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전거 길의 지렁이 떼죽음자전거 도로에 지렁이 사체가 널부러져 있다. ⓒ 신경민
지렁이들이 죽고 있다. 무더운 폭염 아래, 아스팔트 위에서 말라비틀어진 지렁이를 여러 마리 발견했다. 눈, 코, 귀, 팔다리가 없는 지렁이는 흙 속에서 흙 사이사이의 공기를 피부로 호흡한다. 비가 오면 빗물이 이 구멍들을 막는다. 지렁이는 비가 오면, 숨을 쉬기 위해서 땅 밖으로 나온다.
최근 비가 자주 내렸다. 그때마다 지렁이는 살기 위해 땅 위로 머리를 내민다. 요즘 비가 그치면 금방 햇빛이 쏟아진다. 햇빛은 지렁이의 수분을 빼앗는다. 아스팔트 위의 지렁이는 빠르게 땅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돌아가지 못한 지렁이는 아스팔트 위에서 대다수 죽음을 맞이한다.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도 없다. 발이 없기 때문이다. 지렁이는 근육의 수축, 이완으로 앞으로만 이동할 수 있다. 결국, 앞으로만 이동하던 지렁이는 강렬한 햇빛에 수분을 모두 빼앗겨 말라비틀어진다.
지렁이는 일명 '흙의 파수꾼'이다. 썩은 잎이나 죽은 뿌리, 흙 속의 미생물 등을 먹고 뱉으며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다. 지렁이가 만든 수많은 구멍은 비가 내릴 때 저수기 역할을 해서 산사태를 막아주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데 유용하다. 진화론의 아버지 찰스 다윈은 지렁이를 "지구에서 가장 뛰어난 노동자"라고 추앙했다. 지렁이는 이로운 일을 많이 하는 흙 속의 파수꾼인 셈이다.
현재 전 세계에 보고된 지렁이는 6000여 종이라고 한다. 그중 한반도에는 200여 종이 남아 있다. 이마저도 사라지고 있다. 1930~1960년대 쉽게 보았던 종을 지금은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급격한 개발과 토양 오염에 따른 결과다.
비가 온 후, 아스팔트 위에 죽어 있는 지렁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렁이는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이로운 생물이다. 폭염 속에서 지렁이는 고군분투하고 있다. 어제는 한강에서 둘둘 감은 종이로 지렁이를 흙 위로 밀어주던 사람을 발견했다. 지렁이를 위한 구출작전이 필요하다는 고민에서 이런 움직임이 시작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