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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간첩단' 사건 첫 공판... "종북몰이 이득 보는 세력 존재"

창원·진주 시민 100여 명 방청 응원... 피고인 황씨 "재판도 전에 간첩으로 낙인"

등록|2023.08.28 19:37 수정|2023.08.28 20:21

▲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정권위기국면전환용공안탄압저지및국가보안법폐지대책위원회, 공안탄압저지 경남대책위는 28일 점심시간에 서울중앙지법 앞 삼거리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집회“를 열었다. ⓒ 진보당 경남도당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통일·진보활동가 4인이 첫 공판에서 '검사가 제기한 공소사실 일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구속된 활동가 황아무개씨는 "윤석열 정권과 국가정보원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획한 정치 탄압극"이라고 주장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강두례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통일·진보활동가 4인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해당 활동가들은 지난 3월 구속기소됐으나 피고인들의 관할이전 신청 및 국민참여재판 신청 등으로 기소 5개월여 만인 이날 정식 재판이 열렸다.

이로 인해 첫 재판이 열린 법원에는 평소 법정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이날 피고인 4인을 응원하기 위해 이들이 주로 활동했던 경남 창원·진주 시민 100여 명이 버스 3대를 빌려 상경한 것. 100여 명의 방청객들은 피고인들이 법정에 나타나자 안부를 물으며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활동가 가족들은 피고인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이들은 공판이 열리기 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삼거리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집회'를 열었다.

검찰은 이들 활동가 4인이 경남 창원에서 활동하며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캄보디아 및 베트남 등에서 북한 관련 인사들과 접촉해 지령 및 900만 원의 공작금을 받고 활동했다고 보고 있다. 

▲ 일명 '창원 간첩단 사건'의 첫 공판을 마친 뒤, 28일 늦은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변호인단이 '방청 투쟁단'한테 재판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진보당 경남도당


  4인 활동가, 진술거부... 변호인 "종북몰이, 이득 보는 세력 존재"

첫 공판이 시작됐지만 피고인석에 앉은 활동가 4인은 모두 진술을 거부했다. 재판장이 피고인들의 인적사항 등을 확인하기 위해 생년월일과 이름, 직업, 주소 등을 물었지만 이들은 모두 '진술을 거부한다'고 답했다. 결국 재판부가 검사를 향해 "검사님들, 이분이 황아무개씨 맞냐?"라고 확인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검찰의 주장에 대해 항목별로 조목조목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변호인은 "소위 '창원간첩단'이라는 말부터가 법률적 용어가 아니"라면서 "간첩단이라는 말을 등장시킴으로써 한반도 냉전적 사고를 드러내고 종북몰이를 하고 있다. 종북몰이로 외교와 정치에서 이득을 보려는 세력이 존재하고, 그것은 한국 사회의 극우보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극우보수 세력을 대변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며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을 자주 언급하고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 위해 국정원과 검찰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공안정국을 만들고 있다. 종북 공안몰이 참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변호인도 검찰의 공소장일본주의 위반을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검찰 공소장에는 검사가 중요하다고 말한 지령문 등 검찰 증거가 그대로 붙어있다"며 "증거조사에서 채택되지도 않았고, 내용이 맞는지 따질 부분이 법리적으로 많은데 그런 것을 그대로 공소장에 첨부했다. 핵심 증거를 공소장에 붙여 놓는 것이 처음이라 당황스럽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공소장일본주의란 검사가 공소 제기 시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기타 증거물 등은 일체 첨부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호하기 위해 공판을 중심으로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피고인 측은 검찰이 활동가 4인에 대해 반국가단체나 이적단체 관련 혐의를 적용하는 대신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한 것에 대해서도 크게 반발했다.

"검찰 공소장에는 국가보안법 상 다수 규정 위반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라고 기재했는데, 검찰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이적단체는 아니라고 한다. 검찰은 이들이 북한 지령을 받았다고 하는데, 반국가단체는 아니라고 한다. 유신시대에서 조차 국보법 위반을 범죄단체 조직이나 활동으로 의율하지 않았다. 이적단체로 기소할 수 없다면 기소하지 말았어야 한다."

앞서 검찰은 피고인 4인의 활동을 '대남혁명을 위한 범죄집단'으로 규정하여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반시간 이상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한편 황씨 등 구속된 활동가 4인은 이날 진술은 거부했지만 모두발언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상세히 알렸다. 황씨는 "검찰의 피의사실 유포 보수 언론의 허위 과장 보도로 저는 재판도 받기 전에 간첩으로 낙인찍히고 사회적으로 매장됐다"며 "사전에 철저히 기획된 각본에 따라 간첩단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이는 국정원이 자신의 대공 수사권 사수를 위한 명분을 위해서 기획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들 활동가 4인은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재판부에 지난 25일 보석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검찰 측은 이날 재판부에 추가 구속영장 발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재판부는 논의 끝에 '추가 구속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 공판은 9월 4일 오후 2시 10분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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