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기습 점거 환경단체 "4대강 재앙 반전시킬 기회 공중분해"
25일 국가물관리위 '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 공청회 무산... 1시간여 동안 점거 시위
▲ 25일 오전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 주최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릴 예정인 서울 중구 스페이스쉐어 서울중부센터에서 보철거를 위한 금강, 영산강 시민행동과 한국환경회의 활동가들이 졸속 처리에 항의하며 연단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자료집 12페이지에 보면 '자연성 회복' 문구를 '지속가능성 제고' 표현으로 바꾼다고 합니다. 그런데 바꾸는 이유가 명확하게 들어있지 않아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5일 예정됐던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이하 위원회)의 공청회장에서 한 기자가 던진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변은 위원회측이 아니라 단상을 기습 점거했던 환경단체 인사들이 이어갔다. 이렇듯 이날 공청회는 환경단체 기자회견장을 보는 듯했다.
환경부가 이 자리에서 발표할 변경안의 주요 골자는 2021년 1월 18일에 위원회가 결정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 결정 내용의 삭제였다. 당시 위원회가 결정한 주요 내용을 1년반 만에 무위로 돌리는 안으로 핵심적인 삭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강·낙동강 11개 보는 사회·경제, 수질·생태 등 다양한 측면의 모니터링과 면밀한 평가를 통해 보 처리방안 마련
-금강·영산강 5개 보는 국가위 의결에 따라 보 해체(부분해체)·개방 등 자연성 회복 추진"
또 변경안은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적시된 '자연성 회복' '유역 자연성' 등의 표현을 '지속가능성 제고' '유역 지속가능성' 등의 용어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원회는 보 처리방안 관련 용어를 명확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변경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더 모호한 표현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날 단상을 점거했던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절차생략, 날치기 심의! 짜고 치는 보 철거 무효화!" "졸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당장 해체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1시간여 동안 공청회 개최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 25일 오전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 주최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릴 예정인 서울 중구 스페이스쉐어 서울중부센터에서 보철거를 위한 금강, 영산강 시민행동과 한국환경회의 활동가들이 졸속 처리에 항의하며 연단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위원회는 지난 4일 '금강·영산강 보 처리방안'을 취소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한 바 있다. 당시 위원회는 보 처리방안 취소 이유에 대해 "2023년 7월 20일 감사원의 공익감사 결과, 보 처리방안 제시안 마련 과정에서의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사항들이 다수 지적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단상을 점거한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환경부와 위원회가 빌미로 삼은 감사원의 감사의 주요 내용은 지난 정부가 4대강 보처리 방안을 결정할 때 조사평가 과정이 부족하니 조금 더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서 결정하라는 게 주요 골자였다"면서 "이건 시민사회가 계속 이야기했던 것인데, 환경부가 대단한 오류를 발견한 것처럼 침소봉대해서 금강·영산강 보처리 방안을 취소하고 국가물관리기본계획을 변경하는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성토했다.
정 처장은 이어 "변경안에 대한 의견 수렴 없이 곡학아세하는 전문가 앞세워 졸속으로 지난 20~30년간의 물관리 흐름을 퇴행적으로 뒤바꾸려는 시도를 두고 볼 수 없어서 이렇게 나섰다"면서 "배덕효 위원장 비롯한 위원들은 정부의 일방적 주장을 앵무새처럼 따르기만 하는데, 우리는 오늘 공청회를 인정할 수 없고 중단을 위해 단상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주장했다.
임도훈 보철거를위한금강·영산강시민행동 간사는 "2021년 1월에 보처리 방안 확정되고 나서 2년 가까이 아무 것도 하지 않다가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되고 나서 40여일만에 기본계획을 졸속으로 변경하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아이들 학급회의도 아니고, '자연성 회복' 표현을 삭제하고 '지속가능성 제고'라고 말장난 치는 것이 정당한가? 시민의 의견과 현장의 생생한 모니터링 증거들을 비과학적으로 매도하는 정부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위원회가 금강·영산강 보처리 방안을 결정하고 기본계획 세우는 데 2년반이 걸렸다"면서 "불과 40여일만에 이를 뒤집고 문구를 바꾸는 게 '과학'인가? 이렇게 강행하는 것이 정권의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겠으나 국민들의 입맛에 맞지 않다, 4대강 생명들을 위한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 25일 오전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 주최 ‘제1차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릴 예정인 서울 중구 스페이스쉐어 서울중부센터에서 보철거를 위한 금강, 영산강 시민행동과 한국환경회의 활동가들이 졸속 처리에 항의하며 연단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이날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보철거를위한금강·영산강시민행동 한국환경회의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을 대독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지난 4일 1기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의결했던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방안을 스스로 취소했다. 그리고 오늘(25일) 하천의 자연성 회복이라는 전 지구적 흐름을 거스르며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4대강 사업의 재앙적인 후과를 반전시킬 기회를 공중분해 시키고 하천관리 패러다임을 20년, 30년 전으로 후퇴시키겠다는 것이다."
박 처장은 이어 "백번 양보해서 이수와 치수의 관점을 정책적으로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변경안은 물관리 정책 실패로 내달리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면서 "하천의 자연성 회복은 미국과 유럽의 여러 선진국 등이 지향하고 또 추진하고 있는 전 지구적 정책 방향임에도, 우리나라는 전 정부 정책은 무조건 뒤집고 보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병적인 억지로 역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이 1시간여 동안 단상을 점거한 상태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을 이어가자, 공청회 회의 진행자는 결국 공청회를 미루겠다면서 회의를 종료했다.
▲ [환경새뜸] 1시간 동안 단상 점거 농성... 25일 국가물관리위 공청회 무산 현장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25일 스페이스쉐어 서울중부센터에서 공청회를 열고 지난 4일 문재인 정부 때 의결했던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취소한 데 이어 국가물관리기본계획 변경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이 단상을 1시간여 동안 점거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4대강사업 #국가물관리위원회 #환경부 관련 기사 :단상 기습 점거 환경단체 "4대강 재앙 반전시킬 기회 공중분해" https://omn.kr/25cyp 김병기의 환경새뜸 : http://omn.kr/1zbr3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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