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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만들자 그게 내 의무"... '범죄도시' 제작자의 뚝심

[JIMFF]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

등록|2023.08.14 19:05 수정|2023.08.15 15:36

▲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국제경쟁부문 심사를 맡은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로 위기를 맞은 한국영화산업 현장에서 이 사람 만큼은 꾸준했다. <침입자> <유체이탈자> <대외비> <리바운드> 등. 지난 3년간 그가 제작한 영화들이다. 여기에 <범죄도시2>와 3편으로 팬데믹 기간 유일하게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저력을 보였다. BA 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가 현재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제작자임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간인 13일 장원석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영화제에 참석한 그는 심사 대상 영화 8편 중 이미 5편을 본 상태였다. "그간 일 때문에 영화들을 제대로 볼 시간이 없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보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그가 소회부터 밝혔다. 국내 여러 영화제에서 심사나 포럼 등에 참여해 온 그는 "한국영화뿐 아니라 국내 영화제들도 부침을 겪는 건 맞는 것 같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격변기에도 변함없는 가치

"많이들 하시는 얘기지만 영화산업에 가장 중요한 건 다양성이라 생각한다. 웰메이드 상업영화가 나올 수 있는 자양분이기도 하거든. 어떤 창작자든 처음부터 대규모 영화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술영화, 중소 상업영화, 다큐멘터리 등이 많이 만들어져야 산업에 시너지가 온다고 본다. 특히나 코로나19 기간에 다양성 측면이 약화된 게 있다. 영화제들이 바로 그 다양성을 지지하는 축인데 그동안 오프라인 행사가 힘들었다. 엔데믹이 된 지 얼마 안 지났는데 예전의 활기를 조금씩 찾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엔데믹이라지만 올여름 극장가, 특히 한국영화는 오히려 매출액이 감소하는 추세다. 영화진흥위원회 상반기 결산 자료에 따르면 외국영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74% 증가한 것에 비해, 한국영화 매출액은 약 6% 감소했다. 그마저도 <범죄도시3>가 유일하게 200만 관객을 넘고, 천만 관객을 돌파해서 나온 결과다. 여름 성수기를 겨냥한 한국영화 중 <밀수>를 제외하고 <더 문>이나 <비공식작전> 등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할 게 유력하다. 이런 현상을 일선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기본적으로 한국영화계가 그 크기에 비해 정서적으론 서로 상당히 가깝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알 정도이고 동료의식도 있다. 서로 상황을 잘 알기에 이런 위기를 어떻게 타계해야 하나 걱정들이 많다. 제가 제작한 <범죄도시>는 잘 되고 있지만, 왠지 밍구스럽달까. 관객분들 판단이 더 예리해졌다. 입소문이 나야 관람하시는 것 같고, 심지어 입소문이 나도 그게 어떤 재미인지 찾아보고 나오시는 것 같다. 반대로 재미없다거나 부실하다는 평이 나와도 본인이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는 정서가 강한 것 같다. 예전엔 영화 관련 부정적인 이슈가 있어도 되는 작품이 있었는데 지금은 부정 이슈가 있다면 그냥 패스해버리는 아주 엄격해진 관람 기준이 생긴 것 같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극장을 찾는 소비 패턴이 과거보다 위축됐다는 뜻일 것이다. 장원석 대표는 OTT 플랫폼 급부상과, 콘텐츠 소비 환경 등의 변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OTT 플랫폼 작품으로 영화는 대체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졌다고 본다"며 그는 "칸영화제 등 세계 유명영화제에서도 OTT 작품을 초대하는 걸 보면 그 화두는 지속될 것 같다. AI(인공지능)가 만드는 시나리오나 영화까지 나오는 마당이니 말이다"라고 말했다.

격변기에 장원석 대표 또한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었다. 디즈니+ <카지노>, SBS <악귀> 등에 참여한 것. 본인이 제작해 온 영화들도 꾸준히 개봉시켰다. 다른 제작사에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개봉을 피하려 할 때 그가 세운 제작사 BA(Best Association) 엔터테인먼트 작품은 주기적으로 개봉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20)은 코로나19 초기, 대구의 한 종교단체 발 확산세로 피해를 보기도 했다.

"그 영화가 2020년 2월 19일에 개봉했다. 정확히 기억한다. 그 무렵 33번째 확진자가 나왔고, 집단 감염으로 이어지며 한국영화들이 너도 나도 개봉을 미루게 됐다. 외화들도 미루고 극장이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배급사를 통해 영화를 달라고 연락이 많이 왔다. 그래서 6개월 뒤에 <침입자> <결백> <사라진 시간> 등을 개봉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직전까지 왕성하게 만들어놨던 걸 배짱 있게 개봉한 셈이다. 마냥 미루는 게 답이 아니라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 당시 개봉 지원금 같은 유인책이 있기도 했고."
 

▲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맨 왼쪽).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회가 된 팬데믹

해당 기간에 손익분기점을 넘은 영화들이 세 편이라지만, 장원석 대표는 꾸준히 멈추지 않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완성해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물론 크게 흥행한 <범죄도시> 시리즈나 애착이 많이 갔지만 흥행에 실패한 여러 영화들을 대하는 마음은 나름 특별했을 것이다. 장원석 대표는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를 언급했다.

"<리바운드>는 일반시사, 블라인드시사, 언론 시사, 심지어 개봉 후 실 관람평까지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그랬는데도 안되더라.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영화 선택 기준이 정말 달라졌구나를 체감했다. 관람료가 크게 오른 탓도 있겠지만, 3시간, 4시간을 투자하는 그 소비 행태가 습관성이 아닌 보다 능동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10여 년 전 기자와 장 대표는 <퍼펙트게임>으로 처음 만난 바 있다. 당시 충무로 제작자의 블루칩이란 수식어를 쓴 적이 있다. 말대로 그는 블루칩을 넘어 이젠 대세가 되어 있었다. 그 비결과 원동력에 그는 반복해서 꾸준함을 강조했다.

"정말 꾸준히 노동했다. 따지고 보면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제작자분들도 일을 열심히 하신다. 하지만 결국 작품을 꾸준히 내놓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제가 2006년 <왕의 남자> 이후 영화사 대표일을 했다. 본격적인 제작은 2010년부터 시작했는데 평균 해마다 세 편씩 개봉했다. 점점 탄력이 붙던 와중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는데 정말 힘들긴 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다고 누가 그래도 솔직히 '뭐가 기회야?'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생존하려고 드라마에 2년 가까이 도전했다. 정말 많이 배웠다. 치열하게 배우고 노력한 결과가 결실을 맺으면서 전화위복이 진짜 될 수 있구나 싶었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드라마 제작을 안 했을 테니까. 영화와 드라마가 정말 다르다는 걸 배웠다. 근데 재밌더라. 제가 영화일을 30년 가까이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때가 있었는데 정말 힘들게 <카지노>를 만들면서 일종의 용기를 얻었다."


<범죄도시> 1편, 그리고 <롱 리브 더 킹>을 연출한 강윤성 감독과 장원석 대표는 특별한 인연이었다. 같이 준비하던 영화들이 족족 무산되면서 코로나19를 맞이했고, 절치부심하던 강 감독이 <카지노> 16편을 모두 완성한 후 장원석 대표에게 보여준 것. 장 대표는 "서로 대본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17부까지 다 썼다. 그리고 투자자를 찾아다녔는데 사실 미친 짓이긴 했다"며 회상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선 그걸 다 읽어야 하니 가혹한 거지. 미련하게 일한 거다. 기존 드라마 제작사를 찾아다니다가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를 찾아갔고, 거기서 아크미디어를 소개해줬고, 이후 디즈니가 들어왔다. 사실 이미 디즈니에게 한 차례 거절당했었다. 제작비를 선 집행하고 후 정산해주는 시스템이었는데 아크미디어에서 정말 어렵게 초기 제작비를 마련해줘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때 드라마를 배운다는 생각에 거의 현장에 가 있었던 것 같다. 현장에서 슬레이트를 안 치는 것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알고 보니 방송계엔 데이터 매니저가 있어서, 싱크를 맞춰서 편집으로 보낸다더라. 영화 현장과 큰 차이점이었다."

회사 설립 10주년인 올해, 장원석 대표는 추석 연휴 즈음 강제규 감독의 <보스톤>을 개봉시킬 예정이다. 영화 개봉을 준비하면서도 그는 <강매강> <재벌X형사> <협상의 기술> 등 현재 기획 개발 중인 작품들을 하나하나 열거했다. 대부분이 드라마였다. "많은 플랫폼이 생기면서 양질의 콘텐츠만 살아남는 분위기인데, 지금처럼 꾸준히 제작하는 게 목표"라며 "<오징어게임> <기생충> 같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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