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까지 해임... 방통위 두달새 공영방송 이사 4명 날려
방통위, 2명 참석 회의에서 해임안 의결... 직권남용 논란도 거세져
▲ 의사봉 두드리는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2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 해임안과 황근 선문대 교수의 KBS 보궐이사 추진안 등을 의결한다. ⓒ 연합뉴스
남영진 KBS 이사장에 이어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까지 해임됐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상임위원 5인 중 2명만 참석한 상태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권 이사장 해임안 의결을 강행했다.
방통위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 해임안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MBC의 경영 성과 등을 적절하게 관리·감독하여야 함에도, 과도한 MBC 임원 성과급 인상과 MBC 경영손실을 방치하는 등 MBC와 관계사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아울러 MBC 부당노동행위 방치와 MBC 사장 부실 검증 등의 책임도 있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지난 14일 남영진 KBS 이사 해임건의안과 정미정 EBS 이사 해임안을 전체회의에서 의결했고, 지난달 12일에는 윤석년 KBS 이사 해임건의안도 확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건의 KBS 이사 해임 건의안을 즉각 재가하면서 속도전에 힘을 보탰다. 이날 권태선 이사장 해임안까지 의결되면서, 2개월간 공영방송 이사 4명이 해임되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됐다.
5인 체제 방통위, 2명만 참석해 '해임' 의결
한편 이날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는 직권남용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는 김현 상임위원(민주당 추천)이 불참한 가운데, 김효재 방통위 직무대행, 이상인 상임위원(대통령 추천) 2명만 참석했다. 방통위 전체회의는 본래 5인의 상임위원 합의제로 운영되는데, 과반이 불참한 상태에서 반쪽짜리 전체회의에서 이사장 해임이 결정된 것이다.
관련해 김현 위원은 반쪽짜리 전체회의 개최와 의결이 직권남용 등에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방통위 측은 방통위법상 전체회의는 위원장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고, 전체회의는 재적위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현 위원은 "사무처는 긴급을 요하거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위원회 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긴박한 사유는 딱 하나 김효재 직무대행의 임기인 8월 23일 이전 처리하겠다는 이유 말고는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권태선 "집행정지 등 모든 법적대응"
▲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을에서 MBC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이 ‘탈법적 공영방송 이사 해임 즉각 중단하라’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권 이사장은 이날 해임안이 통과된 직후 MBC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무슨 짓을 해서라도 MBC를 장악하고 공영방송을 무너뜨리겠다는 '막가파식' 정권의 칼춤은 막아낼 도리가 없었다"면서 "위법한 절차를 통해 저를 해임한 방통위의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를 비롯해 필요한 모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권 이사장은 "방문진이 문화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방송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변신한 뒤, 여러분에 대한 권력의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불의한 정부의 압력에 결연히 맞선다면, 끝까지 국민의 편에 서서 진실을 추구해나간다면, 우리 국민 역시 MBC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