산문을 자정까지 열어둔다. 여름 한낮의 열기를 피해 절집을 찾고 싶은 여행객을 위한 배려다. 밤에 찾아가면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함께 살아 숨쉬는 우리 문화재의 향기도 느낄 수 있다.
산사의 밤을 만끽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여름밤의 꿈' 하야몽(夏夜夢)과 '화엄사의 밤꿈' 화야몽(華夜夢)이다. 하야몽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밤 8시부터 11시 50분까지 진행되는 명상 프로그램이다. 인원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다.
화야몽은 8월 11~12일, 18~19일, 25~26일 금요일과 토요일에 진행된다. 스님과 차담을 하고, 방문자가 쓴 소원을 스님이 축원도 해준다. 경내 투어도 한다. 대웅전과 각황전, 사사자삼층석탑도 설명해 준다.
▲ 해질 무렵의 화엄사 사사자삼층석탑. 8월 2일 모습이다. ⓒ 이돈삼
▲ 해질 무렵의 화엄사 보제루. 지은 지 400년 가까이 된 전각이다. ⓒ 이돈삼
지리산 화엄사는 544년 연기조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국보, 보물 등 문화재와 천연기념물을 많이 보유한 절집이다. 각황전, 각황전 앞 석등, 사사자 삼층석탑이 국보로 지정돼 있다. 동오층석탑과 서오층석탑, 대웅전, 원통전 앞 사자탑은 보물이다.
보제루와 대웅전은 1636년에 지어졌다. 화엄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400년 가까이 됐다. 각황전은 1702년에 중건됐다. 우리나라에 전해오는 불전 가운데 가장 크고, 오래된 목조 전각이다.
화엄사에 딸린 암자도 좋다. 구층암은 요사채의 울퉁불퉁한 모과나무 기둥과 듬성듬성 쌓아놓은 3층 석탑이 멋스럽다. 연기암은 섬진강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산중턱의 암자다. 암자로 오가는 길에 만나는 숲길도 멋스럽다. 화엄사계곡에 잠깐 발을 담그고 쉬는 것도 여름날을 시원하게 보내는 방법이다.
▲ 화엄사 풍경. 진분홍빛 배롱나무 꽃이 활짝 피어 반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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