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쇄석장이 동해 관광명소 된 사연
도시학 측면에서 본 무릉별유천지와 묵호등대, 아침햇살정원
대학생 때 동해 바닷길을 따라 걷는 '해파랑길'을 따라 여행한 적이 있다. 그때 들렸던 도시 중 하나가 강원도 동해시였다. 동해에 '동해시'라는 도시가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동해 최북단 고성에서부터 내려오면 속초, 양양, 강릉 그다음이 동해시다. 1980년 묵호읍(당시 명주군)과 북평읍(당시 삼척군)을 합치면서 동해시로 승격했다. 강원도 내에서 춘천시와 원주시를 제외하면 인구가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추세인데 동해시도 마찬가지다. 1980년 10만이 넘는 인구였지만 현재 인구는 8만 9천 명이다.
강원도 동해시에는 쌍용C&E라는 시멘트 제조회사의 생산공장이 있다. 하지만 동해 바다에 인접한 강원도 내 여느 도시들처럼 관광업과 어업이 경제 기반 산업인 도시다.
이번 여름 7월 말 휴가철에 동해시 관광지를 둘러봤다. 세 곳의 관광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도시학 측면에서 감명 깊었던 관광지도 있었고 아쉬웠던 관광지도 있다.
폐광을 멋지게 재탄생시킨 '무릉별유천지'
첫 번째 명소는 폐광시설, 산과 호수의 풍경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바로 폐광시설이 관광 명소로 재탄생한 '무릉별유천지'다. 1968년 쌍용C&E는 동해시 금곡동 두 개의 지구에 '무릉 3지구'라는 이름으로 142만 6000㎡(약 43만 평) 면적의 광산을 개발했다. 금곡동에는 양질의 석회암이 분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채광이 종료되었다. 동해시는 쌍용C&E에게 기부채납으로 이 부지를 받았다. 이후 2018년에는 강원도 거점육성형 지역개발계획을 고시하고 1단계 사업을 추진했다. 2019년에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선정되어 뉴딜사업을 시행했다. 그렇게 무릉별유천지는 탄생했다.
무릉별유천지는 폐광산업 시설을 둘러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호수까지 지닌 매우 특별한 관광지다. 석회석을 채광하면서 깎여진 산중턱에 계곡물이 모여 청옥호와 금곡호, 2개의 호수가 생겼다. 석회암 물질 때문에 청록빛의 아름다운 빛깔을 자랑한다. 스위스 여행 때 봤던 호수가 생각날 정도로 아름다운 호수가 대한민국에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무릉별유천지로 가다 보면 채광한 석회석을 운반하는 통로가 머리 위로 보인다. 난생처음 보는 시설물이어서 신기했다. 무릉별유천지에 도착하면 커다란 건물이 있다. 전시시설과 카페가 있다.
건물 자체가 박물관이다. 기존의 쇄석장 시설을 그대로 살려서 보는 재미가 있다. 건물은 노출콘크리트로 지어져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석 회색빛을 연상시킨다. 쇄석장의 역사가 건축물 외형에 남은 느낌이다.
내부에 들어서도 쇄석장 흔적이 군데군데 보인다. 구조물을 그대로 살렸을 뿐만 아니라 당시 사용했던 시설물과 관련 사무용품, 쇄석장에서 사용하던 도구가 전시되어 있다.
특히 지하 2층에는 다양한 시선으로 이 지역을 담은 영상 콘텐츠가 있다. 쇄석장에서 수십 년간 일해 온 노동자의 이야기, 무릉별유천지 사업을 담당했던 공무원과 건축가의 인터뷰를 볼 수 있다. 혹시 무릉별유천지에 방문할 예정인 분들은 꼭 영상을 시청하고 무릉별유천지를 둘러보길 바란다.
무릉별유천지는 폐산업시설을 잘 활용한 관광지라고 할 수 있다. 재생이 잘 된 대표적인 장소라고 봐도 무방하다. 시 주도로 명소 개발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 사업을 추진한 동해시 관계자들에게 애썼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다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도 있었다. 주차장이나 동해시 시내를 둘러보다 보니, 해당 지구가 국토교통부 지역개발 공모사업에 선정되었다는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총 700억 원 규모의 사업이다. 박물관을 비롯한 각종 시설물이 조성하고 호수 위에는 교량과 정원을 설치할 계획을 세웠다. 게다가 야간관광 활성화를 위해 야간 시설도 확충할 계획이다.
솔직히 지역개발사업 계획은 실망스럽다. 호수 위 시설물 설치 계획부터 야간관광 경관시설 계획까지, 이런 계획들은 과욕이 아닐까.
무릉별유천지가 관광명소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건, 기존 산업시설과 아름다운 호수가 잘 보존되어 많이 훼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수 위에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추가로 인공시설물을 설치하는 계획은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묵호등대와 아침햇살정원
두 번째 명소는 묵호등대다. 관광지도를 보고 별생각 없이 찾아간 곳이다. 동해시의 도심과 바닷가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도시설계 관점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시설물이 있다. 묵호등대공원 내에 거울과 건강체크 헬스게이트가 있다. 거울 앞에 서면 내 모습이 홀쭉이, 키다리아저씨, 근육맨, 꼬마가 된다. 볼록거울과 오목거울을 활용한 시설물이다. 건강체크 헬스게이트는 나무 사이를 통과하면서 건강을 체크해 보는 시설물이다.
거울과 목재 시설물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전부 거울 앞으로 와서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웃기도 하며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가기도 한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훌륭한 도시설계가의 작품이다. 적은 비용, 작은 시설물로 방문객에게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이런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도시 곳곳에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무릉별유천지가 동해시의 성공한 도시재생 사례라면, 같은 도시 내에 실패한 도시재생 사례도 있다. 세 번째로 소개할 관광지는 아침햇살정원이다.
지난해 9월 어촌뉴딜300사업과 연계하여 알록달록한 테트라포드를 선보였다. 어촌뉴딜300사업은 문재인 정부 때 어촌 지역 활력을 위해 대상으로 시행한 사업이다. 뉴딜(New Deal)은 1930년대 미국에서 경제 구조와 관행을 개혁해 대공황으로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추진한 정책이다. 이를 벤치마킹하여 문 대통령 시절 각종 뉴딜사업을 추진했다. 그런데 과연 사업 본래 목적을 달성했을까?
도시재생사업은 '벽화 그리기'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서울 이화동, 부산 감천마을, 통영 동피랑 등 벽화마을을 선진사례로 하여 도시재생사업 지역에서 우후죽순으로 벽화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Ctrl + C, Ctrl + V, 복사해서 붙여넣기였다.
테트라포드에 무지개 색상을 입히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물론 해안가에서만 볼 수 있는 테트라포드라는 점에서 특별해 보일 수는 있지만 이 외에는 어떤 지역적, 역사적 맥락도 없다. 테트라포드를 색칠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게 아니라 색을 칠하는 데 도시적 맥락이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나라장터 웹사이트에서 다른 어촌뉴딜300사업 관련 테트라포드 구매 공고 건이 올라왔다. 도시재생사업 벽화의 사례처럼 '알록달록 테트라포드'도 반복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건 괜한 기우일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 어촌뉴딜300사업의 과정과 성과를 되짚어야 하지 않을까. 윤석열 정부는 이름만 바꾸어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풍요로운 어촌, 활기찬 해양'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름만 바꿔서는 안 된다.
지역 활력 사업은 '콘텐츠'가 핵심
동해시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어땠을까? 시간이 흐르면 테트라포드의 색깔은 바래지겠지만, 콘텐츠는 해가 묵을수록 진한 가치를 지닐 것이다.
어달항은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곳이다. 항구에서만 볼 수 있는 통통배와 작업장도 있다. 어촌에서만 쓰이는 각종 도구들이 보인다. 이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먼저 발굴하는 것도 시도해 볼 법하다.
관광객들에게 다른 지역에 없는 동해시만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만약 콘텐츠를 기반으로 어촌 특화 전시, 체험,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방문객의 머무는 시간도 훨씬 늘어날 것이다.
동해시는 바다 말고도 볼거리가 많은 동네다. 하지만 이는 거대한 시설물이나 특별한 체험거리 때문이 아니다. 산과 바다 그리고 호수라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지녔기 때문이고, 역사와 맥락이 있는 콘텐츠를 고심 끝에 발굴했기 때문이다.
콘텐츠 자체가 지역의 힘이다. 지역 쇠퇴를 완화하기 위해 각종 부처에서 많은 예산들이 쏟아질 것이다. 주민, 관, 지역 콘텐츠 기업이 협업하여 다양한 지역 이야기를 발굴하고 지역 활성화와 연계되었으면 좋겠다.
콘텐츠를 발굴하게 되면 반드시 이는 사업 예산이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관광산업에만 치중하여 바다나 산을 과도하게 훼손하거나 시설물 설치로 변형하는 것보다 지속 가능한 선택 아닐까.
동해 최북단 고성에서부터 내려오면 속초, 양양, 강릉 그다음이 동해시다. 1980년 묵호읍(당시 명주군)과 북평읍(당시 삼척군)을 합치면서 동해시로 승격했다. 강원도 내에서 춘천시와 원주시를 제외하면 인구가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추세인데 동해시도 마찬가지다. 1980년 10만이 넘는 인구였지만 현재 인구는 8만 9천 명이다.
이번 여름 7월 말 휴가철에 동해시 관광지를 둘러봤다. 세 곳의 관광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도시학 측면에서 감명 깊었던 관광지도 있었고 아쉬웠던 관광지도 있다.
폐광을 멋지게 재탄생시킨 '무릉별유천지'
▲ 폐광시설을 재생한 무릉별유천지 ⓒ 이현우
첫 번째 명소는 폐광시설, 산과 호수의 풍경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바로 폐광시설이 관광 명소로 재탄생한 '무릉별유천지'다. 1968년 쌍용C&E는 동해시 금곡동 두 개의 지구에 '무릉 3지구'라는 이름으로 142만 6000㎡(약 43만 평) 면적의 광산을 개발했다. 금곡동에는 양질의 석회암이 분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채광이 종료되었다. 동해시는 쌍용C&E에게 기부채납으로 이 부지를 받았다. 이후 2018년에는 강원도 거점육성형 지역개발계획을 고시하고 1단계 사업을 추진했다. 2019년에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선정되어 뉴딜사업을 시행했다. 그렇게 무릉별유천지는 탄생했다.
▲ 산중턱 계곡물이 모여 형성된 청록빛 호수 ⓒ 이현우
무릉별유천지는 폐광산업 시설을 둘러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호수까지 지닌 매우 특별한 관광지다. 석회석을 채광하면서 깎여진 산중턱에 계곡물이 모여 청옥호와 금곡호, 2개의 호수가 생겼다. 석회암 물질 때문에 청록빛의 아름다운 빛깔을 자랑한다. 스위스 여행 때 봤던 호수가 생각날 정도로 아름다운 호수가 대한민국에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 쇄석장에서 돌을 운반하는 통로 ⓒ 이현우
무릉별유천지로 가다 보면 채광한 석회석을 운반하는 통로가 머리 위로 보인다. 난생처음 보는 시설물이어서 신기했다. 무릉별유천지에 도착하면 커다란 건물이 있다. 전시시설과 카페가 있다.
건물 자체가 박물관이다. 기존의 쇄석장 시설을 그대로 살려서 보는 재미가 있다. 건물은 노출콘크리트로 지어져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석 회색빛을 연상시킨다. 쇄석장의 역사가 건축물 외형에 남은 느낌이다.
▲ 무릉별유천지 건물 풍경 ⓒ 이현우
내부에 들어서도 쇄석장 흔적이 군데군데 보인다. 구조물을 그대로 살렸을 뿐만 아니라 당시 사용했던 시설물과 관련 사무용품, 쇄석장에서 사용하던 도구가 전시되어 있다.
▲ 실제로 쇄석장에서 사용했던 물건을 그대로 보존해두었다. ⓒ 이현우
특히 지하 2층에는 다양한 시선으로 이 지역을 담은 영상 콘텐츠가 있다. 쇄석장에서 수십 년간 일해 온 노동자의 이야기, 무릉별유천지 사업을 담당했던 공무원과 건축가의 인터뷰를 볼 수 있다. 혹시 무릉별유천지에 방문할 예정인 분들은 꼭 영상을 시청하고 무릉별유천지를 둘러보길 바란다.
무릉별유천지는 폐산업시설을 잘 활용한 관광지라고 할 수 있다. 재생이 잘 된 대표적인 장소라고 봐도 무방하다. 시 주도로 명소 개발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 사업을 추진한 동해시 관계자들에게 애썼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다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도 있었다. 주차장이나 동해시 시내를 둘러보다 보니, 해당 지구가 국토교통부 지역개발 공모사업에 선정되었다는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총 700억 원 규모의 사업이다. 박물관을 비롯한 각종 시설물이 조성하고 호수 위에는 교량과 정원을 설치할 계획을 세웠다. 게다가 야간관광 활성화를 위해 야간 시설도 확충할 계획이다.
솔직히 지역개발사업 계획은 실망스럽다. 호수 위 시설물 설치 계획부터 야간관광 경관시설 계획까지, 이런 계획들은 과욕이 아닐까.
무릉별유천지가 관광명소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건, 기존 산업시설과 아름다운 호수가 잘 보존되어 많이 훼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수 위에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추가로 인공시설물을 설치하는 계획은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묵호등대와 아침햇살정원
두 번째 명소는 묵호등대다. 관광지도를 보고 별생각 없이 찾아간 곳이다. 동해시의 도심과 바닷가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 모여서 사진 찍는 방문객들 ⓒ 이현우
도시설계 관점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시설물이 있다. 묵호등대공원 내에 거울과 건강체크 헬스게이트가 있다. 거울 앞에 서면 내 모습이 홀쭉이, 키다리아저씨, 근육맨, 꼬마가 된다. 볼록거울과 오목거울을 활용한 시설물이다. 건강체크 헬스게이트는 나무 사이를 통과하면서 건강을 체크해 보는 시설물이다.
거울과 목재 시설물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전부 거울 앞으로 와서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웃기도 하며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가기도 한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훌륭한 도시설계가의 작품이다. 적은 비용, 작은 시설물로 방문객에게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이런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도시 곳곳에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 어달항 풍경 ⓒ 이현우
무릉별유천지가 동해시의 성공한 도시재생 사례라면, 같은 도시 내에 실패한 도시재생 사례도 있다. 세 번째로 소개할 관광지는 아침햇살정원이다.
지난해 9월 어촌뉴딜300사업과 연계하여 알록달록한 테트라포드를 선보였다. 어촌뉴딜300사업은 문재인 정부 때 어촌 지역 활력을 위해 대상으로 시행한 사업이다. 뉴딜(New Deal)은 1930년대 미국에서 경제 구조와 관행을 개혁해 대공황으로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추진한 정책이다. 이를 벤치마킹하여 문 대통령 시절 각종 뉴딜사업을 추진했다. 그런데 과연 사업 본래 목적을 달성했을까?
도시재생사업은 '벽화 그리기'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서울 이화동, 부산 감천마을, 통영 동피랑 등 벽화마을을 선진사례로 하여 도시재생사업 지역에서 우후죽순으로 벽화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Ctrl + C, Ctrl + V, 복사해서 붙여넣기였다.
테트라포드에 무지개 색상을 입히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물론 해안가에서만 볼 수 있는 테트라포드라는 점에서 특별해 보일 수는 있지만 이 외에는 어떤 지역적, 역사적 맥락도 없다. 테트라포드를 색칠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게 아니라 색을 칠하는 데 도시적 맥락이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나라장터 웹사이트에서 다른 어촌뉴딜300사업 관련 테트라포드 구매 공고 건이 올라왔다. 도시재생사업 벽화의 사례처럼 '알록달록 테트라포드'도 반복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건 괜한 기우일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 어촌뉴딜300사업의 과정과 성과를 되짚어야 하지 않을까. 윤석열 정부는 이름만 바꾸어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풍요로운 어촌, 활기찬 해양'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름만 바꿔서는 안 된다.
지역 활력 사업은 '콘텐츠'가 핵심
▲ 색칠된 테트라포드가 보이는 어달항 산책로 ⓒ 이현우
동해시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 어땠을까? 시간이 흐르면 테트라포드의 색깔은 바래지겠지만, 콘텐츠는 해가 묵을수록 진한 가치를 지닐 것이다.
어달항은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곳이다. 항구에서만 볼 수 있는 통통배와 작업장도 있다. 어촌에서만 쓰이는 각종 도구들이 보인다. 이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먼저 발굴하는 것도 시도해 볼 법하다.
관광객들에게 다른 지역에 없는 동해시만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만약 콘텐츠를 기반으로 어촌 특화 전시, 체험,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방문객의 머무는 시간도 훨씬 늘어날 것이다.
동해시는 바다 말고도 볼거리가 많은 동네다. 하지만 이는 거대한 시설물이나 특별한 체험거리 때문이 아니다. 산과 바다 그리고 호수라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지녔기 때문이고, 역사와 맥락이 있는 콘텐츠를 고심 끝에 발굴했기 때문이다.
콘텐츠 자체가 지역의 힘이다. 지역 쇠퇴를 완화하기 위해 각종 부처에서 많은 예산들이 쏟아질 것이다. 주민, 관, 지역 콘텐츠 기업이 협업하여 다양한 지역 이야기를 발굴하고 지역 활성화와 연계되었으면 좋겠다.
콘텐츠를 발굴하게 되면 반드시 이는 사업 예산이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관광산업에만 치중하여 바다나 산을 과도하게 훼손하거나 시설물 설치로 변형하는 것보다 지속 가능한 선택 아닐까.
덧붙이는 글
관광 목적으로 동해시를 방문하는 이들을 위한 한 가지 팁을 드리면, 동해시는 스탬프 투어가 가능하므로 관광지마다 구비된 도장을 다 찍으면 동해시에서 준비한 소정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이 또한 동해시를 여행하면서 소소하게 누릴 수 있는 기쁨이 될 것이다. 한편, 이 기사는 필자의 브런치 계정(@rulerstic)에도 실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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