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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농민 위한 지원금, 이렇게 썼습니다

재해 입은 국내외 이웃들에게 성금을 보내다

등록|2023.08.31 10:11 수정|2023.08.31 10:11
지난 6월에 '행복 바우처 카드'를 발급 받았다. 여성 농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 '행복 바우처'는 연간 20만 원(지자체 지원 16만 원, 자부담 4만 원 포함)을 현금처럼 사용하는 선불형 카드이다.

농사와 집안일을 병행하는 여성 농업인의 여가와 문화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실시하는 행복 바우처 제도는 2012년에 충북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이후 전국 광역시·도로 확대되어 왔다. 인천시의 경우 2018년도에 시작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자부담은 왜 있는 걸까.

담당자 설명에 따르면, '대개의 국가보조사업은 자부담이 있다. 이름 그대로 보조해주는 사업이므로 자부담 비율이 몇 퍼센트씩 있다, 예를 들어 농기계, 농자재 구입 같은 사업은 정부 보조 60%, 자부담이 40%고, 여성 농업인 위한 행복 바우처 사업은 지자체 보조 80%, 자부담 20%다. 사업 목적에 맞게 자부담 비율이 다르다'고 한다.

어쨋거나 농지 소유 면적이 5㏊(5만㎡) 미만에 실제로 농업에 종사하는 만 20세 이상 75세 미만의 여성 농업인이 지원 대상인데, 나의 경우 이 모든 조건에 해당된다. 소규모지만 실제로 농사를 짓고 또 판매도 해서 소득도 올리니 행복 바우처를 받을 자격이 된다. 그래서 지난 4월에 면사무소에 가서 신청을 했고, 선정이 되어 행복 바우처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여성 농업인을 위한 행복 바우처 카드를 발급 받았을 때 기분이 좋았다. 나라와 지자체에서 여성 농업인을 인정하고 대우해준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원금이 그리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금액에 상관없이 고무되는 마음이었다.

여성 농업인 행복 바우처 카드를 받다
 

▲ 여성 농업인을 위한 '행복 바우처 카드'. ⓒ 이승숙


이 행복 바우처 카드를 어떻게 이용할까? 강화군 농협의 하나로마트에서도 바우처 카드를 쓸 수 있으니 생활에 필요한 일용품을 사는데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허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여성 농민의 문화생활 및 여가 활동에 보탬이 되라고 지자체에서 지원을 해주었으니 지원 목적에 부합되게 쓰고 싶었다. 그래서 카드를 쓰지 않고 지갑 속에 내내 넣고 다녔다.

어느 날 지인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여성 농업인을 위한 행복 바우처 카드를 발급받았다고 했더니 그이가 그러는 거였다.

"아, 지자체에서 그런 지원도 해주는군요. 여성 농민을 위한 카드라니 참 좋네요. 그럼, 그 돈을 어떻게 쓰실 생각이에요?"

특별히 생각해 둔 게 없던 나는 아직 어떻게 쓸지 잘 모르겠지만 의미 있게 쓰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그이가 그랬다.
 
"지원금은 쓰고 싶은데 쓰시고 대신 그 만큼의 돈을 기부하는 건 어떨까요? 제가 어디선가 봤는데, 작년에 파키스탄에 큰 비가 내려서 피해를 많이 봤나 봐요. 전 국토의 3분의 1이 피해를 입었다는데, 세계의 이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다 가 있어서 파키스탄은 국제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못 받고 있는 형편이라고 해요. 안 그래도 가난한 나라가 홍수 피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니 지원금을 그곳으로 보내면 어떨까요?"

지인의 말을 듣고 내 마음이 흔들렸다. 파키스탄의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가 안 봐도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지원금은 나를 위해 고맙게 쓰고 그 대신 그만큼의 돈을 횡액을 당한 이웃을 위해 쓰자는 마음이 들었다.

마음을 먹는 것과 실행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어영부영 세월을 보내고 있는데 여름이 되었고, 장마가 시작되었다. 남쪽 지방에 비가 많이 와서 산사태와 홍수로 인명이 살상되고 재산상의 피해를 입은 수재민들이 발생했다.

한순간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삶의 터전이 파괴되어 망연자실하는 분들의 모습을 뉴스에서는 실시간으로 내보냈다. 먼 나라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제야 마음에 두고만 있었던 것을 실행할 결심을 했다. 우리나라의 재해 지역 돕기에 동참할 뿐만 아니라 먼 나라도 돌아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물난리를 당하면 남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말이 있다. 불이 난 곳에는 건질 게 있지만 물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국토의 3분의 1이 홍수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은 지금 어떤 형편일까.

나라가 가난하니 정부 차원에서 변변하게 구제해 주지도 못할 것이다. 국제 사회의 도움이 절실한데 그마저 여의치 않으니 파키스탄 국민들이 처한 형편은 그야말로 암담하기 짝이 없을 것 같다.

인터넷에서 파키스탄의 홍수를 찾아봤다. 작년(2022년) 6월에 홍수가 났는데 그 피해가 어마어마했다. 3개월 가까이 지속된 장마로 파키스탄 전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고 피해액도 3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했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지난 1월 파키스탄 홍수 복구 관련 국제회의에서 "홍수로 인한 총 손실액이 파키스탄 국민총생산의 8%인 300억 달러(약 39조7천억원)에 이른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파키스탄 인구 2억4천만 명 가운데 약 15% 가까운 3천만 명 이상이 홍수로 피해를 입었다. 부서지거나 무너진 집도 100만 채가 넘는다고 한다. 거처할 곳이 없는 이재민들은 임시로 천막을 치고 생활하였다니, 그야말로 전쟁 같은 삶이었을 것 같다.

이웃을 위해 선한 일에 나서다
 

▲ 용돈 모은 것을 이재민 돕기에 보내는 초등학생. ⓒ 이승숙


홍수가 나고 일 년이 지난 현재 파키스탄의 형편은 어떠할까?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도 기반시설들은 미비하고 경제적 어려움은 여전하다. 지난 3월에는 카라치의 구호품 배급소에 인파가 쇄도하면서 12명이 깔려 숨졌다. 곳곳에서는 생필품 부족과 단전도 계속되는 상황이다.

며칠 전 국제뉴스에서는 파키스탄에서 일어난 케이블카 사고를 전했다. 22일(현지시간) 승객 8명(학생 6명)을 태운 케이블카가 274m 상공에서 운행 중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케이블카는 협곡 사이를 연결해주는 운송 수단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전원 구조했지만 이를 통해서도 파키스탄이 처한 상황을 알 수 있을 듯하다. 도로가 끊어지고 다리가 유실되어 가까운 거리도 멀리 돌아서 가거나 아니면 이런 위험한 운송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안타까웠다.

삶이 송두리 채 뿌리 뽑히고 내일에 대한 희망마저 사라졌을 이재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경제난을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보편적 인류애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미뤄두었던 기부금을 내기로 했다. 구호단체에 후원금을 보냈다.
덧붙이는 글 JTS는 기아·질병·문맹 퇴치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국제구호개발 NGO입니다.
<강화뉴스>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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