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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향한 <동아> 대기자의 직설... "선택적 공정"

[언론비평] 연이은 매운맛, '김순덕의 도발'... 언론인 79%가 '국정수행 잘못'이라는 시대

등록|2023.08.17 15:05 수정|2023.08.17 15:05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3일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스카우트 최고의 예우를 표하는 장문례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이 주요국가 7개국(G7) 회의에 초대됐다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인 듯 잘난 척 할 일이 아니었다. 화장실보다 더 치명적인 것이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고, 세계적 행사엔 위원장이 많을수록 좋다고 믿었는지 그 조직위원장을 다섯 명이나 앉히는 인사였으며, 그러고도 할 일을 못한 무책임한 태도였다. 그래서 화장실보다 부끄러운 국제 망신 사태가 일어났던 것이다."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꾸준히 비판적인 칼럼을 게재했던 <동아일보> 대기자는 '잼버리 사태'의 책임이 현 정부와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 11일 <눈 떠보니 후진국... '잼버리 트라우마' 어쩔 것인가>란 제목의 '김순덕의 도발' 칼럼을 통해서였다.

물론, 문재인 정권과 전라북도가 "사기극 벌였다"는 비판이 전제됐다. 그럼에도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동아일보>의 현 정권 비판은 매세웠다. 김현숙 여가부장관의 무능과 무책임을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강하게 질타했고, 현 정권의 '전 정권 탓'은 "지긋지긋하다"고 평했다. 국민들이 '안전'에 대한 판단을 불안해하는 의식은 사회지도층들이 '신뢰 자본'을 갉아 먹은 탓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왜 다섯 명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책임 총량의 법칙'이 있다. 무릇 책임이란 한 사람에게 맡겨야 죽으나 사나 혼자 짊어지고 가는 법이다. 여럿이 나눠지면 누구의 책임도 아닌, 무책임이 돼 버린다. 책임자가 많을수록 좋다면 대통령도 다섯 명씩 뽑지 왜 한 명만 뽑겠나(국민은 대통령을 분명 한 사람만 뽑았는데 VIP1과 VIP2가 있다는 소리가 용산에 떠돈다고는 한다).

(...). 문책을 하려면 다섯 명의 공동위원장을 똑같이 하든가, 적어도 세 장관에게는 같은 처분을 내려야지 여가부 장관만 경질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공동위원장을 다섯 명이나 앉힌 용감한 인사 그 자체가 더 큰 문제는 아닌가?" -  [김순덕의 도발]눈 떠보니 후진국... '잼버리 트라우마' 어쩔 것인가 중(2023.08.11.)

연이은 윤 대통령 '매운맛' 겨냥
 

▲ 17일 <동아일보> A30면에 실린 김순덕 대기자의 칼럼 <"대통령부터 달라지겠다” 한마디가 그리 어려운가>. ⓒ 동아일보 PDF


그 김순덕 대기자의 새 칼럼이 17일 <동아일보> 홈페이지의 '많이 읽은 기사' '지금 뜨는 기사'에 올랐다. 제목부터 도발적이고 직선적이다.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대통령부터 달라지겠다" 한마디가 그리 어려운가>란 칼럼 속 주장은 이랬다.
 
너무나 비상식적인 이태원 참사 발생 나흘 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모든 부처가 안전 주무 부처'라는 각별한 각오로 안전에 근본적 대책을 세워 달라"고 하나 마나 한 주문을 날렸다. 그러니 윤 대통령이 연설할 때마다 강조하는 '자유'는 공공귀족들의 무능할 자유, 무책임할 자유, 이해충돌 무시하고 지대(地代)나 좇는 자유가 된 것이다. - [김순덕 칼럼] "대통령부터 달라지겠다" 한마디가 그리 어려운가 중(2023.08.16.)

김 대기자는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에 이은 잼버리 사태를 현 정부의 세 번째 대형 사고로 규정한 뒤 그 책임을 현 정부를 책임진 사회지도층, 엘리트들에게 따져 물었다. '공공귀족들'이란 표현도 있다.

그러면서 김 대기자는 "거대야당이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는 건 사실이지만 정부도 국민 신뢰를 많이 잃었다"면서 "'대통령 사람'에게만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공정과 상식과 법치는 가장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무법천지를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대통령 사람'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순살 아파트' 논란의 중심에 선 LH 이한근 사장을 꼽았고, LH의 전관업체 몰아주기를 '철면피 카르텔'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김 대기자는 "이런 공기관을 감독해야 할 국토교통부 장관, 3월 지자체 정부혁신 종합계획을 발표했던 행정안전부장관은 이 정부의 특기인 전임 정권 탓이나 하면서 태연하다"며 원희룡 장관과 이상민 장관까지 도마 위에 올렸다.

잊을 만 하면 되풀이되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인사들의 '선거 개입'을 방불케 하는 언행에서 볼 수 있듯, 현 정권의 관심이 내년 총선에 쏠려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보수매체를 대표할 수 있을 김 대기자의 관심도 같은 방향을 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칼럼의 말미가 딱 그랬다.
 
이렇게 내년 총선까지 지지부진 갈 순 없다. 이미 차관 개각으로 '대통령 직할 체제'를 구축했다지만 결과는 힘 빠진 장관, 해이한 공직사회, 그리고 떠나는 민심뿐이다. 또 대통령 직할 공천으로 국민의힘이 설령 대승을 거둔다 한들, 가장 중요한 법사위는 야당 몫이다. 대통령 뜻대로 의회를 움직여 법을 뚝딱 통과시킬 순 없다는 얘기다.

(...) "국면 전환용 개각은 없다"가 자랑이 될 순 없다. 대통령 부친도 국민만 바라보라고 하지 않았던가. 총선 승리보다 국민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은 귀국 후 "대통령인 저부터 달라지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김순덕 칼럼] "대통령부터 달라지겠다" 한마디가 그리 어려운가 중(2023.08.16.)

절반 가까운 보수 성향 기자들도 윤 대통령 '부정 평가'
 

▲ 8월 16일 치 <기자협회보>. ⓒ 김지현


김 대기자의 16일 치 칼럼은 네이버에서만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중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은 "더 이상 칼럼 쓰지 말고 이준석, 유승민이 하고 민주당 입당해라"는 글이었다. 최근 <중앙일보>나 <동아일보>에서도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는, 현 정권에 대한 질타를 용인하지 않는 듯한 의견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관해선 <기자협회보>가 최근 기자 99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기자협회 창립 59주년을 맞아 <기자협회보>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기자 994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7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은 79.1%에 달했다. 기자 10명 중 8명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중 '매우 잘못하고 있다'는 45.1%, '잘못하는 편이다'는 34%였다.
 
"윤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보수' 성향 기자들에서 48.5%였지만, '진보' 성향 기자들에선 1.6%에 불과했다. 자신을 '중도'라고 밝힌 기자들도 15%만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호평했다. 오차 범위 내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수 성향에서만 긍정 평가(48.5%)가 부정 평가(46.2%)를 앞질렀다." - <기자협회보> 기자 79% "윤 대통령, 국정수행 잘못하고 있다" 기사 중

진보 성향 기자 1.6%, 중도 성향 기자 15%라는 극도로 낮은 '긍정 평가' 비율만큼이나 윤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보수 성향 기자가 절반에 가깝다는 결과가 이목을 끈다. 김순덕 대기자의 <동아일보>나 <중앙일보>의 최근 칼럼 중 정권 비판 적인 주장이 갈수록 늘어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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