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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문제 일으키면 공천 배제"... 민주당 혁신위의 마지막 혁신안

"정책 중심 정당으로 체제 전환하자" 강조... 중진 향해 '용퇴' 압박하기도

등록|2023.08.10 16:23 수정|2023.08.10 16:23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혁신위)가 공직자윤리법이나 이해충돌방지법 등 '공직자 윤리' 기준을 위반한 현역 의원·국회의원 후보자를 공천에서 전면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위는 또 국회의원 후보 가운데 20%를 초저출생·초고령화 등 미래의제에 대표성이 있는 인물로 뽑자고 주장하며 동시에 중진 의원들의 '용퇴'를 압박했다.

'마지막 혁신안' 내놓은 김은경 혁신위

혁신위는 1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 조직·공천 ▲정책 정당 방안 ▲미래대표제 등 크게 세 가지 주제와 관련한 혁신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먼저 혁신위는 정당 조직·공천과 관련 현역의원을 평가할 때 '공직윤리' 항목을 신설해 공직자윤리법, 이해충돌방지법, 부정청탁금지법 등이 정하고 있는 공직 윤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국회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자고 제안했다. 다가오는 총선에 도전할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는 혁신위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의혹' 등 민주당이 직면한 윤리 문제를 계기로 탄생한 것과 관련이 있다.

혁신위는 또 공천에 앞서 진행되는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수록 경선 득표에서 더 큰 감점을 주는 안도 제시했다. 가령 현재는 하위 20%에게 경선 득표의 20%를 감산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하위 10%까지 40%, 10~20%는 30%, 20~30%는 20%를 감산하자는 것이다. 특히 탈당하거나 경선에 불복한 이들에겐 경선 득표의 50%를 감산해 더 많은 '패널티(벌칙)'를 주기로 했다.

혁신위는 또 '대의원 직선제'를 도입해 권리 당원들이 직접 대의원을 선출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그동안 일부 민주당 당원들 사이에서는 대의원들이 현역 의원 등 지역구 관계자들에 의해 사실상 '임명'돼 왔는데도, 대표 등 당 지도부 선출 시 대의원들의 '투표 반영 비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권리당원들의 뜻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 같은 의사를 반영해 혁신위는 전국대의원은 지역위원회 권리당원 총회에서 직접 선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위는 당대표, 최고위원 선출 시 투표 반영 비율에서 아예 대의원, 일반당원분을 없애고 권리당원 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로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기존 비율은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였다.

"정책 정당으로 체제 개편... 섀도캐비닛 구성하자"

한편 혁신위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책 정당'으로 체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최고위원 가운데 두 명을 '정책 최고위원'으로 두자고 제안했다. 당 지도부가 정책과 가까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을 논평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대변인'도 따로 두자고 했다.

또 민주당 의원 가운데 18명을, 18개 정부 부처를 담당하는 '책임 국회의원'으로 지정하자고 했다. 민주당이 정권을 얻었을 때를 가정해 가상 내각, 이른바 '섀도캐비닛(Shadow Cabinet)'을 구성하자는 이야기다. 혁신위는 이들이 각 부처별 정책이나 법안, 예산 등을 파악해 주1회 정례 브리핑을 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집권 시 책임 국회의원들을 담당 부처의 유력 장관 후보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혁신안에는 ▲중앙당과 시도당 사무처 당직자의 인원 제한을 푸는 안 ▲민주연구원장의 임기를 보장해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하는 안 ▲1년에 한 번씩 정책 추진 경과 국민 보고회를 열어 추진 경과를 공개하는 안 등이 포함됐다.

또 혁신위는 비례대표·지역구를 포함한 국회의원 후보 중 20%를 '미래의제'나 '미래세대'에 대표성이 있는 이들로 뽑자고도 제안했다. 정책 중심 정당으로 체제를 전환하자는 취지의 일환이다.

혁신위는 '미래 의제'로 ▲노인빈곤이나 복지 등 초저출생·초고령화 문제 ▲플랫폼 노동 등 에이아이(AI)·디지털전환, 미래 노동 문제 ▲에너지 전환 등 기후 완화나 식량 위기 등 기후재난 문제 ▲글로벌 보건 안보 ▲인구구조 변화·이주 ▲평화·미래공존 ▲사회적 재난·안전사회 등을 꼽았다.

또 미래의제 및 미래세대 대표성이 있는 이들을 선출하는 과정에 국민들을 적극 참여시켜 뽑힌 후보를 비례대표와 전략공천 선거구에 우선적으로 배치하자고 했다. 미래 관련 안건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당대표 직속 미래위원회를 만들자고도 제안했다.

전·현역 의원들 향해 용퇴 압박... "3선 출마 제한은 아냐"
 

▲ 서복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마지막으로 혁신위는 일부 전·현역 의원들을 향해 '용퇴'를 압박했다. 혁신위는 "수차례 의원직을 역임하고 의회직과 당직을 두루 맡으시면서 정치 발전에 헌신하신 분들 중에서 이제는 후진을 위해 용퇴를 결단하실 분들은 당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또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여러 차례 의원을 역임하신 분들 중, 후진을 위해 길을 열어주실 만한 분들인데도 다시 출마를 준비하는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분들 역시 당의 미래를 위해 불출마 결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혁신위가 3선 이상 의원들을 상대로 '출마 제한'을 언급한 건 아니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 직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3선 의원 출마제한을 이야기한 게 아니다. 다선 의원보다 초·재선 의원이 더 청렴하다거나 능력 있다는 기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말하면 다선 의원들이 희귀한 인적 역량을 갖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면서도 "용퇴 문제를 거론한 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소위 옛날 분들이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은경 "혁신안은 피, 땀 결과... 죽기살기로 혁신안 만들어"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한편 이날 혁신안 발표를 마지막으로 지난 6월 20일 이재명 대표로부터 전권을 받아 출범한 혁신위의 업무는 사실상 종료됐다. 이날 모두발언에도 "그동안 혁신위 활동을 성원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김은경 위원장의 마무리 발언이 포함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질의응답 과정에서 "혁신안을 만들면서 여러 의원들과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치열하게 논의하고 논쟁했다. (혁신안은) 피와 땀의 결과"라며 "그 결과가 여러 일로 가려질까 가장 두렵다. 명치를 향했던 칼끝이 정말 아팠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래도 온 혼신의 힘을, 죽을힘을 다해서 죽기 살기로 여기까지 왔다"며 "(마무리 발언에서) 사죄 말씀을 드렸으니 그것으로 갈음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민주당은 곧장 기자회견을 통해 혁신위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오늘 혁신위원회의 제안은 민주당의 쇄신을 위한 고언"이라며 "혁신위 제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당 쇄신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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