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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버스환승센터 채운 추모 물결,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과 돌봄... 715오송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하고 싶은 말

등록|2023.08.07 16:59 수정|2023.08.07 16:59

포스트잇으로 가득 채워진 추모게시판747번 오송역 버스환승센터 추모공간의 게시판이 포스트잇으로 가득 채워졌다. ⓒ 길한샘


7월 15일, 참사를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하루가 지나서야 참사를 직면할 조금의 엄두가 났다. 참사현장인 '궁평2지하차도' 인근은 학창시절에 자주 오갔던 곳이었다. 최근까지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지나가던 길이었다.

일상이었던 길이 끊겼고 사람이 죽었다. 홀로 슬픔을 가라앉힐 수 없었고,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참사 직전 그 길을 지났다는 친구도 있었고 참사 이후 교통 통제로 돌아갔다는 친구도 있었다. 서로 다른 시간을 보냈지만 참사를 마주한 마음만은 같았다.

슬픔을 나눈 뒤에야 지금 가장 힘든 사람들을 떠올리게 됐다. 유가족과 생존자는 마음 둘 곳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가족과 생존자를 위로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747번 오송역 버스환승센터에 추모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남일 같지 않아
 

시민의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한 시민이 포스트잇에 메시지를 담았다. ⓒ 길한샘


7월 19일, 747번 오송역 버스환승센터에 추모공간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얼마나 많은 시민이 참여할지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우리의 걱정과 달리 오송역을 오가는 많은 시민이 포스트잇에 마음을 담았다. 시민들의 마음도 우리와 같았다.

추모공간은 꽃, 음료수, 과자, 시민들의 마음이 담긴 포스트잇 등으로 가득 채워졌다. 한 포스트잇에는 "참사 당일 근처까지 왔다 우회했네요. 남일 같지 않아 더욱 슬픕니다.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또 다른 포스트잇에는 "누구나가 여러분이었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747번 버스를 타고 있습니다.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여러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곳에서는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시길.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혀있었다(추모공간은 8월 1일까지 운영됐다 - 기자 말).

막을 수 있던 사고였기에

"막을 수 있던 사고였기에 더욱 참담합니다. 어떤 위로의 말도 유가족분들의 슬픔을 위로드릴 수 없는 거 압니다. 앞으로 이런 희생이 없길 빌며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여러 포스트잇을 읽다가 시선이 멈추었다. 715오송참사는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 7월 28일에 국무조정실에서 발표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 감찰조사 결과'는 이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행복청은 '오송~청주(2구간) 도로확장공사'를 발주한 기관으로서 해당 공사를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었다. 하지만 해당 공사의 시공사와 감리사가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한 후, 하천법 등의 규격에 미달한 임시제방을 설치한 것을 관리·감독하지 못했다.

충청북도는 궁평2지하차도 관리주체이자 교통통제 권한을 가진 기관이지만, 참사 당일 홍수경보가 발령되고 미호천교 수위가 급격히 높아져서 궁평2지하차도 통제기준이 충족되었는데도 비상상황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청주시도 위기 상황 통보를 받고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충북경찰청은 참사 당일 두 차례의 112 신고를 접수했으나, 사고 현장이 아닌 다른 엉뚱한 곳으로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소방본부는 119신고에 따라 현장에 출동하였으나, 긴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가용인력과 장비를 신속하게 투입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국무조정실은 행복청장, 충청북도 행정부지사, 청주시 부시장, 흥덕경찰서장, 충북소방본부장 직무대리 등 책임자 5명을 문책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5개 관계기관 공무원 3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63명에 대해선 인사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무조정실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충청북도와 청주시의 최고 책임자인 김영환 도지사와 이범석 시장에 대한 수사의뢰도 회피했다. 유가족은 이에 반발해 김영환 도지사, 이범석 시장, 이상래 행복청장 등 3명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You'll never walk alone
 

시민의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한 시민이 포스트잇에 메시지를 담았다. ⓒ 길한샘


< You'll never walk alone >은 영국 축구팀인 리버풀의 응원가였는데, 힐즈버러 참사 이후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가족과 생존자를 위로하는 모두의 노래가 됐다. 이 노래의 제목처럼 우리는 한국 사회가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가족과 생존자를 돌보길 원한다.

기억은 참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고, 돌봄은 유가족과 생존자를 홀로 두지 않겠다는 결의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유가족과 생존자의 권리 보장, 독립적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통한 책임자 수사 및 처벌, 기후재난 시대에 대응하는 종합적인 재난안전대책 수립 등이 필요하다.

충청북도와 청주시의 최고 책임자인 김영환 도지사와 이범석 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제라도 책임 회피를 멈추고 본인들의 책임을 다하길 바란다. 715오송참사 기억공간을 제공하고 유가족과 생존자를 지원하길 바란다. 그리고 앞으로 예정될 수사에 적극적인 협조를 하길 바란다.

정치권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현재의 극한기후는 기업과 강대국이 이익과 성장을 위해 탄소를 과도하게 배출한 결과다. 그 피해는 생계를 걱정하는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재난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정치권이 기후재난시대에 대응하는 재난안전대책 수립 뿐만 아니라 저탄소사회로의 전환에도 모든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포스트잇에 적힌 문구로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고자 한다.

"오늘 버스를 타고 오송역을 지나면서 내내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남겨진 유가족분들의 시간이 멈춰있지 않고 흐를 수 있게 함께할게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시민의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한 시민이 포스트잇에 메시지를 담았다. ⓒ 길한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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