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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연예계 '자니즈' 조사단 "장기간 광범위하게 성 착취"

창업자 쟈니 기타가와, 수십년간 10대 남성 연습생 성폭행

등록|2023.08.30 13:40 수정|2023.08.30 13:40

▲ 일본 연예기획사 자니즈 사무소 창업자 쟈니 기타가와의 생전 성폭력 의혹 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NHK방송 ⓒ NHK


일본의 유명 연예기획사 '자니즈 사무소' 창업자 고(故) 자니 기타가와의 남성 연습생 성폭력 문제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자니스가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조사단 '재발 방지 특별팀'은 29일 저녁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성 착취가 반복됐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지난 5월 말부터 3개월 동안 성폭력 피해를 호소한 자니즈의 옛 연예인과 연습생, 회사 관계자 등 41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했다.

조사단 "피해자, 최소한 수백 명 달해"

2019년 사망한 기타가와는 생전에 '스마프'와 '아라시'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을 여럿 키워내며 일본 연예계의 '제왕'으로 군림했으나, 남성 연습생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일본 주류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면서 의혹이 묻히는 듯했으나, 지난 3월 영국 공영방송 BBC가 '일본 J팝의 포식자'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폭로하면서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논란으로 떠올랐다(관련 기사 : 부모님 옆방서 자는데... '소년 성 착취' 연예계 제왕의 민낯).

앞서 유엔 인권이사회의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전문가들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자니즈 소속 연예인 및 연습생 수백 명이 성적 착취와 학대를 당했다고 우려할 의혹이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또한 "일본 미디어가 수십 년간 이 불상사를 은폐하는 데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일본 정부가 주체적으로 투명하게 수사해야 한다"라고 촉구한 바 있다.

조사단은 "기타가와가 1970년대 전반부터 사망하기 직전인 2010년대 중반까지 10대 남성 연습생을 대상으로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했고, 피해자가 적어도 수백 명에 달한다는 증언을 여러 명에게서 들었다"라고 밝혔다.

"피해자들, 기타가와한테 세뇌 당해... 경영진 교체해야"
 

▲ 일본 연예기획사 자니즈 사무소 창업자 쟈니 기타가와의 생전 성폭력 의혹 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NHK방송 ⓒ NHK


또한 이처럼 심각한 사태가 벌어진 이유로 사춘기 소년을 노린 기타가와의 비정상적인 성적 취향과 더불어 공동 창업자인 기타가와의 누나 고 메리 기타가와가 자니즈의 경영을 주도하는 친족 경영 탓에 피해를 방치한 것을 지적했다.

특히 메리 기타가와에 대해 "남동생의 범죄 행위를 오랫동안 알고 있었지만 아무런 대책을 취하지 않고 은폐와 방치로 일관하며 피해를 키웠다"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피해자들이 침묵한 이유로 "당시 연예계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던 기타가와의 요구를 거부하면 홀대 당하고, 연예인으로 성공하려면 그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세뇌 당한 상태였다"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메리 기타가와의 딸이자 현 자니즈 사장인 후지시마 주리 게이코에 대해서도 "취임할 때부터 의혹을 인식하고 있었으나, 조사에 나서지 않는 등 경영자의 임무를 소홀히 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니즈가 사장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면서 "회사 측이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금전적 배상을 포함해 이들을 도울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이날 조사단의 발표에 대해 자니즈는 성명을 내고 "제언과 회견 내용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앞으로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어 대응책을 성심성의껏 설명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 모임 대표는 "기대 이상의 조사 결과이지만, 한편으론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라며 "증명이나 증거가 없어 어려울 수도 있다고 걱정했으나, 성폭력 피해가 인정되고 기록된 것은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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