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도약론'의 논설
[김삼웅의 인물열전 - 혁명가인가 풍운아인가, 김옥균 평전 38]
김옥균은 험난했던 생애로 인해 글을 많이 남기지 않았다. 그 중에 『한성순보』1884년 5월 11일자에 쓴 「치도약론(治道略論)」은 그 시기 개화파 지식인의 대표적 논설로 읽힌다. 고종의 위임장을 갖고 일본을 몇 차례 다녀온 후에 쓴 글이다. 당시 그는 호조참판에 이어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 협판이었다. 논설의 주요 대목을 발췌한다.
평화적 시기에 세상을 다스리는 데는 법을 세우는 것이 귀중하나 전시에 적을 방위하는 데는 길을 잘 정비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우리나라가 사변을 겪은 후에 폐하의 간곡한 교시가 한 번 내리자 고관들로부터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각기 나라를 돕고 백성을 편안케 하는 대책을 논하지 않는 자가 없다. 그들의 의견을 보면 대개가… 빨리 조치하여 성과를 거두자는 것이다.
현명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좋은 의견이 있는바 이 같은 의견을 자주 인군에게 제기하고 상하가 단결하여 좋은 의견을 실시한다면 오래지 않아 놀랄 만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급선무는 반드시 인재를 등용하며, 국가재정을 절약해 쓰며, 부화하고 사치한 것을 억제하며 문호를 개방하고 이웃나라들과 친선을 잘 도모하는 데 있는 바 이 가운데서 하나가 빠져도 안될 것이다. 그러나 구구한 의견보다도 문제는 실사구시다.
오늘의 세계정세는 변화하여 만국의 교통은 대양을 통하여 실오리로 짜듯 덮였으며 금, 은, 석탄, 철 등의 개발, 각종 공작기계 등의 발명으로 인민들의 일상생활에 편리를 주는 허다한 시설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이러기 위한 세계 각국에서 실시하는 정치의 요점을 찾아본다면 첫째 위생이요, 둘째 농상(農桑)이요, 셋째는 도로(道路)이다. 이 세 가지는 비록 아세아의 성현들도 이것을 나라 다스리는 법칙으로 삼아 어길 수 없었다.
수십 년 이래 나쁜 질병들이 여름과 가을 사이에 유행하여 한 사람이 병에 걸리면 수천 수백 사람에게 전염되어 수다한 청년 장정들이 계속하여 사망하고 있다. 이것은 비단 거처가 불결하고 음식에 절도가 없는 이유만이 아니라 더러운 오물들이 거리 복판에 쌓여서 그 독한 기운의 침습을 받기 때문이다.
이럴 때 부유한 자들이나 존귀한 자들은 약간 위생을 한다고 하는 자인데도 불구하고 다만 화로에 향을 피우면서 주문을 읽는다. 귀신에게 비는 등 못 하는 것이 없으며 또한 의술을 조금 안다는 자들은 다만 병자를 피하려고만 하다가 부득이 병에 걸리면 당기고 밀고 분주히 돌아다니면서 요행수만 바라다가 환자를 고치지 못할 때는 언제나 한다는 말이 "금년은 운수가 그러니 할 수 없다"고 할 뿐이다.날씨가 좀 차지고 전염병이 좀 멈칫해지면 사람들은 다시 의기양양하여 기뻐하면서 지난날 일은 다 잊어버리고 만다. 어리석다고 할는지 슬픈 일이라 할는지 모를 일이다.
현재 구라파 각국에서는 기술의 종목이 매우 많으나 의술을 제일 첫 자리에 놓고 있다. 이것은 인민들의 생명과 관계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큰 관청으로부터 일반 민가에 이르기까지 대문 앞뜨락은 질벅거리기가 도랑이나 다름없고 오물들이 뿜는 악취는 코를 막고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서 외국사람들에게 수칫거리로 되어있다. (주석 25)
주석
25> 『한성순보』, 1884년 5월 11일.
평화적 시기에 세상을 다스리는 데는 법을 세우는 것이 귀중하나 전시에 적을 방위하는 데는 길을 잘 정비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우리나라가 사변을 겪은 후에 폐하의 간곡한 교시가 한 번 내리자 고관들로부터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각기 나라를 돕고 백성을 편안케 하는 대책을 논하지 않는 자가 없다. 그들의 의견을 보면 대개가… 빨리 조치하여 성과를 거두자는 것이다.
오늘의 세계정세는 변화하여 만국의 교통은 대양을 통하여 실오리로 짜듯 덮였으며 금, 은, 석탄, 철 등의 개발, 각종 공작기계 등의 발명으로 인민들의 일상생활에 편리를 주는 허다한 시설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이러기 위한 세계 각국에서 실시하는 정치의 요점을 찾아본다면 첫째 위생이요, 둘째 농상(農桑)이요, 셋째는 도로(道路)이다. 이 세 가지는 비록 아세아의 성현들도 이것을 나라 다스리는 법칙으로 삼아 어길 수 없었다.
수십 년 이래 나쁜 질병들이 여름과 가을 사이에 유행하여 한 사람이 병에 걸리면 수천 수백 사람에게 전염되어 수다한 청년 장정들이 계속하여 사망하고 있다. 이것은 비단 거처가 불결하고 음식에 절도가 없는 이유만이 아니라 더러운 오물들이 거리 복판에 쌓여서 그 독한 기운의 침습을 받기 때문이다.
이럴 때 부유한 자들이나 존귀한 자들은 약간 위생을 한다고 하는 자인데도 불구하고 다만 화로에 향을 피우면서 주문을 읽는다. 귀신에게 비는 등 못 하는 것이 없으며 또한 의술을 조금 안다는 자들은 다만 병자를 피하려고만 하다가 부득이 병에 걸리면 당기고 밀고 분주히 돌아다니면서 요행수만 바라다가 환자를 고치지 못할 때는 언제나 한다는 말이 "금년은 운수가 그러니 할 수 없다"고 할 뿐이다.날씨가 좀 차지고 전염병이 좀 멈칫해지면 사람들은 다시 의기양양하여 기뻐하면서 지난날 일은 다 잊어버리고 만다. 어리석다고 할는지 슬픈 일이라 할는지 모를 일이다.
현재 구라파 각국에서는 기술의 종목이 매우 많으나 의술을 제일 첫 자리에 놓고 있다. 이것은 인민들의 생명과 관계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큰 관청으로부터 일반 민가에 이르기까지 대문 앞뜨락은 질벅거리기가 도랑이나 다름없고 오물들이 뿜는 악취는 코를 막고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서 외국사람들에게 수칫거리로 되어있다. (주석 25)
주석
25> 『한성순보』, 1884년 5월 11일.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 혁명가인가 풍운아인가, 김옥균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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