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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걸'이 벗겨낸 모성이라는 가면

[리뷰]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

등록|2023.08.31 16:14 수정|2023.08.31 16:14
전통 사회가 엄마에게 기대하는 모성애는 중압에 가까웠다. 출산을 통해 아이의 보호자가 된 여성은 자녀가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잘 양육해야 했다. 출산한 여성이 양육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에서 모성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졌다.

성별에 따른 분업화로 여성이 가사노동을 전담하게 되면서 완벽한 엄마는 아이에게 헌신하는 것이라는 모성 이데올로기가 형성됐다. 여성은 공적 영역 바깥에서 가족을 보살피는 수호자 정도로 여겨졌고, 그중에서도 자녀를 돌보는 일이 주된 임무가 됐다.

그러나 세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모성이 나타났다. 겉보기에는 모성의 사회적 통념을 따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출산을 정상 가족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거나, 엄마의 자기 가치감이 자녀의 성취를 수반한다는 논리가 생겼다. 그 결과, 자녀 중심적이면서도 개인적인 엄마가 곳곳에서 태어났다.
     

▲ 드라마 <마스크걸>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엄마 ⓒ 넷플릭스

 
최근 방영 중인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은 이러한 엄마들의 다양한 모성적 속성이 동기가 되어 전개되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는 세 명의 엄마가 있다. 김모미, 신영희, 그리고 김경자다.

김모미는 딸을 도피의 걸림돌로 여기고, 오랜 세월 연을 끊고 산 부모에게 버린 비정한 엄마다. 이후 무기수로 수감 생활을 하며 딸의 존재를 잊고 살았으나, 결정적인 순간 딸을 구하기 위해 탈옥을 감행한다.

신영희는 아이를 키울 경제적 여건을 갖추고 있었지만, 딸의 추한 외모에 만족하지 못해 열등감을 심어 준 나쁜 엄마다. 그러나 딸이 맡기고 간 손녀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속죄의 뜻을 내비치기도 한다.

김경자는 남편의 부재 속에서도 아들을 잘 키우기 위해 애쓴 엄마다. 아들의 결여된 사회성을 부끄러워하면서도 지극정성으로 수발했던 그는 유일한 성취인 아들이 죽어서 나타나자 복수를 결심한다.

이 세 엄마는 결말에 이르러 한 곳에 자리하게 되고, 그곳에서의 비극적 사건은 엄마라는 이유로 자행되지만, 모성을 천편일률적 본성으로 일반화하는 시도는 일어나지 않는다.

모성이 극의 엔진이 된 이유  
 

▲ 드라마 <마스크걸> 속 김경자의 모습 ⓒ 넷플릭스

 
아이를 보살필 물질적 또는 정서적 여건을 갖추지 못해 양육에 실패한 엄마들은 미처 수행하지 못했던 모성과 일종의 죄책감에 이끌려 사활이 걸린 싸움에 뛰어든다. 이때 모성은 잔혹하고, 비정하며, 반사회적인 모습으로 변모한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살인도 저지른다.

드라마 <마스크걸>은 여성 스스로 목적의식을 가지고 남성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거나, 주요 사건에서 남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면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모성적 속성을 보여준다. 모성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며, 모성애라는 감정 역시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이 이야기의 핵심 동력은 모성에 관한 오랜 통념, 즉 모성의 이상화를 깨뜨리는 것에 있다.

마스크걸이 벗은 모성이라는 가면
 

▲ 드라마 <마스크걸> 속 김모미의 모습 ⓒ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가 모성 신화에 힘을 실어 주지 않고, 다양한 모성적 속성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있다. 이런 과정에서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했다. 사회가 규정한 엄마 역할을 버거워하고,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며 극을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이끌기도 했다.

그간 모성은 탄생의 경이로움과 같은 신화적 영역으로 포장되어 왔다. 그러나 출산은 현실이고, 현실은 녹록지 않다. 모성을 사회 문제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출산이 여성의 삶을 관통하는 문제임을 깨닫고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마스크걸>은 여성의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고, 외연을 확장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더 큰 가치는 불편한 진실을 들추고 민감한 사회 문제를 다루는 데 머물지 않고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큰 호응을 얻었다는 데 있다.

여성들의 다양한 삶을 흥미롭게 펼쳐 나가는 웰메이드 드라마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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