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 "불법적 요구"
고 채상병 사건 수사 논란... 법률상 주체는 군검사 또는 군사법경찰, '이첩 후 반환' 절차도 없어
▲ 고(故) 채수근 상병의 안장식이 7월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고 있다. 채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 연합뉴스
수해 복구 지원에 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고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가 당초 해병대 수사단에 '사건을 아직 경찰로 넘기지 말라'고 지시했던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은 이후 군이 사건을 경찰로부터 회수해온 것 또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신범철 국방부 차관에게 "(7월 30일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보고를 받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결재하고 난 후 '이첩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는가"라고 물었다. 신 차관은 "이첩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출장 복귀 후 재검토할 테니까 그때까지 보류하란 것이었다"고 답했다. 권 의원은 "그런 권한이 장관한테 있나"라고 반문했다.
"국방부 장관이 결재? 이첩 보류 지시? 권한 없다"
▲ 신범철 국방부 차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의혹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같은 당 이탄희 의원도 "(군사법원법 개정 후) 지금까지 장관한테 보고 안 하고 이첩한 적도 많다"며 "(국방부 장관이) 결재했다? 이건 결재가 아니다. 이럴 권한이 없다. (해병대 수사단이 장관에게 채 상병 사건을) 이관할 예정이라고 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장관은) 이첩 보류 지시가 아니라 이첩을 중단하라고 불법적으로 요구한 것"이라며 "정당하게 넘어간 수사기록을 빼돌리라고 지시한 거다. 불법적인 것"이라고 했다.
최강욱 의원은 "8월 10일 (군에서) 저한테 보고할 때도 '항명사건 때문에 수사자료를 인수했다'고 했는데, 경찰청은 14일 답변 때 (채 상병) 사망사건을 전제로 얘기했다. 경찰은 또 법 근거를 군사법원법을 얘기했다"며 군의 사건 회수 근거 자체가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또 전자정부법 등에 따라 경찰에 채 상병 사건 수사 자료가 넘어가면 이미 이첩이 완료된 것이라며 군사법원법에는 이첩된 사건의 반환 관련 규정이 아예 없기 때문에 결국 군의 사건 회수는 불법이라고 했다.
군사법원법 개정에 참여했던 박주민 의원은 국방부의 이 사건 개입은 법 개정 취지에도 반한다고 봤다. 그는 유재은 법무관리관에게 "(박정훈 대령과) 다섯 차례 통화하면서 (지휘부의) 혐의를 기재하지 않는 방법 등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바 있냐"며 "(법이 바뀐 다음) 지금까지 여섯 건의 군 사망사건을 경찰에 이첩하면서 혐의를 기재하지 않은 사례가 있나. 이 사안에 대해서만 범죄혐의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의했다.
박주민 의원 : "군사법원을 개정해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최대한 신속하게 민간경찰에 이첩해서 민간경찰이 들여다보게 만든 겁니다. 이 법을 만들 때 제가 간사였어요. 법무관리관님, 그 당시 계셨죠? 어떤 의미를 갖는 조항인지 알죠? 지금처럼 국방부에서 보고 보고 또 보고 혐의를 뺐다 넣었다, 대상자를 이렇게 하라 하는 게 아니라 바로 이첩하라는 내용으로 심의되고 통과된 거 아시죠? 그런데 왜 이번 사건에 대해선 장관까지 계속 전화하면서..."
유재은 법무관리관 : "다른 사건과 달리 장관님께 보고된 최초의 사안이었습니다."
국방부의 반박 "장관에게 지휘감독권한 있다"
▲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의혹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 오른쪽 신범철 국방부 차관) ⓒ 유성호
유 법무관리관은 "다른 사건과 달리 장관께 보고된 최초의 사안"이라며 "장관이 이첩 보고를 받고 결재했지만, 그 과정에서 본인이 의심이 든 부분에 있어서 개인 참모인 법무관리관에게 '이게 맞냐'고 물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저는 (박정훈 대령과) 첫번째, 두번째 통화할 당시에는 개별 사건에 대해서 구체적 내용을 몰랐고 세번째 통화에서만 개별 사건에 대한 사건인계서를 잠깐 봤을 뿐"이라며 수사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유 법무관리관은 "해병대 수사단장이 수사 결과를 장관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받았기 때문에 그를 기화로 장관이 이 사건의 이첩 내용을 알게 된 것이고 그에 따라서 해병대 사령관을 통해서 지휘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해병대 사령관은 소속부대의 장이기 때문에 수사단장에 대한 지휘감독권한이 있다"고도 반박했다. 신범철 차관 역시 "(장관에게는) 군사경찰 직무수행 관련 지휘감독권한 책임이 있다"며 이첩 보류, 반환 모두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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