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크리트 유토피아>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올 여름 한국영화 BIG4의 마지막 주자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상당히 막대한 임무를 지닌 작품이다. 어쩌면 앞으로 한국 문화계의 프랜차이즈 대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콘크리트 유니버스'의 첫 번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스토리의 핵심은 한국의 고질적 병폐인 부동산 시장을 소재로 한 블랙 코미디와 스릴러다. 오락적 측면에서 기대를 품을 요소가 적다. 때문에 부동산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풍자로는 인상적이지만 재미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높아진 아파트의 가치, 높아진 주민들의 이기심
▲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다만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엮이는 드라마는 그 묘미가 상당하다. 꾹 닫힌 철문과 개인주의로 대표되는 공동의 공간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그간 선보여 온 코드는 단절이었다. 이 작품은 재난상황을 통해 이 단절을 해체시키면서 인물들을 한 자리에 모은다. 그리고 각자의 욕망을 가진 인물들이 일으키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흙먼지 들이마시듯 관객이 체감하게 만든다.
작품의 주된 공간인 황궁아파트는 지진으로 쑥대밭이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 시점부터 아파트 주민들은 공생과 독생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황궁아파트로 몰리는 이재민들의 모습은 두 가지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좁은 시선으로 보자면 아파트의 시설을 공유하는 외부인의 모습으로, 넓은 시선으로는 전 세계적인 화두인 난민 문제로 볼 수 있다.
갑자기 높아진 아파트의 가치는 주민들의 이기심을 부추긴다. 그리고 종교와도 같은 결속을 보여준다. 그 중심에 있는 캐릭터가 이병헌이 연기한 영탁이다. '아파트는 주민의 것'이라는 문구를 내세운 그는 임시주민대표가 되어 신과 같은 존재로 군림한다. 마치 예수의 부활처럼 실패한 인생을 살던 그는 두 번째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아파트를 위해 헌신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믿음과 대가를 요구한다.
▲ <콘크리트 유토피아>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런 영탁이 강조하는 성과주의에 의해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인물은 박서준이 연기한 민성이다. 가정적인 남편이었던 그는 영탁이 만든 규칙 안에서 두각을 보이며 점점 변해간다. 재난상황 현장에 있던 그는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지고 있다. 이 죄책감은 아내 명화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변질된다. 조직에 충성하고 잘못된 체제에 의문을 지니지 않으며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창문 밖에 펼쳐지고 있는 지옥도를 외면한다.
명화를 연기한 박보영은 민성과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따뜻한 인간미를 지니고 있으며 때로는 강인하게 휴머니즘을 실천하고자 한다. 민성의 직업이 공무원, 명화의 직업이 간호사라는 점도 직업적 특색을 바탕으로 캐릭터의 갈등 유발이라는 영리한 장치로 작용한다. 여기에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 등 연기력 좋은 배우들을 내세워 완성도 높은 캐릭터 열전을 선보인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파트가 유토피아라는 환상을 처참히 깨부수는 어른들의 잔혹신화다. 대재앙 속에서 우뚝 솟아오른 아파트의 모습은 번지르르한 외형으로 높은 값만 자랑하는 부동산의 문제점 이야기한다.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주민들의 모습도 꼬집는다.
뒤통수 한대 맞은 듯한 얼얼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