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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조작' 징역형 정용선의 특별사면, 의심스러운 상고 포기

[取중眞담] 결국 총선 출마 길 터준 대통령과 여당, 그 이유를 묻는다

등록|2023.08.16 17:15 수정|2023.08.16 17:26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BR>[편집자말]

▲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8.15광복절 특사 명단을 발표한 뒤 떠나고 있다. ⓒ 권우성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된 정치인 7명 중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에 대한 사면을 놓고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별사면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는 하지만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 후 석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사면을 결정한 것은 사법부에 대한 도전이자 법치주의의 유린이라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충청권에서 유일하게 사면 복권된 정용선 국민의힘 당진시 당협위원장(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과 관련된 뉴스는 많지 않다. 언론도, 정치권도 비판의 대상에서도 그를 특별 제외시킨 듯하다.

정 위원장은 경찰 출신이다. 당진 순성 출신인 그는 경찰대학(3기)을 졸업하고 당진경찰서장, 서대문경찰서장, 충남지방경찰청장(2012), 경찰청 생활안전국장, 대전지방경찰청장, 경찰청 수사국장,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2016)을 거쳤다.

그런 그가 돌연 경기지방경찰청장을 끝으로 정치인의 길을 택했다. 그는 지난 2018년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충남도지사 선거에 나섰다.

당시 전국농민회총연맹(아래 전농)은 충남도지사 출마 반대 성명을 냈다. 전농은 "그가 경찰청 수사국장 당시(2015) 민중총궐기와 관련해 수십 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1000명이 넘게 소환장을 남발하는 등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과잉수사를 하며 공안 탄압을 자행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불법 여론조작으로 고발당한 후 승승장구?
 

▲ 정용선 국민의힘 당진시 당협위원장. 사진은 지난 2018년 충남도지사 예비후보로 선거를 준비하던 당시의 모습.(자료사진) ⓒ 이정구


정 위원장이 정치의 길로 나선 데는 2018년 '이명박 정부 경찰 불법 여론조작과 직권남용 혐의 수사'(아래 경찰여론 조작 혐의)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경찰청 보안 사이버수사대가 국군 사이버사령부로부터 정부에 비판적인 누리꾼들의 개인정보를 전달받아 수사에 활용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지지 댓글을 직접 게시해 불법 정치개입과 여론조작에 가담한 건이다.

당시 정 위원장은 경찰청 정보국 정보심의관으로 일했는데 조현오 전 경찰청장과 황성찬 전 경찰청 보안국장 등과 함께 고발됐다. 경찰은 2018년 2월 자체 진상조사 끝에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같은 해 12월 정용선 전 청장 등 경찰 간부를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부는 정 위원장에게 1심에서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2020년 2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이버 여론대응팀을 만들어 일반인이 경찰 입장이나 정부 정책에 우호적인 생각을 갖게끔 댓글을 작성해 국민 여론을 형성했다"며 "명백히 헌법 질서에 반하는 행위이며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를 크게 훼손시켰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정 위원장은 시종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 탄압"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고,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지난 2020년에는 당진시에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는 수사받는 동안 대한민국 칭찬 대상(교육 부문, 2018)을 받았고, 불구속 기소 이후에는 위대한 한국인 대상(2019)도 수상했다. 1심 판결 이후에도 2019년 2월까지 세한대 경찰소방대학 학장을 역임했고, 지난해 8월부터는 세한대 특임 부총장을 맡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도 맡았다. 1심에서 '헌법 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하고 경찰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켰다'고 인정된 사람을 대학 부총장으로 임명한 것도 문제지만, 대법원 판결 전이라고 해도 헌법 수호를 보좌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헌법 질서에 반한 인물을 앉힌 점은 모순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그를 당진시당원협의회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오는 2024년 총선 출마를 준비해 온 그에게 국민의 힘이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당시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과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강조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 3월 2심 재판에서 큰 복병을 만났다. 비록 1심에 비해 감형되긴 했지만 2심 재판부 또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 제19조에는 '금고 이상의 형(금고·징역·사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아니한 자'는 피선거권이 없다. 그는 즉시 상고했다.

하지만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현호 경찰청장과 국방부 간부들이 줄줄이 상고가 기각된 데 미루어 보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었다. 2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총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이런 와중에 정 위원장은 지난 6월 5일 돌연 상고마저 취하했다. 상고 포기로 징역형이 확정됐고 피선거권이 상실돼 내년 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 출마가 불가능하게 됐다. 특히 중대 범죄 행위로 2심에서 유죄가 확정되면서 국민의힘 당진시 당협위원장직도 유지하게 어렵게 됐다.

국민의힘 당규 19호 지방조직 운영 규정 제28조에는 '강력 범죄, 파렴치한 행위 및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의 형이 2심 판결에서 확정된 경우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사퇴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묻는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사퇴하지 않았고, 국민의힘 중앙당은 정 위원장의 위원장직과 직무 유지를 결정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판결이 확정돼야 사면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특별사면을 받기 위해 상고를 취하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당시 정 위원장들의 측근들도 "정 위원장의 사면을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의 많은 당원은 반신반의했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특정인의 희망에 따라 행사될 정도로 그렇게 허술하겠냐는 의미에서였다.

그런데 결국 지난 14일, 정 위원장은 특별사면(형 실효 및 복권)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형이 확정된 지 2달여만이었다. 결과를 놓고 보면 두 달 전 특별사면을 대통령실이나 누군가로부터 언질 받았거나, 아니면 도박에 가까운 모험을 했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법무부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에 대한 사면 이유로 '그가 내부 고발자로 고발했던 사건 중 일부가 유죄로 확정된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위원장의 경우 법무부가 정치인 7명 사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까닭을 아무리 살펴봐도 알 길이 없다.

대통령과 법무부에 묻는다. 헌법 질서에 반하는 행위로 형이 확정된 지 두 달 만에, 수사와 재판이 시작된 이래 오히려 여러 상을 받고, 대학 학장과 특임 부총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국민의힘 당진시 당협위원장을 맡아 생활이 불안정해지거나 사회적 지위가 불안한 위치에 선 적이 없어 보이는 정 위원장을 사면한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의힘에 묻는다. 헌법 질서에 반하는 행위로 형이 확정된 정 위원장을 당규에 따라 사퇴시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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