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 임명? 이럴 거면 인사청문회 왜 여나
[주장] 윤 대통령, 이미 15명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 정쟁 수단 된 인사청문회 유감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 도중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이하 인사청문보고서)가 여야 대립 끝에 시한 내 채택되지 못했다. 여당은 이 후보자를 "방송 정상화의 적임자"라고 추켜세운 반면, 야당은 "걸어다니는 의혹백화점"이라고 깎아내렸다.
결국은? 늘 그래왔듯이 '답정너' 임명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윤 대통령은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의 임기 만료(23일) 이후 빠른 시일 내에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라는 수식어를 달아 이동관 후보자를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그러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박진 외교부장관, 이상민 행안부장관, 원희룡 국토부장관, 한동훈 법무부장관, 김현숙 여가부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이주호 교육부장관, 김영호 통일부장관 등 15명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바 있다. 이번에 이동관 후보자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할 경우 16번째가 된다.
'형해화(形骸化)' 완성된 인사청문회
이럴 거면 인사청문회를 왜 여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무총리, 대법원장 등 국회의 임명동의안이 필수인 일부 인사를 제외하고는 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임명이 가능하고, 실제로 아무런 거리낌없이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아니라,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되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재임 기간 34명의 장관급 인사를 야당의 동의 없이 임명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어찌 생각하면, 자기 사람을 데려다 쓰는 건 권력자의 재량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기초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은 채 무조건 버텨 답정너로 임명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사청문회법 제12조1항에 따르면,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공직후보자의 인사청문과 직접 관련된 자료의 제출을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기타 기관 등에 요구할 수 있다. 제12조4항은 "위원회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자료의 제출을 요구받은 기관이 정당한 사유없이 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한 때에는 해당 기관에 이를 경고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일, 청문회에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했다는 이유로 방통위와 국정원 등 정부 부처와 고려대, 하나고,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13개 기관을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승래 의원 등은 이 후보자를 겨냥해서도 "장남의 생활기록부 및 입시 관련 자료, 가족의 가상자산과 주식 투자 내역 등 기초자료를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제출하지 않은 것은 인사청문회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의 무용론도 제기된다. 어차피 대통령 마음먹은 대로 임명할 게 뻔한데, 굳이 헛심 들여 정쟁만 연출하고 국민 피로감과 정치불신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인사청문회법을 개정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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