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첫날 횟집 최고매출? "그전에 잡힌 생선 미리 먹자"
[현장] "죽을맛" "올 게 왔구나" 손님 발길 큰변화 없지만 맘 졸이는 노량진 수산시장
▲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다음 날인 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의 모습. ⓒ 소중한
"(오염수) 방류 전 잡힌 해산물을 사러 왔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다음 날,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25일 금요일 오전, 평소에도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각임에도 시장 곳곳에선 장바구니를 끌고 다니는 손님, 아이스박스를 든 손님, 양손 가득 비닐봉지를 들고 있는 손님, 가족 단위로 방문한 손님 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씁쓸한 웃음 "어제 찍었다는 최고 매출, 그러나..."
▲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다음 날인 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의 모습. ⓒ 소중한
이날 딸과 함께 수산시장을 찾은 방아무개(48)씨는 "오염수 방류 이후 당연히 불안감이 생겼다"며 "오늘 회랑 대게를 20만 원어치 구매했다. 방류 전에 잡힌 해산물을 가족과 함께 먹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큰 비닐봉지 3개를 손에 들고 가던 80대 이아무개씨도 "어제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됐다고 해서 그 전에 잡힌 생선들을 사러 왔다"며 "동태포와 제사상에 올릴 마른 해산물을 구매했다. 오늘 사두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 체구만 한 검은 비닐봉지 2개를 힘겹게 들고 가던 여성 손님은 "오염수 방류에 걱정이 돼서 다시마와 멸치를 양손 가득 샀다"며 구매한 것들을 내보였다.
수산시장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다는 상인 A씨는 "코로나19가 지나가서 안정을 찾아가나 싶었는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소식에 속이 상했다"며 "이제까지 겨우 버텨왔는데 죽을 맛"이라고 토로했다. 어두운 표정의 그는 잠시 뒤 부부 손님이 지나가자 "민어 드릴까요? 민어 오늘 싸게 나왔어요"라며 애써 밝은 웃음을 내보였다.
5년째 수산시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납품업자 B씨는 "어제 손님들이 '방류 전에 마지막으로 해산물을 먹는다'며 이곳에 많이 왔다"면서 "상인들과 만나서 이야기 했을 때는 '방류 당일에 장사가 안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잘 됐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 어떤 가게는 '최고 매출을 찍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지금처럼 손님들이 수산시장을 찾는 건 잠깐일 것"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다음 날인 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의 모습. ⓒ 소중한
수산시장 안의 한 식당에서 4년째 일하고 있는 종업원 C씨도 "어제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한다고 해서 마음이 아프다. 주변 식당도 다 마음을 졸이고 있다"며 "종업원들은 '월급이나 주겠나'하는 걱정도 한다. 다들 예민하고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차덕호 노량진수산시장 상우회장은 "(오염수 방류가) 기분이 좋을 리 없다"면서 "대부분의 상인들은 '올 게 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우리는 우리 생업에 최선을 다하자'는 말을 주고받는다"고 전했다.
이어서 "혹시라도 오염수 방류 여파로 예약했던 횟집을 취소하진 않았을까 둘러봤는데 아직 예약 취소는 없었다"며 "수산시장 들어오기 전까지도 샘플링 검사를 하고 이상 없는 해산물만 판매하니, 소비자분들이 상인들을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찾아오는 정치인, 오히려 역효과"
▲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다음 날인 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의 모습. ⓒ 소중한
오염수 방류 직후인 전날 오후 6시 30분,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이곳을 찾았다. 일본 정부가 방류를 예고했던 6~7월 사이엔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여러 차례 이곳에서 '회식'을 진행했다. (관련기사: 수조물 먹방하고 또 노량진 찾은 국힘... 상인들 "방류하면 먹든가" https://omn.kr/24n3y)
하지만 상인들은 "오히려 역효과"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수산업계에서 50년 넘게 일했다는 상인 D씨는 방류에 대한 심경을 묻자 "그러려니 한다. 우리가 뭐 할 수 있는 게 없잖나"라며 답답한 마음을 털어놨다. 이어 "정치권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막는다고 했으면서 결국 자기들끼리 싸웠다"며 "(수산시장 분위기가) 나아졌으면 좋겠는데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만난 B씨는 정치인들의 방문에 대해 "의미 없다"고 평했다. 그는 "(이들의 방문이) 홍보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닌데, 국민들이 그런 뉴스를 보고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다음 날인 2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의 모습.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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